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치밀한 계획과 실행


주위에서 ‘성공한 인생’이라는 부러움을 사는 이들에게는 몇 개의 공통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그들의 계획적인 삶의 방식이다. 그들은 자신의 하루, 한달, 1년, 10년을 계획하고, 자신의 설계대로 생활한다. 목표와 계획이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왜 이런 말을 하는 지 독자들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벌써 골프 시즌이 거의 다 지나갔는데, 올 한해는 자기 계획대로 골프를 했는지 궁금해서다. 남들이 깜짝 놀랄 만큼 실력이 늘었다면 더 할 나위없이 반가운 일이고, 행여 제자리 걸음을 했다면 다소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혹 조금 더 나아지겠다고 스윙폼을 고쳤는데 오히려 스코어가 뒷걸음질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구력은 쌓이는데 실력은 나아지지 않는 것은 왜 일까? 필자가 보기에는 구체적이고 짜임새 있는 훈련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프로 선수들의 골프 계획은 아마 골퍼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치밀하다. TV 에서는 샷하는 장면과 일반적인 상식 수준의 연습 방법만 소개되지만 사실 프로 선수들은 자신만의 연습 방법, 노하우를 갖고 있고, 이는 깜짝 놀랄 정도로 정교하다.

예를 들면 PGA에 들어가기 전 단계인 2부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우 언제나 온도계를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이들은 아침에 샤워를 할 때마다 몸 컨디션에 제일 좋은 온도에 맞춰 샤워를 한다.

맨 처음 이 말은 들은 필자는 “설마…”라며 고개를 흔들었지만 현재 2부 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로부터 자신의 룸메이트가 그렇게 하는 것을 봤다는 말을 들으니 실감이 갔다. 그리고 그린 주위에서 무려 7시간을 연습하는 바람에 그 곳이 스파이크에 눌려 움푹 패였다고 하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도 들었다.

이들은 한가지 동작을 연습할 경우, 몇월 몇일에 시작해 몇일까지 이 동작을 끝낸다는 하루 단위 계획까지 잡아놓는다. 그 동작을 마스터하면 또 다시 다른 계획을 잡아 스윙 교정에 들어가고, 그 다음에는 다음 동작을 익히고…. 모든 것이 계획, 계획, 계획 아래 진행되는 것이다.

아마 골퍼들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쉽게 만족한다는 것이다. 상당수 아마 골퍼는 점수가 잘 안 나와도 그 날 숏게임이 좋으면 거기에 만족한다. 드라이브가 경쾌하고, 비거리가 많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괜찮았다”고 자위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오늘 게임에서는 무엇이, 왜 잘못됐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다음 라운드 때는 그것을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올해는 5타는 줄여야지”라고 막연히 목표를 세우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이는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인 소망일 뿐이다. 골프는 계획과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집요해야 한다. 아직은 그래도 조금 시간이 남아 있다.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작지만 치밀한 계획을 세워보라. 아마 추위로 올 한해를 정리하는 마지막 라운드 때는 확실히 달라진 자신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박나미


입력시간 : 2003-10-21 15:40


박나미 nami86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