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힘대로 움직이는 사랑과 이혼의 방정식

[시네마 타운] 참을 수 없는 사랑(Intolerable Cruelty)
자본의 힘대로 움직이는 사랑과 이혼의 방정식

■ 참을 수 없는 사랑(Intolerable Cruelty)

감독·각본: 조엘 코엔, 감독·제작·각본: 에단 코엔, 주연: 조지 클루니, 캐서린 제타 존스, 제프리 러쉬, 빌리 밥 손튼, 배급: UIP

코엔 형제의 열렬한 팬이라면, 조지 클루니와 캐서린 제타-존스와 같은 대스타가 주인공으로 나온 <참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해 약간은 의아해 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영화를 보고 나서도 “뭐, 코엔 영화가 이래”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애리조나 드림>, <바톤 핑크>, <밀러스 크로싱>,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의 블랙 코미디를 좋아했다면 <참을 수 없는 사랑>의 로맨틱 코미디에서 코엔 유머를 찾아 보기 힘들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클루니와 제타-존스를 좋아하고 코엔도 좋아한다면 이 영화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작품이다.


독립과 자유를 가져다 주는 위자료

베버리힐스의 이혼전문변호사 마일즈 메씨(클루니)는 아주 유능하고 잘생긴 부자다. 부러울 게 없어보이는 마일즈는 그러나 안정되고 변화 없는 삶이 지루한 상태이다. 그가 유일하게 세심히 신경을 쓰는 것이 있다면 치아를 하얗고 윤이 나게 보이도록 치료를 받고 자주 점검을 하는 것 뿐이다. 메씨의 모든 부분이 완벽하다는 것은 그가 자주 청결하고 하얀 치아를 들여다 보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치아 과민 점검은 관객에게 웃음을 유발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 무료한 삶에 어느날 부동산 거부 의뢰인 렉스 렉스로스(에드워드 허만)의 아내마릴린이 나타난다. 매혹적인 마릴린은 돈이 ‘독립과 자유’를 가져다 준다며 멍청하고 부자인 남성과 결혼해 거액의 위자료를 챙기는 여성이다.

그녀의 주변에는 같은 유형의 삶을 즐기는 친구들이 포진해 있고, 이들의 관심사는 누구와 이혼해서 위자료를 얼마를 받고, 또 다음은 어떤 거부와 결혼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이 부유한 여성들에게는 피부관리와 성형수술이 심각한 위장병보다도 더 중요하고, 결혼과 이혼은 기대감과 고통이 아니라 이익계산을 따져보는 일이다.

그러나 마일즈도 마릴린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마일즈는 부유한 의뢰인의 이혼 상대자에게 받을 만큼이 아니라 가능한 한 가장 적은 액수를 지불토록 하는 사건들로, 혼전에 이혼을 하더라도 서로의 재산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하는 문서(prenuptial agreement)로 거액을 챙긴다.

마일즈가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합법적이라는 명목 하에 이혼을 도모하는(?) 것은 마릴린을 위시한 그녀의 친구들이 이혼을 사업으로 생각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일즈와 마릴린이 이혼률이 50%인 미국에서 결혼과 이혼조차 자본주의의 시장경제에 편입된 모습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혼은 사랑에 대한 자유의지의 결정이 아니라 자본의 힘대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신랄한 풍자일 수 있는 이 두 캐릭터는 발랄하게 사랑이라는 도박의 아슬아슬함을 즐긴다.


끔찍하지만 코믹한 코엔식 유머

흔히 모든 ‘첫 눈에 반한 사랑’이 그렇듯이 <참을 수 없는 사랑>에서도 마일즈가 먼저 마릴린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하지만 의뢰인의 재판을 그르칠 수는 없는 일. 자신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모든 정보를 캐내 마릴린이 돈 때문에 결혼했다는 것을 밝혀내고, 완벽했다고 믿었던 계획의 목표가 달성되지 못한 마릴린은 복수를 결심한다.

