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남과 여의 혼재


■ 제목 : 꽃과 토르소 (Flower and Torso) ■ 작가 : 피터 블룸 (Peter Blume)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51.5cm x 41.6cm ■ 제작 : 1927 ■ 소장 : Collection of Mr. and Mrs. Barney A. Ebsworth

우리는 때때로 ‘무슨 여자가…’혹은 ‘남자가 되서는…’라는 말을 무심결에 내뱉거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듣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여자는 단정해야 하고 남자는 씩씩해야 한다는 식의 교육에 젖어 왔기 때문인지 성인이 된 후에도 여자답고 남자 다와야 한다는 무언의 규칙에 특별히 저항감을 느끼지는 않는 듯하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의 무의식 안에는 모두 이성의 속성이 있다고 하는데 바로 정신분석학자 융이 언급한 여성의 남성성인 아니무스와 남성의 여성성인 아니마다.

남성과 여성의 혼성은 미술작품에서도 주요 소재로 이용되며 보이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를 시각화 하기 위해서 다소 의도적인 노력이 보이기도 한다.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작품의 색과 형으로, 작품 ‘꽃과 토르소’ 역시 강한 색채의 꽃과 그것을 안고 있는 여성의 신체 곡선에 주목하게 된다.

가슴을 드러낸 것으로 여성이라는 것을 부정 할 수 없음에도 그녀의 각진 어깨, 팔, 엉덩이 선으로 하여 어쩌면 ‘그녀’가 아닌 ‘그’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일어난다.

러시아 태생의 미국작가 피터 블룸은 그의 초기 작품에서는 초현실주의적 스타일을 내포하지만 꿈과 환상에 대한 몽환적 표현과 비현실성을 바탕으로 한 초현실주의에 관여하지 않고 일상적 삶에 근본적인 관심을 가졌다.

반면에 그의 후기작들에는 점차 리얼리즘 성격이 짙어지지만 작품 ‘꽃과 토르소’과 같이 단순한 사실성 이외에 복잡한 알레고리를 형성하기도 한다. 얼굴이 잘려나간 인물의 토르소에서 느껴지는 성별의 모호함을 감추기라도 하듯 꽃은 화려하게 클로즈업 되어 있고 다소 어울리지 않는 풍경으로 얻어낸 공간감으로 더욱 알 수 없는 세계로 이끌리고 있다.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투사를 지닌 이성과의 결합은 매우 이상적이지만 개인의 안과 밖에서 남성적인 힘과 여성적인 힘이 조화롭게 상호 작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던 융의 이론이 블룸의 작품 앞에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0-31 10:53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