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서 한 상궁역으로 시청자 사랑 한 몸에

[스타 데이트] 양미경
MBC 드라마 <대장금>서 한 상궁역으로 시청자 사랑 한 몸에

“팬 까페에 올려진 시(詩)를 읽는데 가슴이 ‘울컥’ 하더군요. 인기란 게 이런 거구나 뒤늦게 실감했죠. 팬들의 환호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나이는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신인처럼 설레요.”

10월30일 MBC 의정부 세트장에서 만난 탤런트 양미경(42)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감돌았다. 단아하고 선이 고운 자태는 TV에서 볼 때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마흔을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게 고 모습이었다. 그녀는 요즘 20년 연기 인생에서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MBC 특별기획드라마 ‘대장금’ (극본 김영현ㆍ연출 이병훈)에서 한 상궁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녀는 “뜨거운 성원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그야말로 이변이었다. ‘대장금’에서 양미경이 맡은 한 상궁은 장금(이영애 분)의 요리 스승이자 그녀를 어머니처럼 보살펴주는 역할. 자애롭고 기품있는 호감가는 여인이지만, 어디까지나 조연이었다. 자신을 도드라지게 드러내는 배역이 아니기에 애초에 시청자들의 눈에 띄기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어느 날 느닷없이 친구에게서 ‘네가 여태껏 맡은 배역 중 가장 맘에 든다’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그냥 웃어 넘겼어요. 일시적인 반응이겠거니 했죠.”


아줌마 탤런트 팬까페 등장

그러나 9월15일 드라마의 첫 방영 직후부터 반응은 예사롭지 않았다. ‘대장금’ 게시판은 양미경의 연기에 대한 호평으로 도배되다시피 하더니, 급기야 9월말에는 이례적으로 ‘40대 아줌마 탤런트’의 팬 까페가 ‘위풍당당’하게 등장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 개설된 ‘LOVE 한상궁’은 한 달도 안 된 10월 28일 1만 명의 회원 돌파를 기록했고, 10월 넷째주 네티즌 인기 인물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치솟는 인기에 비례해 심리적ㆍ신체적 스트레스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한 달 전쯤 머리 가운데 부분에 생기기 시작한 원형 탈모 증세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빨갛게 진무른 탈모 부위가 아파 절로 눈물이 나온다고 한다.

또 연일 밤샘 촬영에 이틀씩 화장도 못 고치고 푸석푸석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곤욕이다. “평소 일찍 잠자리에 드는 편이라서, 밤샘 촬영은 정말 힘들어요. 자정이 넘어가면 도통 집중이 잘 안 되거든요.”

그래도 그녀는 의욕이 넘쳐 보였다. 극 전개상 곧 모함에 빠져 죽음을 당하는 운명인데, 이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 ‘한 상궁 살리기’가 적극적으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어차피 피할 수 없겠지만, 출연 분량이 조금 더 늘어날 것 같아요.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래요.”

양미경은 1987년 KBS 가요드라마 ‘바람 바람 바람’을 통해 인연을 맺은 연출가 허성룡(49)씨와 이듬해 결혼, 아들 진석(15)군을 둔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당시 극중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있어 이를 연습하다가 한강에 빠졌는데 이때 구해준 사람이 남편이었다.

원래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순간 그의 남자다움에 매료됐었단다. “신랑이 워낙 연기자의 생활을 잘 아니까 도움되는 것이 많아요. 연일 촬영장에 사느라 집에도 못 들어가는데 어쩌다 한 두시간 짬을 내서 들르면 신랑은 오히려 저를 걱정해요. 잠깐이라도 쉬지, 집에 왜 오냐고 하죠. 아이도 잘 챙겨주고, 기사도 꼼꼼히 스크랩해 줘요.”


수다떠는 자신의 모습에 놀랄때도

결혼 이후 양미경의 처녀 적 소심했던 성격은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미혼일 때는 촬영장에서 대사 외에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많았을 정도로 내성적이고 겁이 많았다.

선배 탤런트 정한용은 그런 그녀를 놀림 삼아 “틀니 빠질까 봐 얘기 안 하냐”며 ‘틀니’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래서 양미경은 요즘 여느 아줌마처럼 자연스럽게 수다도 떨게 된 자신의 변화에 대단히 놀라워 한다.

유난히 말수?적고 소극적이었던 그녀의 어린 시절 꿈은 심리학자였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시와 그림을 좋아하게 됐고, 그러다 인간의 내면 세계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때 틈틈이 익힌 심리학 공부가 연기 생활에 적잖은 도움을 줬다.

83년 숭의여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국제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1년 남짓 근무하다 개인설계사무소의 제도사로 자리를 옮겼다. 제도사로 근무할 때 경험 삼아 극단 ‘신협’의 워크숍에 참가한 게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됐다.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KBS 탤런트 모집에 응시했는데 덜컥 합격이 되었던 것.

84년 주말드라마 ‘미망인’에 대사없이 지나가는 역할을 한 게 첫 데뷔 무대였다. “연기자의 길을 이토록 오래 걷는 걸 보면 특별한 연이 있나 봐요. 이 길이 재능이 있다고 해서 혹은 본인이 원한다고 해서 계속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어려운 이웃에 마음 주는 고운 심성

20년 연기생활 동안 여러 배역을 두루 거치다 보니 특별히 역할에 대한 욕심은 없단다. 그저 주어진 역에 충실한 따름이다. 연기 이외에 미래 계획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있다.

학창시절부터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YMCA에서 수화를 배우는 등 사회 복지에 관심이 많았다. “물질적으론 풍족히 나눠줄 수 없다 해도 분명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다니며 더불어 살고 싶어요.”


● 프로필

생년월일: 1961년 7월 25일 가족사항: 남편 허성룡, 1남 취미: 여행, 독서 학력: 창덕여고- 숭의여대 응용미술학과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3-11-04 15:37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