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조건 등에서 2파전 양상, 사전 내정설 등 의혹도

신행정수도 오송이냐? 공주냐?
입지 조건 등에서 2파전 양상, 사전 내정설 등 의혹도

오송-오창권 8승2패. 공주(장기)-연기권 7승3패. 논산 계룡신도시권 3승7패, 천안-아산권 2승8패. 참여 정부 들어서 시작된 예선 라운드의 성적표는 '2강2약' 구도가 확연했다. 모두 13개 후보들이 참석했다지만 나머지 9개 후보는 애초부터 들러리의 성격이 짙었다. 본선 시작에 앞서 '충청권'이라고 아예 못을 박았기 때문에 새로운 다크호스가 등장할 가능서도 그리높지 않다.

최종 우승자를 가리기까지 남은 시간은 1년. 충북을 대표하는 신행정수도 이전지를 둘러싼 '오송-오창권'과 충남을 대표하는 '공주-연기권'의 혈투만이 남은 셈이다.


행정수도 고려 1순위는 접근성

10월2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신행정수도연구단 주외로 '신행정수도 입지 기준에 관한 세미나'가 열렸다. 연말 입지 기준을 최종 확정하기 앞서 그간 마련한 기준을 검증받는 자리였다. 이날의 주제 발표는 사실상 연구단의 중간 보고서 형식을 띠고 있었다.

골자는 크게 두 가지였다. 통합성 및 성징성, 중심성, 기능성, 환경성 및 안전성 등 수도 입지의 기본 원리를 고려할때 충청권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그 하나. 충청권내에서 후보지를 낙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세부 평가 항목을 제시한 것이 나머지 하나였다. 어차피 첫번째 주제가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정치적 공약을 사후적으로 검증하는 절차에 불과했다면, 결국 관심은 두번째 주제에 쏠릴 수 밖에 없었다.

연구단이 내놓은 평가 항목은 국가균형발전 효과, 국내외 접근성, 자연조건, 환경 보전, 개발 용이성 등 크게 5가지. 각 항목마다 3가지 세부 항목을 담고 있으니 총 15가지 평가 항목이 제시된 셈이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국내연구원 최영국 박사는 "각 항목별로 가중치가 부여돼 13곳의 후보지에 대해 평가가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아무런 단언도 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10월초 실시한 전문가 1차 조사 결과 자연 조건이나 환경 보전 등 비계량적 항목에 비해 수치화가 가능한 '접근성' 항목의 중요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점. 지역적으로 전국의 중심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또 공항이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 등이 행정수도 입지 선정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천안, 논산은 탈락 유력

연구단의 중간 보고서를 토대로 볼 때 일단 그간 후보군으로 누차 거론됐던 논산 계룡신도시권(대전 서남부권)이나 천안-아산권은 경쟁에서 밀려난 양상이다. 접근성과 함께 가중치가 높게 매겨질 것으로 점쳐지는 '국가 균형발전 효과' 항목에서 △ 지역간 균형 발전 효과 △ 인구 분산 효과 △ 서울과의 거리 등을 세부 내용으로 담고 있는 탓이다.

앞선 9월 세미나에서 밝힌 '원거리 독립형 신도시'원칙을 사실상 재천명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천안-아산권은 4곳의 후보지중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을 것이 유력하다. 서울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것은 물론 경부고속철의 개통으로 범수도권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지역간 균형 발전이나 인구 분산 효과를 별로 기대할 수 없는 탓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래서 행정수도 천안 이전은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충남대 오덕성 교수는 "천안은 이미 수도권이기 때문에 '수도권 이전'이라는 명분에 전혀 맞지 않는다"며 "만약 행정수도가 천안-아산권으로 이전된다면 기존 수도권의 팽창만을 낳게 되는 것이다"고 평했다.

대전 서남부 지역의 논산 계룡지구는 태조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닭이 알을 품은 형상의 명당'이라고 하여 한양 천도의 적지로 꼽은 지역.

