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부동산 안정 종합대책 발표시장은 "역시나" 냉소, 주택거래신고제 등 놓고 부처간 혼선도

강남불패 신화에 균열 조짐?
10·29 부동산 안정 종합대책 발표
시장은 "역시나" 냉소, 주택거래신고제 등 놓고 부처간 혼선도


부동산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큰 충격과 움직임도 없었다. 적어도 첫 반응은 그랬다.

부동산 가격을 당장 잡아 끌어 내릴 것 같이 기세 등등하던 정부의 태도에 잔뜩 겁을 먹었던 것과는 달리 ‘결국 이게 다냐’는 냉소적 반응 일색이었다. 대부분의 내용이 사전에 예고됐기 때문에 시장에 큰 파문도 없었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이젠 사라졌다’는 상황 논리가 한 동안 뜨겁게 달아오르다 조정을 받은 시장에게 ‘평상심’을 회복시켜준 듯하다. 관망세 속에 꿈틀거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의 야심찬 ‘10ㆍ29 부동산 안정 종합대책’이 발표된 첫 주, 부동산 시장의 표정은 매번 그렇듯 ‘역시나’ 였다. 하지만 이를 의식한 탓인지 2005년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정부가 추가로 쏟아낸 2단계 부동산 안정 대책에 시장은 ‘정중동’ 상태다.

“시장이라는 것이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고 팔리도록 숨통을 터 줘야 제대로 기능을 하는 것인데 이번 대책은 반대로 매물기근에 호가 상승만을 부채질 하는 격이다.(서울 대치동 K 부동산 중개업소 박 모 사장)”, “강남 등 인기지역에 대한 잠재적인 주택 수요는 아직도 여전하다. 공급확대 정책이 빠진 상황에서 거래위축 만을 부추기는 정책은 가격하락을 유도하기 어렵다.(서울 반포동 R 부동산 이 모 사장)”, “시장이 당분간 관망세로 일변할 수 밖에 없다. 보유세를 높이고 취득ㆍ등록세, 양도세등 거래세율을 낮춰야 매물이 나올텐데 보유세 인상은 미미하고 거래세 부담만 높였으니 누가 매물을 내놓겠는가.(서울 잠실동 M부동산 김 모 사장)”,“앞으로 주택투기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급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이상 다주택 보유자들은 팔기보다는 ‘그냥 보유하겠다’가 대부분이다. 강남지역은 보유세를 몇 십만원 인상한다 해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매도자들이 인상된 세금 분을 가격에 반영하는 부작용이 예상될 뿐이다. (서울 압구정동 J부동산 김 모 대표)”.


연내도입 주택거래신고제와 관심

이번에도 ‘강남불패’ 신화는 깨지지 않을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성급하게 단언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현재까지는 장기적으로 ‘가격 안정론’과 일시적 거래위축 후 ‘재상승론’이 서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비수기철인 올 늦가을을 넘기고 양도세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급 매물이 출시될 연말과 내년 초가 강남권의 부동산 시세의 전체적인 향방을 가늠 짓게 할 첫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때까지는 관망세가 지배적으로, 거래위축이 일반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일관된 전망이다.

11월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0.29 대책’으로 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아직까지는 매물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강남의 일부 지역에서는 정상가격대의 매물이 한 두건씩 나오고 있으나, 매수세가 실종돼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다.

안명숙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이번 대책으로 당장 급매물이 쏟아지지는 않겠지만 강남의 다주택 소유자들에게는 보유에 대한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은 확실하다”며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장기적으로 매물을 증가시켜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타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강남지역 집값 상승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교육에 대한 대책이 재경부와 교육부의 갈등으로 빠졌고 2단계 고강도 대책의 시행시기도 2005년으로 당분간 집값상승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라는 반론의 목소리도 높다.

이번 정부안 중 연내에 도입키로 한 주택거래신고제가 몰고 올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 매매계약을 한 즉시 집을 사는 사람이 실 거래가로 해당 지자체에 계약 내용을 신고하는 주택거】키雌┫?취득ㆍ등록세ㆍ양도소득세 등을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그러나 당초 발표내용에 없다 갑자기 추가된 이 제도의 도입은 부처간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채 발표된 만큼 그 실효성에 있어 아직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의문은 발표 첫날부터 제기됐다.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되던 10월 29일 건설교통부 기자실에는 한 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당초 보도자료에 빠져 있던 주택거래신고제 도입이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의 회견 도중 불쑥 튀어 나왔기 때문. 기자들은 부랴부랴 내용 확인에 나섰고 건교부 주택국 실무자들은 “그런 내용은 계획에도 없었고 논의조차 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말해 혼선을 빚었다.

재경부로 진위 여부를 확인한 결과, 이 제도의 도입 내용이 한 장짜리 자료로 추가 발표된 것으로 밝혀졌다.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건교부 실무자조차 이를 뒤늦게 확인하고 추가로 설명하는 해프닝을 벌였으니 그 실효성은 보나마나라는 게 과천 관가의 반응이다.

사실인 즉, 내용은 이랬다. 경제부총리와 각부 장관이 주택시장 안정관련 대책을 논의하던 중 주택거래신고제를 한 장관이 제안했고, 실무 차원에서 검토 혹은 논의조차 없이 전격적으로 결정해 발표한 것이다. 그러니 해당 실무자들도 내용을 모를 수밖에.

정부로서는 부동산 종합 대책을 발표하는데, 새로 내놓을 대책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거래신고제’라는 카드가 있어 다행스러워 했다고 한다. 오랜 기간 부동산 대책을 준비한다고 떠들었지만 묘안이 없어 다급했다는 증거다. 그러니 시행 시기를 놓고 김진표 부총리마저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거꾸로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부총리는 당초 연내 시행 방침을 밝혔다가 법개정 등 물리적인 시간을 감안할 때 무리라고 판단, 내년으로 시행 시기를 늦춰야 했다.


거래공백기ㆍ지하가격 형성 등 가능성도

현실적인 문제는 발표 과정의 혼돈보다 더 심각하다. 실거래가로 계약 내용을 신고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서울 강남구청에서 발급하는 검인 계약서만 하루 평균 100여건으로 연평균 3만2,000여건에 달한다.

이 제도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주택투기 지역만 현재 서울의 13개 구를 포함, 전국적으로 53개에 달해 하루 계약 건수는 엄청나다. 집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합의해 계약 금액을 낮출 경우, 매번 실사를 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행정력은 유명무실해지기 십상이다. 취득ㆍ등록세율을 총괄하는 행정자치부 내부에서도 현재로선 난색을 표명하는 입장이다.

매도ㆍ매수인이 합의해 가격을 낮춘 신고용 이중계약서가 등장, 이른바 ‘지하 가격’이 형성될 위험도 있다. 또 주택거래신고제가 도입되면 집을 파는 사람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예상한 매도자들이 오히려 매도 호가를 올려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발생될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강남불패’. 과연 이번 기회에 그 신화가 꺾일 것인지, 아니면 거래 위축 후 다시 재현될 것인지. 그 대답은 비수기가 끝나는 연말까지 아무도 낙관할 수 없다. ‘10ㆍ29 대책’발표 이전 한 차례 조정을 받은 강남권은 당분간 숨을 죽인 채 거래 공백기에 빠져 들 전망이다.

장학만기자


입력시간 : 2003-11-05 11:37


장학만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