감쪽같이 자신의 목표를 완성해 냈을 때, 마릴린은 그 남자에게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야기의 전체 흐름은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재미는 공식과 결말에 다다르기까지 탁구공 튀듯이 이쪽저쪽 빠르게 움직이는 게임과 그 게임을 이뤄나가는 재치 있는 대사에서 발견된다.

렉스로스의 재판이 있기 전, 데이트를 신청한 마일즈는 마릴린과 문학적인 인용을 통해 불꽃 튀는 대화를 나눈다. 재판 날 심문 과정에서 이들은 서로의 인용문을 바꿔 사용하며 속사포같은 언변 실력을 뽐낸다. 대사뿐만 아니라 <참을 수 없는 사랑>에는 코엔의 다른 영화들에서 종종 등장하는 익살스러운 장면들도 많다.

예를 들어 마일즈가 고淪?천식을 앓고 있는 청부살인업자 위지 조(어윈 케이)는 거대한 체구와 험상 궂은 얼굴로 위협적인 듯 하지만 천식 때문에 누구보다도 허약하고, 돈의 액수에 따라 살인의 대상이 달라지며, 권총을 천식 약으로 오인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끔찍하지만 코믹한 코엔식 유머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도 볼만

클루니와 제타-존스 이외에도 제프리 러쉬와 빌리 밥 손튼도 훌륭한 조연으로 빛을 발한다. 화창한 오후 파란색 재규어를 타고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와 아내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증거까지 남겨놓지만 마일즈를 찾아간 아내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거리부랑자로 내몰리는 텔레비전 제작자 도노반 도날리(제프리 러쉬)는 영화 도입부를 유쾌하게 장식한다.

또 마릴린이 복수를 위해 선택한 텍사스 석유 부호 하워드 도일(빌리 밥 손튼)은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상당한 무게를 부여한다.

앞서 언급한 코엔 스타일이 아니라고 여겨질 수 있는 이 로맨틱 코미디는 달리 말하면 독특한 영역을 개척해온 이들이 스타중심의 스크류볼 코미디(시트콤의 원조격인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도 자신들의 색채를 적당히 입혀가면서 잘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사랑은 철저하게 위험한 도박이고 결혼과 이혼은 자본의 이익과 손실이라는 것을 감추고 있는 어두운 현실을 이렇게 재미있고 경쾌하게 풍자할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시네마 단신
   


100억원대 영화펀드 조성

충무로 영화인들이 100억원대의 영화 펀드 조성에 나선다. 강우석, 김유진, 김상진 등 6명의 감독과 이춘연(씨네2000)ㆍ여한구(Y2시네마)ㆍ김미희(좋은영화)ㆍ김정상(시네마서비스)ㆍ최용배(청어람) 등을 포함한 제작사 대표 등이 펀드 조성에 합의했다.

펀드 운영 주체는 30% 지분을 출연할 강우석 감독이 맡고 MVP창업투자가 자금관리를 담당할 예정이다. 펀드 기금의 50%는 시네마서비스에서 투자하는 영화에 쓰이며 나머지는 작품성과 기획성이 우수한 국내 영화사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그 놈은 멋있었다> 주연에 송승헌

합동영화사가 설립한 BM필름이 LT픽쳐스와 함께 제작하는 <그놈은 멋있었다>의 주인공으로 송승헌이 낙점됐다. 이 영화의 원작은 인터넷에 연재되는 동안 조회수 800만 회를 기록하고 소설로도 출간돼 5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터프한 킹카 지은성과 천방지축에 엉뚱한 한예원의 연애담을 유쾌하게 그려낼 코믹 멜로로, 송승헌은 영화 속에서 문제의 '그 놈' 지은성을 연기한다. 영화는 송승헌의 상대역을 캐스팅한 뒤 이 달 말 촬영에 들어가 내년 2월 개봉할 예정이다.


입력시간 : 2003-10-3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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