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관련 이씨 역할에 주목, 야당선 盧 겨낭 포화

최도술-이영로 커넥션, 눈 앞 캄캄한 +a 있다?
정치자금 관련 이씨 역할에 주목, 야당선 盧 겨낭 포화

“SK측으로부터 받은 11억원은 곁가지에 불과하며 본체는 부산 건설업체들로부터 받은 돈이다.” 10월16일 국회 본의원 질문에서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비리 의혹과 관련해 던진 말이다. 홍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눈앞이 캄캄했다’며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것이 SK비자금 때문이 아니라 ‘+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바로 전날 최씨를 특가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하면서 “최씨가 대선 직후 고교(부산상고) 선배인 은행 간부 출신의 이영로씨에게 대선 때 진 빚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와 달라고 부탁했고, 이씨의 주선으로 손길승 SK회장에게서 11억원 상당의 CD(양도성 예금증서)를 받아 이씨 부인의 계좌에 입금했다”며 “‘+α’나 최씨가 다른 기업으로부터 부정한 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고 항간의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α’에 대한 의혹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씨는 지난 8월 청와대 총무비서관에서 물러나면서 ‘총선 출마’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청와대 안팎과 부산 정가를 중심으로 ‘비리’(+α)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부산 정가와 재계에서는 최씨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부산지역 회계 책임자로 활동하면서 이 지역 기업체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만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와 부산재계 연결창구는 이영로

부산 중견 제조업체의 한 간부는 “어느 기업체 모임에서 이영로씨가 최씨를 기업 대표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는 이씨의 역할에 더 비중을 두었다.

지역의 한 언론인은 “부산 재계에서 최씨는 무명에 가깝다. 그를 기업에 연결한 것은 금융계 ‘마당발’로 통하는 이영로씨일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는 손길승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영로씨가 최도술씨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증언한 것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최씨와 이씨와의 관계, 그리고 SK비자금 또는 ‘+α’와 관련된 이들의 ‘역할’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부산상고 동문이나 부산지역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씨가 부산상고 총동창회 부회장 등 간부를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했고 지난해 대선에서도 노 후보 진영에 깊숙이 간여하면서 노 대통령의 부산지역 선거자금 회계책임을 맡았던 최씨와 줄곧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오래 전에 이 지역 G사가 최씨와 이씨를 연결해 준 것으로 안다”며 “최씨는 부산 재계에 문외한이었고, 이씨는 정계라는 배경이 필요해 서로 손을 잡은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최씨가 대선을 전후해 자주 기업체에 얼굴을 내밀었다”며 “대선 후에는 오히려 기업측에서 최씨를 찾았다”고 말했다. 대선후 기업과 최씨와의 만남에 이씨가 매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최근 중풍으로 쓰러져 부산대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최씨와 이씨의 커넥션과 관련, 주목되는 것은 9월20일 노 대통령이 부산지역 경제인을 초청한 청와대 오찬.

노 대통령이 부산지역 경제인들을 청와대에 초청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 모임에는 김성철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국제종합토건 회장)을 비롯해 조용국(명진 TSR) 서진석(화승) 최찰(광신석유) 김용정(대동상사) 등 부회장 8명과 서윤석(은성산업) 김종종(신일건구) 감사, 이병석(동성산업) 최순환(그린조이) 등 상의 관계자 9명, 성종락(화물운송조합 이사장) 지역경제인 2명 등 모두 25명이 참석했다.


최씨 부산경제인 청와대 모임 주선

여기서 주목할 것은 ‘청와대 모임’을 주선한 장본인이 최씨라는 점이다. 그 뒤에는 이씨가 있었다. 당시 청와대 모임에 참석했던 한 기업인은 다른 기업 대표로부터 “최씨가 자리를 마련했으니 참석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당시 청와대와 부산 재계에서는 ‘부산 기업인들이 대선 때 도와줬는데 돌아오는 게 아무것도 없어 불만이 팽배하다’ ‘부산 기업인의 불만이 언제 터질 지 몰라 진무 차원에서 예정에 없던 청와대 초청 오찬이 이뤄졌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또 최씨가 부산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모았는데, 이것이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한 청와대 민정쪽에서 최씨를 총선 출마를 명분으로 사표를 종용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10월10일 법무부 국감에서 “최씨측이 대선전 부산 지역 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받고도 당선 후 이들을 돕지 않아 검찰과 청와대에 진정이 들어갔다는 말이 있다”고 주장해 공론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검찰은 ‘SK비자금’ 사건과 관련, 최씨의 개인비리로 한정하는 기색이다. 일설에는 검찰이 최씨가 돈을 받았다는 부산 기업들을 내사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노 대통령에게까지 사정 칼끝이 겨누어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래서 야권은 ‘SK 수사’가 채 마무리 되기 전부터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재신임’과 ‘총선’을 앞두고 ‘특검정국’이 펼쳐질 경우 최씨와 이씨사이의 ‘특별한’ 커넥션이 주요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최도술-손길승 연결한 금융계 '마당발' 이영로는 누구?
   

'SK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손길승 SK그룹을 연결시킨 사람은 최씨의 고교 선배인 이영로(63)씨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노무현 대통령과 최 전비서관의 부산상고(45회) 선배로 부산지역 금융계에서는 '마당발'로 통한다.

부산지역의 한 중견 기업인은 이씨를 5.6공 시절 금융가의 황제로 불리며 전·노 비자금을 주물렀던 이원조 전 은행감독원장에 비유, '부산의 이원조'라고 했다.

이 기업인에 따르면 이씨의 자금관리 수법이 치밀하고 수백억대의 재력가로 알려져 있지만 자신 명의로 된 재산은 거의 없다고 한다. 주변인물에 따르면 이씨는 60년대말 부산은행에 입사, 국제금융부장을 지내던 78년에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부산 금융계에서 수완을 발휘한 것은 퇴직이후. 이씨는 전두환 대통령시절 실세 L씨의 특별대출 지원으로 부도 직전의 H해운을 살려낸 뒤 자회사인 K.J사의 월급쟁이 사장을 하면서 기업경영에 눈을 뜬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부터 이씨는 금융계는 물론 정·관계와도 활발한 교류를 해왔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씨는 국제그룹 산하의 투자금융회사와 상호신용금고 등 제2 금융권과 사채업에 관계하면서 큰돈을 모아 금융기관 지분을 상당수 보유했으며 지역 기업에 대한 M&A에도 관여, 타인 명의의 회사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부산 동래구에 있는 D음식점과 경남 양산의 B농장 정도다.

지난 대선에서 이씨는 부산상고 총동창회 부회장 등 간부를 맡아 노 후보 진영의 선거자금 동원 등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지역에는 소문이 나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3-10-23 10:46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