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감기와 독감, 알레르기


쌀쌀해진 날씨 탓에 요즘 감기 걸린 분들이 무척 많아졌다. 동네 병원들이 늘어난 감기 환자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초등학교 입학 전의 아이들은 1년에 평균 12번 감기에 걸린다. 감기에 걸리는 횟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줄어들어 어른이 되면 연간 평균 2~4회 감기에 걸리게 된다.

감기는 옷을 춥게 입고 외출을 했다거나 비를 맞았다고 걸리는 것은 아니다. 감기는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우리 몸으로 전염되어 생기는 일종의 전염병이다.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자신의 콧물이나 침, 눈물을 손에 묻힌 후 다른 사람들과 공용하는 전화나 문고리, 엘리베이터 버튼으로 옮기고, 이곳을 만진 다른 분들이 다시 자신의 눈, 코, 입의 점막에다 바이러스를 심어주는 것이 주요 전염경로이다.

그러므로 손을 자주 씻고 양치질을 자주하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감기예방의 지름길이 된다. 주변에 보면, 유독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이 있다. 감기 바이러스에 자주 노출이 되는 분들이 자주 감기에 걸리는 데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나 감기에 자주 걸리는 아동들과 생활하는 선생님, 주부들은 남들보다 더 자주 감기에 걸리게 된다.

같은 양의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면역력이 좋은 분들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앓고 빨리 지나가게 되는데, 면역이 떨어져 있는 분들은 감기를 심하고 오래 앓게 된다. 힘든 일이나 긴장되던 시험 준비를 마친 후에 된통 몸살을 앓는 일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본 일일 것이다.

대부분의 감기약들은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이 아니고 감기의 증상을 줄여주어서 환자가 감기에 걸린 기간을 편하게 지나가도록 도와주는 약이다. 그러므로 약을 먹든 먹지 않든 질병 경과에는 큰 영향이 없다. 그래서 감기는 감기약을 먹으면 일주일, 감기약을 안 먹으로 7일 간다고들 이야기한다.

감기를 치료하지 않는다고해서 감기가 더 키워지지는 않는다. 단, 감기와 초기 증상이 유사한 다른 병을 감기로 오인해서 치료시기를 놓쳐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감기는 일반적으로 1주일 정도면 완치가 되므로 오래가는 감기가 있는 경우는 빨리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독감은 감기와는 다른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서로 다른 병이다. 증상에도 차이가 있어 감기는 기침, 콧물, 가래 등의 호흡기계 증상이 주된 증상인데 반해 독감은 오한과 고열, 근육통의 전신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독감은 폐렴이나 기관지염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많이 생기고 심할 경우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는 점이다. 독감은 독감예방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므로 항체가 생기는 기간을 감안하여 늦어도 10월 말까지는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독감에 대한 치료도 감기와 유사한 증상 완화제를 쓴다. 바이러스의 변이가 심해 항바이러스제를 만들 수 없는 감기와는 달리 독감에 대한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이미 개발되어 시장에 나와 있다. 48시간 이후에 사용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에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증상이 시작된 지 48시간 이내에 사용하면 증상 기간을 50%정도 줄일 수 있고 합병증 발생도 감소시켜서 선별적으로 처방되고 있다.

감기, 독감과 증상이 비슷하여 주의깊게 구별해야 할 다른 질환으로는 알레르기가 있다. 코가 간질간질하면서 재채기를 하고, 맑은 콧물이 흘러내리므로 초기 감기와 구별하기가 어렵지만 알레르기 증상으로 열이 나거나 목의 임파선이 붓는 일은 거의 없다.

1년 내내 증상이 있는 통년성 알레르기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날아다니는 계절에만 증상을 일으키는 계절성 알레르기가 있는 데 봄뿐만 아니라 가을에도 알레르기쑥, 돼지풀, 환상덩굴꽃가루 등의 잡초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이 되어 봄철 환절기 못지않은 증상을 유발한다.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에게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찾아 피하는 것이다. 원인물질을 찾기 위해 주로 혈액검사나 피부반응 검사를 한다. 이렇게 밝혀진 원인이 피할 수 있는 원인이라면 피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피할 수 없는 원인의 알레르기라면 알레르기 증상을 줄여주는 치료를 하게 된다.

이미 감기나 독감에 걸린 분들은 충분한 수분공급과 음식물섭취, 그리고 충분한 휴식이 취하는 것이 가장 빨리 낫는 지름길이다. 증상이 심한 경우는 증상에 따라 약을 먹는 것도 감기를 편하게 지나가게 하는 방법이다. 감기약에 들어 있는 졸리운 성분은 항히스타민제이다.

감기의 제반증상을 줄여주기 위해 사逾풔?데 대표적인 부작용이 졸리움이다. 졸립지 않은 항히스타민제를 개발하여 감기에 처방해 보았더니 부작용은 줄어들 대신 감기의 증상이 좋아지는 효과는 줄어들었다.

이유인즉 졸려야 일을 줄이고 몇 시간이라도 더 쉬게 되는데, 졸립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휴식시간이 줄어들어 인체의 자연 치유력인 면역력 회복이 늦어지기 때문이었다. 잘 쉬어야 빨리 낫는 병이 바로 면역계의 역할이 주효한 감기와 독감이다.

박현아 가정의학 전문의


입력시간 : 2003-10-21 15:51


박현아 가정의학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