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어깨선에 내려앉은 선율


■ 제목 : 스피넷 (Spinet)
■ 작가 : 토마스 윌머 듀윙 (Thomas Wilmer Dewing)
■ 종류 : 목판 유화
■ 크기 : 39.5cm x 50cm
■ 제작 : 1902
■ 소장 : 워싱턴 국립 미국 미술관 
(National Museum of American Art, Washington, D. C.)

빛깔을 표현하는 형용사만큼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는 매우 다양하지만 일곱 색으로 나뉘는 무지개 빛 사이사이에 수많은 색상이 숨어 있듯 나타낼 수 없는 감정의 표현 또한 수없이 많다.

어떤 영화나 음악, 소설 등을 감상한 뒤 ‘감동적이다’ 혹은 ‘뭐라 형언할 수 없다’라고 하는 말이 매우 불명확한 표현임에도 우리는 그것을 단순히 재미있거나 멋지다는 것 이상으로 받아들인다. 예술 작품 앞에서의 외마디 탄성 안에도 그와 같은 표현 할 길 없는 감정이 내포되어 있다.

1880년대부터 미국 르네상스 스타일을 이끌었던 화가 토마스 윌머 듀윙의 작품은 아름다움 이상의 묘하고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조국인 미국보다 프랑스 파리에서 더 오랜 기간 미술교육을 받았던 듀윙은 유럽 미술 성향을 자연스럽게 흡수하였다.

그의 작품은 사실적이고 장식적인 묘사로 특이한 광채를 가진 라파엘전파의 특징과 인간 내면을 신비하게 표현하여 일차적 감각에 호소하는 상징주의 속성과 함께 물리적 대상이 빛에 녹아 있는 듯한 느낌의 인상주의 화풍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당 시대, 풍경 속에 인물을 대상으로 표현했던 작품 가운데 대부분은 인물이 캔버스를 점령했던 것과 달리 듀윙의 작품에서는 인물이 풍경에 용해된 듯, 풍경이 인물을 감싸 안은 듯 배경과 인물이 하나가 되어 있다.

스피넷이란 15세기에 생긴 피아노의 전형이며 건반이 딸린 발현악기를 가리키는 말로 작품 ‘스피넷’에서 우아한 자태를 모두 드러내지 않고 뒤돌아 앉아 있는 여인과 함께 고요한 갈색 톤의 방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스피넷을 연주하는 여인의 눈부신 어깨를 비추는 따뜻한 햇살, 여인의 반짝이는 어깨선 만큼이나 아름다울 스피넷의 고운 선율, 시간과 숨이 멎어버릴 것 같은 감동을 무엇으로 표현 할 수 있을까?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0-23 15:49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