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피아니스트 다케시 가케하시 연주회


‘편견을 넘어, 음악으로 세상을 본다’. 소아암과 시각 장애를 극복하고, 마침내 세계로 우뚝 선 일본 피아니스트 다케시 가케하시(27)가 내한 연주회를 갖는다.

비올라 주자인 아버지와 소프라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은 축복이었다. 생후 1개월만에 소아암의 여파로 시력을 잃게 된 것은 엄청난 시련이었다. 그리고 4세때 피아노 앞에 앉은 것은 또 다른 축복의 시작이었다. 이어 빈으로 이주, 본격 음악 수업의 길로 접어 든 것은 그 축복의 실현이었다.

1994년 독일 에팅엔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 같은 해 체코에서 열렸던 ‘맹인을 위한 국제 음악 콩쿠르’ 우승, 이듬해 미국서의 ‘스트라빈스키 영 피아니스트 콩쿠르’ 우승 등의 사건을 통해 그는 축복을 증명해 보였다. 2000년 국제 쇼팽 콩쿠르에서는 바르샤바 시장이 수여하는 특별상을 받더니, 2002년 10월에는 드디어 카네기홀 데뷔무대를 갖기에 이르렀다.

그는 일본의 영웅이다. 그곳의 TBS와 NHK 등 TV사는 경쟁적으로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 세계에 그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나에게서 음악이란 생명이며, 나의 모든 기쁨과 고통을 표현하게 하는 매개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국립 상트 페테르부르크 심포니오케스트라,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잘츠부르크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과의 잇단 협연으로 그는 자신의 현재가 우연이 아님을 입증해 보였다.

이밖에 NHK 방송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해 세계에 보급한 덕에, 가케하시의 음악과 메시지는 세계인이 공유하고 있다. 1997년 무라마츠상 수상, 1999년 도쿄시가 제정한 문화 시민상 수상 등 그는 이미 사회 저명 인사다. ‘쇼팽 연주곡집’ 등 모두 4장의 음반을 발표

이날은 또 시각 장애인으로 숙명여대 피아노과에 4학년으로 재학하고 있는 김예지양도 출연해 연주를 들려 준다. 김양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덕영 트리오’가 무대의 의미를 새삼 밝힌다. ‘덕영’이란 이번 공연을 후원하고 있는 비영리 교육재단의 이름이다. 1996년에 만들어진 이 재단은 국내외의 장학금 지원 사업은 물론, 국내 최초의 점자 악보 출간, 학술 재단이나 학생 도서 보급 사업 등에 힘을 쏟고 있다. 바이올린 이현웅(한국 예술종합학교 4), 첼로 노유진(서울대 1) 등 각종 청소년 콩쿠르를 석권한 재원들이다.

연주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조곡 12번ㆍ24번’, 베토벤의 ‘3중주적 콘체르토’등. 10월 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41-6234


콘서트
스타니슬라브 피아노 콘서트

쇼팽의 권위자 스타니슬라브 부닌이 4년만에 한국을 찾는다. 1989년, 1998년에 이은 세번째 내한이다. 완벽한 기교와 흔치 않은 리듬감으로 청중을 압도하는 쇼팽으로 세계적 권위를 쌓은 주인공이다. 틀에서 벗어난 연주를 추구하는 그의 바흐와 베토벤 연주는 논쟁을 불러 오기도 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쇼팽의 ‘뱃노래’, 슈베르트의 ‘환상곡’,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등을 연주. 10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41-6234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극단 산울림은 추억의 연극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를 공연한다. 이땅에 페미니즘이 채 상륙하기도 전인 1991년, 초연돼 이땅의 어머닝화 딸들을 울렸던 작품이다. 어머니의 주검을 옆에 두고 딸이 지난 시간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자기의 연극적 고향인 산울림 극장에 모처럼 다시 돌아 와 열연을 펼칠 박정자의 활약이 기대되는 무대다. 딸은 신인 길해연. 임영웅 연출. (02) 334-5915


뮤지컬 코미디'웁스'

‘웁스(Oops)!’는 병원이라 한정된 공간에 같이 있게 된 환자들의 행태를 통해 시대를 풍자하는 뮤지컬 코미디다. 허풍장이 택시 기사, 방송사 직원, 보험사 직원 등 한 병실에서 날라리 환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다. 그러나 검진 결과, 시한부 인생이라는 뜻밖에 선고로 급속한 반전이 이뤄지는데….10월 31일까지 강석훈 작, 이태용 연출, 성낙만 이태희 등 출연. 10월 30일까지 문화일보홀.(02)3141-6979


극단 차이무 '비언소'

요즘 세상을 풍자하는 짤막한 단편들로 업그레이드 된 극단 차이무의 ‘비언소(蜚言所)’가 공연된다. 말 안 되는 말이 횡행하는 곳이란 뜻을 가진 이 연극은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를 펼쳐 이 시대 한국을 풍자하는 연극 콜라쥬다. 한국 어느 도시의 공중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제각각 펼치는 넋두리와 욕지거리가 질펀하게 펼쳐진다. 영화에서도 주가를 薦隔?있는 류승범이 출연,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상우 작, 박광정 연출. 11월 4~12월 28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62-0010

장병욱차장


입력시간 : 2003-10-31 10:07


장병욱차장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