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스와핑, 한국사회에 급속 확산, 성윤리 논쟁

중독된 쾌락, 세상 끝에 선 그들
충격의 스와핑, 한국사회에 급속 확산, 성윤리 논쟁

지난 5일 오후 8시 경기 광주군의 G 펜션 앞마당. 서울 경기지역에서 자가용을 타고 모여든 30~40대 부부 6쌍이 마당에 둘러앉아 바비큐 파티를 벌이는 모습은 또래 친구들의 부부동반 모임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 가자 이들은 자신의 목적과 본능을 숨기지 않았고 이 모임은 곧 충격적인 스와핑(부부교환섹스) 현장으로 변질돼 갔다.

정원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술이 조금씩 들어가자 남녀 5명 정도씩 흩어져 방으로 들어간 뒤 겉옷을 모두 벗어 던졌다. 노래방 반주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동안 분위기가 무르익자 한 40대 남성은 자신의 속옷을 벗고 전라가 됐다. 부끄러움도 없는 남녀들은 서로의 속옷을 잡아당기고 허리를 껴안으며 희롱하는 등 광란의 파티를 이어갔다.

2시간여가 흐른 뒤 땀에 흠뻑 젖은 사람들은 샤워를 마치고 모두 거실로 모여들었다. 새벽 2시께부터 ‘남의 남편ㆍ부인’과 은밀한 눈빛을 교환하던 이들은 속속 짝을 이뤄 빈 방으로 사라졌다. 8시간의 잠복을 통해 이들의 스와핑(부부교환섹스)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혀를 내둘렀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상류사회 인사들이 주류

의사, 대기업 임원 등 상류층 인사들이 배우자를 맞바꿔 성관계를 맺는 ‘스와핑’을 벌이다 경찰에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선진국형 성 풍속도인 스와핑이 한국에 상륙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광범위한 스와핑 행각이 밝혀지면서 한국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개인의 성적 취향이다’, ‘도덕적 지탄을 받아야 할 풍기문란 행위다’는 주장이 엇갈리면서 스와핑 문제는 한국인의 성(性) 윤리에도 잣대를 들이미는 상황이다.

경찰이 일부 상류층을 중심으로 스와핑이 퍼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 7월. 스와핑에 호기심이 있는 남성으로 가장한 서울 강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계 A경장은 즉시 스와핑 정보가 유통된다는 인터넷 S사이트 등 2곳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회원들에게 스와핑에 관련된 정보를 문의하고, 채팅 등의 활동에도 열성을 보이자 한 스와핑 그룹은 자신들의 스와핑 장면을 촬영한 20여장의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신뢰를 확보한 A경장은 이 달 초 스와핑 모임 참석을 제안 받았고, 부인으로 가장한 여경과 함께 서울 서초동의 한 노래방으로 향했다.

A경장은 “서로 소개를 마친 뒤 술을 마시고 춤을 추다 남성쪽 제안을 받아들인 여성과 쌍을 이뤄 각각 구석진 방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증거를 확보하고 자리를 빠져 나온 A경장은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고 충격적인 사실은 속속 밝혀졌다.

스와핑 모임을 주선하다 경찰 조사를 받은 L(38)씨는 “스와핑에 참여하는 부부들은 일단 사회적 레벨(level)이 높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서로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게 관례지만 회원들은 의사, 기업체 사장, 대기업 임원 등 대부분 우리 사회의 상류층이었다”며 “나이는 30대후반에서 40대후반까지 다양한 편”이라고 말했다.

L씨는 또 “스와핑을 즐기는 부부들은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고 호기심 때문에 한 번 정도 참여하는 부부가 대부분이지만 중독현상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며 “권태로운 부부생활에 지쳐 강한 성적 자극을 원하는 부부들이 스와핑을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스와핑 회원 6,000쌍 추정

경찰은 스와핑 모임 회원으로 활동 중인 부부가 6,000쌍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지역에만 500여명 정도가 회원으로 등록돼 있고, 부산 대구지역 역시 스와핑 모임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와핑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주선된다. 10여개의 스와핑 관련 인터넷사이트에 ‘화끈부부’, ‘강남로즈’ 등의 가명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은 게시판에 자신의 거주지역, 나이, 키, 몸무게 등을 소개하고 Ф遷낯?확인한 뒤 5~10쌍씩 펜션, 노래방 등지에서 만나 스와핑 행각을 벌였다.

스와핑은 남성이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접근하고 제안하며 여성 회원의 의사에 따라 성관계로 이어지는 식. 스와핑 모임 회원인 40대의 사업가 A씨는 “참가자들 가운데 교수, 공무원 등도 있었고 요즘에는 갓 결혼한 20대 초ㆍ중반의 신혼부부까지 모임에 나오더라”며 “실제 스와핑에 참석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감을 채우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개인적인 일" 처벌 엄두 못내

미국의 일부 상류층을 중심으로 시작된 스와핑은 크게 대상자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배우자를 맞바꾸는 형태의 ‘스왑(swap)’과 결혼을 하지 않은 커플들의 성 교환, 부부가 솔로를 상대하는 3s 등이다.

최근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의사 D(36)씨의 경우 자신의 부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여성 회원 1명과 남성 회원 5명의 그룹섹스를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3s는 돈을 받는 남성 혹은 여성 1명이 중간에 끼기 때문에 성 매매 알선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스와핑은 처벌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스왑은 또 다시 2종류로 나뉜다. 부부 사이의 약속에 따라 1:1로 다른 장소에서 배우자를 바꿔 만나는 ‘정통스왑’과 스왑의 변형된 형태로 같은 장소에서 여러 부부들이 집단 섹스를 즐기는 방식의 ‘스와핑’ 혹은 ‘스윙’으로 불리는 모임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스와핑 모임은 부부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호적등본이나 결혼식 사진을 지참해야 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A씨는 “불륜 관계인 남녀가 스와핑 모임에 참여했다 적발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스와핑 행각은 성윤리 논쟁에 불을 당겼다. 경찰이 적발한 스와핑 행각이 속속들이 공개되자 인터넷 게시판 등지에는 비난 글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의 주된 반응은 “한국 사회의 분위기 상 아직도 스와핑은 용납되기 어려운 일그러진 성문화”라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스와핑에 10여 차례 참여한 적이 있는 B씨는 “죄책감도 있지만 남들에게 피해도 주지 않는데 죄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경찰 역시 스와핑이 ‘대가와 강압성 없이 성인들끼리 합의해 이뤄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는 이유 때문에 처벌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 YMCA 성문화센터 이명화 관장은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스와핑은 이미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성문제에 대한 아노미 현상의 반영일 뿐”이라며 “사회 전체에 만연한 그릇된 성문화를 바로 잡는 일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상원기자


입력시간 : 2003-10-23 11:21


정상원기자 ornot@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