하지만 사정은 오십보 백보다. 대전청사와 3군본부에서 가깝고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이다. 행정수도 이전이 인구 분산의 효과를 낳기 보다는 대전의 奏潤??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두 호보지는 전국 각지로부터의 접근성면에서도 별로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한다. 천안의 경우 북서쪽에, 논산 지구의 경우 남서쪽에 다소 치우쳐 있어 전국 각지로부터의 이동 거리가 다른 후 후보지에 비해 더 멀 수 밖에 없다. 협성대 이재준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의 가장 큰 목적인 지역 균형 개발을 고려할 때 천안과 논산 등 두 후보지는 이미 배제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단언할 정도다.


오송-오창권 1순위 내정 의혹도

현재 행정수도 입지로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충북의 '오송-오창권'이다. 연구단의 중간 보고서 내용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이를 두고 학계 및 부동산 시장 안팎에서는 '사전 내정' 의혹까지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사실상 오송-오창권'을 낙점해 두고 형식적인 모양 갖추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연구단이 가장 중요시하는 접근성의 측면에서 볼 때, 보고서가 인용하고 있는 도간 최고 통행시간의 합계는 1996년 현재 추북이 1,093만분으로 2위인 충남(1,488만분)을 크게 앞선다.

현재 계획중인 고속도로가 모두 개통되는 2010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충북은 1,002만분으로 접근성에서 충남은 물론 타 지역을 압도하고 있다. 연구단은 "이는 단지 충청권이 신 행정수도 입지로 적합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충북이 충남에 비해 물 30~40% 가량 접근성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도권 한 대학의 교수는 "어차피 수치화를 통해 최적의 입지를 선정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어느 정도 적지를 염두에 두고 그에 맞춰 평가 틀을 만들어 나간다 하더라도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우리나라의 인구 중심점(충북 청원군 가덕면 청룡리), 면적 중심점(충북 옥천군 청성면 장연리), 산업 중심점(충북 청원군 남일면 월오리) 등 보고서가 강조하고 있는 3개 중심점의 위치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지금까지 경합하고 있는 4개의 후보군 중에서 이들 3개의 중심점은 단연 '오송-오창권'과 인접해 있다.

게다가 청주 국제공항과의 인접성, 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혜택(오송역사)등을 감안할 때 접근성에 가장 큰 가중치가 부여된다면 다른 후보자들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물론 '오송-오창권'은 접근성 외에 행정수도에 적합한 다른 장점들도 갖는다. 오송생명과학단지(141만평)와 오창과학산업단지(286만평) 등 산업단지 건설을 위한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는 데다 인근에 대청댐이 있어 용수난을 덜 수 있다는 것도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상징성 무기로 공주-연기권도 대역전 준비

하지만 의혹은 의혹일 뿐, 또 예선 성적은 예선 성적일뿐이다. 충남의 대표 주자 '공주-연기권'은 본선 대역전을 노리고 있다. 공주 장기는 남의 장군봉(354m), 북의 국사봉(213m) 등 야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분지. 주변으로 금강이 흘러 서울과 같은 배산임수(背山臨水)의 형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70년대 후반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았던 곳이다. 한 때 충남 도청 이전 대상자로도 떠올랐을 정도다. 접근성에 있어서 충청내륙인데다 서쪽에 치우쳐 있어 '오송-오창권'에 다소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전과 청주가 30분 거리에 있다는 점에서 행정수도 입지로 손색이 없다는 평도 나온다.

무엇보다 '공주-연기권'으로의 이전을 강조하는 이들은 역사성과 상징성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다. 행정수도는 일반 신도시와 달리 순수한 기능성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빽제의 수도로서 공주가 갖는 상징성과 역사성은 물론 이미 30년 전 행정 수도 프로젝트의 중심이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라는 이라는 얘기다.

중앙대 유중석 교수는 "접근성이어야 충청권이라면 어디든 큰 차이가 없을 것이고 안정성이나 환경성 등도 지역별로 차별성이 없다고 본다"며 "배산임수 등 상징성이나 역사성 등을 주요 고려 항목으로 삼아 행정 수도를 정해야 한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공주권 이전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이미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싸고 정치권이나 지역 인사들은 물론 학계의 분열도 심각한 수준까지 이른 상태. 한 도시전문가는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린다 쳐도 심사의 공정성 드에 대해 반발이 나올 것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내년 말 최종 후보지를 확정하기까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투명성과 객관성을 담보해 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적의 입지 선정보다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입력시간 : 2003-10-3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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