10층짜리 룸살롱 타워 등장, 층별로 다른 서비스

[르포] '룸살롱 타워'를 아시나요?
10층짜리 룸살롱 타워 등장, 층별로 다른 서비스

‘유흥 일번지’로 통하는 강남에 룸살롱 타워가 등장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곳은 10층 건물 전체를 룸살롱으로 사용하는 ‘기업형’ 시스템을 도입한 게 특징. 그 동안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초대형 룸살롱이 잇따라 선보였지만 건물 전체를 룸살롱으로 사용하기는 이 곳이 처음이다.

강남 선릉사거리 부근에 위치한 이곳은 시설이나 규모면에서도 종전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불과 얼마 전까지 초대형 룸살롱의 수위를 차지하던 곳은 서초동 B룸살롱이었다. 이 곳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룸이 100여개에 달하는 매머드급 룸살롱이다. 그러나 룸살롱 타워의 등장으로 이곳의 기록도 여지없이 무너졌다.

지난 10일 밤 10시 강남 선릉 전철역 인근. ‘닷컴 열풍’이 불어 닥친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이곳은 ‘별천지’로 통했다. 하루 아침에 떼돈을 번 벤처기업가들이 잇따라 둥지를 틀면서 이곳은 최고의 주가를 구가했다. 인근에 위치한 유흥업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밤마다 환락의 파티가 열렸다.

4년 여가 흐른 지금의 모습을 어떨까. 벤처 거품이 꺼져버린 현재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다. 주말을 앞두고 일찍 귀가한 탓도 있겠지만 경기가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 게 이곳 업주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업그레이드 룸, 종업원만 500명

이런 와중에 유난히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 있으니 바로 룸살롱 타워다. 지난 달 18일 정식 오픈한 이 곳은 북창동 일대 업주 3명이 동업,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10층 건물 전체를 룸살롱으로 개조, 규모면에서 국내 최고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스포츠신문에까지 광고를 게재하면서 ‘손님 몰이’에 나서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곳 주변은 유독 행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입구에 도열해 있는 4~5명의 웨이터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손님들에게 연신 고개를 떨군다. 인근에 주차돼 있는 자동차에는 업소를 알리는 전단지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룸살롱 타워의 외관은 그다지 튀지 않았다.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했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오픈을 알리는 현수막 정도가 고작이었다. 심지어 유흥업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전용 자동차나 춤추는 인형도 눈에 띠지 않는다. 입구에 있는 웨이터들을 보며 이곳이 유흥업소임을 짐작케 할 정도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전체적으로 단출해 보이는 건물과는 달리 내부는 화려한 인테리어와 조명으로 장식돼 있었다. 입구에는 고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안내 데스크와 손님들이 쉴 수 있는 소파가 마련돼 있다.

업소측에 따르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프론트에서 방을 배정 받아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는 현재 60개의 룸이 2층에서 10층까지 포진해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만 500여명에 달한다. 웬만한 중소기업 보다 종업원수가 많은 셈이다. 때문에 입구에서 방을 배정하지 않으면 운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자 쿵쿵거리는 음악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이곳 대표인 성준우씨는 “오픈 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아직까지 손님이 많은 편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듣고 찾아 온 손님들의 행렬이 쉴새없이 룸으로 이어진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손님몰이

룸의 모습은 기존의 룸살롱과 큰 차이가 없었다. 룸 중간에 테이블이 있고 정涌?액정 모니터가 달린 노래방 기기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영업 방식에 있어서는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게 업소측의 설명이다.

성 대표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현재 블랙, 레드, 화이트로 불리는 세 명의 영업 사장들이 세 개의 층씩 나눠 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영업 사장들의 색깔에 따라 각 층의 서비스나 운영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영업 기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기업형 룸살롱답게 이곳은 기존의 유흥업소 개념을 과감히 벗어나고 있다. 대기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콜센터 직원을 두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다음날 콜센터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된다. 직원은 이들에게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등을 조목조목 체크해 팀별로 점수를 매기게 된다.

물론 태생이 북창동이기 때문에 기존의 북창동 시스템을 고스란히 차용하고 있다. 강남 룸살롱과는 영업방식에서부터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강남의 경우 보통 쇼보다는 여종업원들의 ‘수질’에 승부를 걸고 있다. 이에 반해 이곳은 화끈한 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북창동의 질펀함을 유지하되, 다소 격조를 높여 손님들의 발길을 끄는 전략이다.

가격도 기존의 업소들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곳에서는 현재 대부분의 양주가 10만원 이하. 안주도 3~4만원 대에 머물고 있다. 블루팀 이만기 사장은 “중저가 룸의 경우 12년산 양주 및 안주를 포함해 50만원이면 성인 4명이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며 “가게 주변을 따라 포진해 있는 벤처기업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전략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일까. 이곳은 VIP나 상류층보다는 인근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곳 단골손님의 대부분은 주변의 벤처기업이나 대기업 직원들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예전에는 회식비가 이월됐기 때문에 팀원들에게 배당을 해서라도 모두 쓰는 편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한도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쓰지도 못한다.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소 룸살롱 "손님 싹쓸이" 한숨
   

룸살롱 타워는 오픈 전부터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유흥 1번지'로 통하는 강남에, 그것도 10층짜리 룸살롱 건물이 들어선다는 사실이 업계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룸살롱 타워가 오픈 한 지 보름이 지난 지금의 표정은 어떨까. 한마디로 '극과 극'이다. VIP들을 상대로 하는 이른바 '10% 룸살롱'의 경우 비교적 여유있는 표정이다. 역삼역 인근 B룸살롱의 최모 실장은 "상대하는 손님들이 다르기 때문에 영업에는 별 타격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군소 룸살롱의 경우 적지 않게 긴장하고 있다. 경기가 좋지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매상을 올려주던 인근 직장인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선릉역 부근에 위치한 A룸살롱의 업주 김모씨는 "아직까지는 큰 타격은 없지만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며 "현재 영업 상무들과 대책을 논의 중에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아가씨들의 대거 유출로 치명타를 입은 북창동의 경우 요즘 비상이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집중단속으로 경기가 예전 같지 않은데 그나마 있는 인원들까지 모두 룸살롱 타워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때문에 요즘은 빠져나간 인원을 보충하는 등 뒷수습하느라 골치가 아프다는 게 이곳의 업주들의 설명이다.

이석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 2003-10-16 13:57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