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음주와 뱃살


술 약속이 일주일에 너댓 번 되는 모 회사 영업부장 P씨는 매년 직장 건강검진에서 복부비만, 지방간, 간기능 저하, 고콜레스테롤혈증이라는 진단을 받아왔다. 올해도 같은 진단에다 고혈압 요주의까지 덧붙여진 진단 결과를 받았다. 의사 입장에서 보면 P씨는 무조건 술을 끊어야 하고, 뱃살을 줄여야만 한다.

최근에는 줄어들고 있지만 ‘술을 권하는’ 풍토는 여전하다. 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특히 뱃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되고 있다.

바쁜 사회 생활에 제대로 챙겨먹고 운동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근육량이 적고, 반면 체지방은 많아 ‘정상체중’이라고 판정을 받는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자신이 비만환자라는 것을 모른 채 지내게 된다. 이런 경우를 의학적으로 ‘저근육형 내장지방 비만’이라고 한다.

내장지방은 말 그대로 내장 사이사이에 끼여 있는 지방으로 피하지방과는 달리 인체 내분비계를 교란하여 탄수화물과 지방대사 이상을 초래하고 지방간, 고지혈증, 고혈압, 혈당상승을 유발하여 고혈압, 당뇨병, 동백경화, 중풍, 심장병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허리띠 구멍하나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에 따라 수명이 5년씩 늘어나고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치명적인 뱃살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음주와 식사패턴이다. 전날의 늦은 술자리의 숙취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서는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출근하게 된다. 오전 내내 배고프게 있다가 점식에는 과식을 하게 되고 이어지는 저녁 술자리에서는 다시 취하게 된다.

2차, 3차로 연결되는 장시간의 술자리에서 술과 함께 같이 섭취하게 되는 안주류의 양도 많아지게 된다. 이런 생활패턴에서는 하루 중 저녁식사로 먹게 되는 음식물의 양이 가장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같은 양을 먹어도 저녁에 먹는 경우가 더 많이 지방으로 축적되고 특히 술과 함께 먹게 되면 술이 먼저 분해되어 칼로리를 내기 때문에 같이 섭취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영양소가 사용되지 않고 지방으로 전환되어 그대로 체내에 저장된다.

술은 매우 칼로리가 높으면서 영양가는 없는 기호식품으로 소주 한 병에는 진수성찬 한끼의 식사와 같은 정도의 칼로리가 들어 있다. 안주를 먹지 않고 술만 마시면 필요한 영양소를 얻어내기 위해 체근육이 분해되기 때문에 근력이 크게 떨어지고 간에 심각한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술자리를 현명하게 대처하면서 술 마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능한 낮은 알코올 함유량의 술을 선택하여 천천히 마신다. 알코올 농도가 낮은 술은 칼로리가 더 적고 신체에 주는 부담도 적다. 특히 공복시에는 술의 흡수 속도가 빨라지고 마시는 술의 양도 많아지므로 음식물로 배를 채운 후 음주를 하는 것이 좋다.

둘째, 안주는 구은 고기나 튀김류보다는 탕류와 과일, 야채가 비타민이 많아서 숙취 해소에 도움 되고 살도 덜 찐다.

셋째, 여러 가지 종류의 술을 섞어먹는 것과 2, 3차 자리를 바꾸어가면서 술을 마시는 것을 피한다. 술을 섞어서 마시게 되면 주류 속의 다양한 첨가물들로 인해 숙취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넷째, 술을 마신 후의 밤참은 뱃살을 늘리는 지름길이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간이 술을 해독하느라고 포도당을 만들어 내지 않기 때문에 혈당이 떨어져서 배가 고픈 느낌이 들 수 있다. 당뇨병이 있는 분들은 과음한 다음날 혈당이 우려했던 것만큼 높아지지 않은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가능한 밤참은 먹지 않은 것이 좋으며 물이나 이온음료를 충분히 마시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음주 후 인체가 술을 분해하고 배설시키기 위해 많은 양의 수분을 필요로 한기 때문이다.

다섯째, 다음 날 아침을 반드시 먹는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신체대사가 둔화되고 점심과 저녁에 다시 폭식을 하게 된다.

여섯째, 먹은 술의 양만큼 신체 활동량을 증가시켜 소모시킨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다거나 점심시간에 가벼운 산책 등으로 생활의 리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활동량이 증가하면 대사량이 증가하므로 음주로 과섭취한 열량을 소모시키는 효과뿐만 아니라 술에 대한 해독작용도 빠르게 한다. 단, 술 마신 직후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입력시간 : 2003-11-0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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