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벗기 댄스 경연대회' 또다시 도마위로 고액 경품 내견 섹시댄스 이벤트로 퇴폐 조장

[르포] 팬티 벗고, 비비고, 흔들고…
'옷벗기 댄스 경연대회' 또다시 도마위로
고액 경품 내견 섹시댄스 이벤트로 퇴폐 조장


불황이 깊어질수록 여성들의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고 했던가. 경기 한파가 장기화되면서 퇴폐성 댄스 경연대회를 선보이는 나이트클럽이 부쩍 늘고 있다.

이른바 ‘옷벗기 댄스대회’라 불리는 이같은 이벤트는 한때 강남 일대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았던 아이템.

그러나 퇴폐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경찰의 집중 단속을 받고 자취를 감췄다. 이 같은 댄스대회가 최근 경찰의 허술한 단속을 틈타 또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옷벗기 부추기는 춤판

최근의 특징은 강남이 아닌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확인한 곳만 서울 강서구청 사거리, 경기도 고양시 화정 지구 등 두 곳.

그러나 수도권 일대 상당수의 나이트클럽들이 이 같은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귀띔이다. 이들은 현재 ‘섹시 댄스 경연대회’ ‘디스코 경연대회’ 등의 이름을 내걸고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옷벗기를 부추기는 ‘퇴폐성’ 이벤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들은 고가의 경품을 내걸어 손님들의 일탈을 유도하고 있다. 때문에 이벤트가 열리는 날이면 인근 지역 뿐 아니라 지방에서 원정 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부 업소들의 경우 전문 ‘춤꾼’까지 고용해 손님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어 당국의 실태 조사가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10일 새벽 1시 경기도 고양시 화정 전철역 부근. 이곳은 전철역을 따라 각종 유흥업소들이 밀집해 있는 탓에 ‘경기도의 로데오 거리’로 불린다. 요즘 이곳에는 이색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어 지나가는 취객들의 눈길을 붙잡고 있다.

한 나이트클럽에서 금요일마다 개최하고 있는 섹시 댄스 경연대회다. J나이트클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행사는 이미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에까지 입소문이 난 상태. 인터넷 카페에 동호회를 개설해 댄스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춤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간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직 입구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엘리베이터 너머로 쿵쿵거리는 음악소리가 전해진다. 100여평 규모에 마련된 좌석은 이미 대부분이 주인을 차지한 상태. 무대에는 수십명의 남녀가 어울려 ‘춤삼매경’에 빠져있다.

새벽 1시 30분이 되자 사회자가 섹시 댄스대회의 시작을 알린다. 대회 진행은 크게 예선과 본선으로 나눠 진행됐다. 예선전에는 10여명의 남성과 여성이 참석했는데 즉석에서 파트너를 이뤄 최대한 섹시한 동작을 연출해내는 게 예선전 통과의 관건. 음악이 나오자 한 커플씩 나와 현란한 춤솜씨를 선보인다.

일부 성미 급한 남성은 옷부터 벗으려 한다. 그러자 사회자가 “벌써부터 옷을 벗으면 결승 때는 완전히 다 벗어야 한다”며 제동을 건다.


고급승용차 경품 내걸기도

그러나 본선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본격적인 ‘퇴폐 춤판’이 벌어진 것이다. 첫 참가자는 캐주얼 차림의 20대 남성. 점잖은 춤으로 분위기를 잡던 이 남성은 갑자기 뒤로 돌아 바지를 내린다. 순간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이어 등장한 여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컨셉 자체가 노출인지 그나마도 짧은 치마를 걷어올려 속옷을 공개한다. 잠시 후에는 윗옷을 통째로 걷어올려 상반신을 노출하는 등 아슬아슬한 장면이 수시로 나왔다.

물론 이를 바라보는 사회자의 제지는 없었다. 오히려 사회자는 “똑같은 조건이라면 그냥 춤추는 여성보다는 바지 벗는 남성에게 높은 점수가 주어진다. 또 바지 벗는 남성보다는 팬티 벗는 여성의 점수가 더 높다”며 노골적으로 옷벗기를 부추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손님에 따르면 이 정도는 약과라고 한다. 얼마 전에는 옷을 모두 벗은 남성이 뒤로 돌아 브레이크 댄스를 춰 한바탕 난리가 났다. 상품에 눈이 먼 일부 여성은 아예 팬티마저 벗어 던지기도 한다.

서울 강서구청 사거리 인근의 상황은 더하다. 강서구청에 따르면 요즘 이곳에서는 나이트클럽을 홍보하는 벽보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인근 업소끼리 경쟁이 붙으면서 댄스대회를 알리는 벽보로 도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담당 공무원들은 벽보를 떼어내는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실제 지난 10일 오후 2시 화곡동 사거리 인근. 공무원과 공익요원 10여명이 고가다리 주변에 모여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나이트클럽 홍보 벽보를 제거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구청 관계자는 “도대체가 끝이 없다. 떼어내면 붙이는 숨바꼭질을 일주일에만 몇 번씩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구청 공무원들을 골탕먹인 장본인들은 의외로 구청 인근에 포진해 있었다. 현재 이곳에는 C호텔 나이트클럽, N나이트클럽, A나이트클럽 등 4~5개의 나이트클럽이 있다. 이중에서도 C업소와 N업소가 댄스 경연대회를 통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특히 N나이트클럽의 경우 고급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걸며 취객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 물론 이곳에서 벌어지는 수위도 앞의 화정 지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전문댄서 고용, 분위기 유도

취재진은 현지에서 또 하나의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댄스대회에 참가하는 사람 중 일부가 업소에서 고용한 ‘도우미’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벤트 초창기에 나와 화끈한 춤으로 분위기를 유도한다. 화끈한 무대쇼를 연출한 대가로 받는 것은 업소가 내건 상품. 결국에는 고객들만 우롱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나이트클럽 종업원은 “단순한 손님들로 대회를 진행할 경우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일부 업소에서는 단골손님이나 업소에서 고용한 전문 댄서들이 처음에 나와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노출 수위 놓고 사법당국과 '신경전'
   

퇴폐성 댄스 경연대회가 우후죽순으로 늘자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광주지법 형사 단독 김성주 판사는 지난 6일 선정적인 댄스 경연대회를 개최한 한 나이트클럽 대표에 대해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댄스 경연대회를 연 나이트클럽 업주에 대해 처벌이 가해진 것은 근래 들어 처음.

그러나 음란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한 것은 여전히 문제다. 현행법상 퇴폐행위를 구분할만한 뚜렷한 법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판례에서도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할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업주들은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등 법적 조언을 받고 있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게 사실. 강서구청 사거리에 위치한 한 나이트클럽 관계자는 "도대체 어디까지만 음란이고, 어디까지가 정상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상품에 눈이 먼 극성 손님들이 돌발적으로 벌이는 것은 감안해줘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단속자들의 상황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여성이 상체 또는 하체를 완전히 노출하는 등 확실한 경우에만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 2003-10-29 15:42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