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사랑에 목마른 秋女

[스타 데이트] 왁스
핑크빛 사랑에 목마른 秋女

왁스(27ㆍ본명 조혜리)는 지금 “가을을 앓고 있는 중”이다. ‘화장을 고치고’ ‘부탁해요’ 등으로 꾸준히 여자의 슬픈 애정사를 노래해 온 그녀는 심금을 울리는 음악처럼 “가을엔 외로워진다”고 말했다. 가을이면 음반을 발표해 왕성한 활동을 하는 탓에 몸이 약해지는 것도 한 요인. 감기로 인해 연신 기침을 하는 그녀에게서 ‘오빠’나 ‘money’를 부를 때의 파워 넘치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앨범 나올 때마다 앓는 게 ‘징크스’에요. 평소에는 무척 건강한 편인데 활동을 앞두면 음식을 먹어도 잘 체하고 감기도 잘 걸리고 그래요. 저 자신도 모르게 ‘몸’이 꽤 긴장하나 봐요.”

그래도 역시 왁스는 발라드의 여제(女帝)답게 이름 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9월19일 발표한 4집 앨범 ‘WAX4’는 음반 업계가 불황의 늪에서 헤매고 있음에도 이미 30만 장이 넘게 팔렸다. 데뷔 초기만 해도 앨범 판매량이 25만장 선이었으나, 2집 80만장, 3집 60만장 등 여가수로서는 최고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대형가수로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음반 시장이 어제 오늘이 다르게 느껴지는 상황이라 더 잘 해야겠다는 마음 뿐이에요. 이럴 때일수록 움츠러들지 말아야죠.”


샹송과 재즈분위기 가미한 4집 앨범

4집 음반은 데뷔 이후 일관되게 표방해온 ‘왁스표 음악’에서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감미롭고 섬세한 스타일은 여전하지만, 이국적인 스패니시 기타를 사용하는 등 샹송과 재즈 분위기를 가미해 음악의 맛을 내는 솜씨가 각별하다.

그것이 왁스가 단 한 번의 슬럼프도 없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이다. 가창력이 뛰어나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화려한 기교로 대중을 사로잡으려 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그러나 분위기 있는 노래가 좋아요.”

4집 타이틀곡 ‘관계’와 ‘사랑하기 때문에’는 ‘분위기’를 강조하는 왁스가 특히 아끼는 곡이다. 가슴에 ‘찡’하게 와닿는단다. 이미 한 차례 화제를 뿌렸듯이 ‘관계’의 뮤직 비디오는 중국 상해 올로케 촬영 대작. 80년대 영화 ‘동방불패’ ‘황비홍’ 등으로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홍콩 배우 관지림과 탤런트 김영호가 함께 출연했고, 7억이란 거액이 투자됐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아요. 슬프면서도 정말 재미있어요.”

성격이 내성적이라는 건 사실인 듯하다. 데뷔 초기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한 탓에 1집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었던 탤런트 하지원이 실제 왁스라는 소문을 낳기도 했지만, 여전히 TV 노출을 되도록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창시절 친구들 중에 아직도 제가 가수 왁스인 것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어요.” 말을 아끼는 편이라 인기 가수임에도 왁스의 개인 신상은 지금도 거의 알려진 게 없다.

왁스는 판단에도 신중을 기하는 타입이다. “무엇에도 단 한 번에 ‘필’이 꽂히는 편은 아니에요. 음악도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부르고 좋아하다가 어느 순간 뒤늦게 ‘어! 가수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선택했어요.”

한때는 지독한 배고픔도 경험했다. 왁스 데뷔 이후에는 탄탄대로를 걸어왔지만, 96년 락 그룹 ‘도그’를 결성해 보컬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고생도 많이 했다. “예나 지금이나 락 그룹 활동으로 인정 받기는 어렵다”는 게 그녀의 말. 그래도 순수하게 음악에 빠져들어 연구하고 매달렸던 경험이 지금 활동하는데 큰 힘이 된다고 믿는다.


"임자 나타나면 내일이라도 결혼"

20대 후반에 접어든 그녀가 결혼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핑크빛’에 가깝다. 그룹 시절 “시집 잘 가서 애기 낳고 평범한 여자의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던 왁스의 어머니는 요즘 “결혼은 해서 뭐하니”라며 말리는 분위기로 돌아섰지만, 그녀는 “임자만 있으면 내일이라도 가고 싶다”고 한다.

“생각이 ‘깬’ 사람이었으면 해요. 음악인이든 아니든 상관없지만, 평생 제가 음악 활동 할 수 있도록 외조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화제가 무엇이었든 언제나 왁스의 얘기는 음악으로 끝을 맺는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무대에 서는 가수가 되는 것”이 그녀의 인생 목표다. 그때쯤이면 세월을 머금은 그녀의 목소리가 얼마나 깊은 울림을 만들어낼 지 자못 궁금해진다.


◆ 프로필

생년월일: 1976년 5월 31일 키: 165cm 몸무게: 45kg 혈액형: O형 취미: 심야 영화 감상 가족사항: 2남 1녀 중 장녀 학력: 등촌중- 덕원여고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3-10-16 16:58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