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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청남대 개방 200일의 풍경
술판에, 노래판에…난장판일세
무질서의 극치, 쓰레기 몸살로 대청호는 심각한 오염위기






‘금단의 구역’ ‘대통령 아방궁’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인들은 청남대를 이렇게 불렀다. 엄중한 경호로 인해 들어갈 수는 없지만 대통령 별장에 대한 호기심은 감추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에 개방된 청남대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개방 200여일을 맞고 있는 청남대는 요즘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근 대청호까지 오염될 위기에 처해 인근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취재진이 청남대를 찾은 것은 지난달 하순.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되던 청남대는 이미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고속도로 출구에서 청남대로 가는 약도를 제작해 배포할 정도였다. 청원 톨게이트의 한 관계자는 “주말이면 청남대로 가는 길을 묻는 사람이 많다”며 “때문에 요즘은 청남대로 가는 길이 적힌 쪽지를 별도로 만들어 출구에서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청호를 따라 승용차로 30여분 정도 달리자 청남대 입구가 나왔다. 이곳은 이미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군인들이 지키는 육중한 철문은 주차장 바리케이트로 대체돼 있다. 청남대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관광버스가 쉴 새 없이 다닌다. 때문에 감시카메라나 철문을 보며 이곳이 ‘권위의 상징’이었던 청남대였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뿐이다.


하루 1만명 관광객으로 북새통



청남대 안은 이미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인해 북적이고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조깅 코스로 이용했다고 알려진 마사도로에는 산책을 하는 연인들의 모습이 군데군데 눈에 띤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축구장으로 사용했다는 헬기장이나 노태우 전 대통령 전용 골프장 등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자주 닿는 곳이다.

특히 대통령 경호부대인 338경비대 본부나 별장은 대통령들의 당시 생활을 알리는 전시장으로 개조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청남대 관리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많을 때면 하루에만 1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며 “안전 문제로 일부 시설의 출입을 금지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시설은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꺼번에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안내원은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놓았는데도 소용이 없다”며 “끌고 나오면 ‘왜 못들어가게 하느냐’고 오히려 시비를 건다”고 토로했다.

잠시 후 정오가 되자 사정은 더 가관이다. 잔디밭에 둘러앉은 일행들이 준비해놓은 도시락을 펼친다. 술이 얼큰하게 취했는지 노래를 부르며 어깨를 덩실거리는 모임도 곳곳에서 눈에 띤다. 이들이 머물고 간 자리에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쓰레기를 모아놓은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일부의 경우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를 인근 대청호에 그대로 쏟아 붓고 있어 지역 시민단체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청주 경실련 이두영 사무처장은 “청남대가 위치한 대청호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남대측은 관광객 유치에 필요한 제반시설을 전해 갖추지 않고 있어 400만 충청시민의 젖줄이 오염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에는 청남대로 가는 셔틀버스 배정 문제로 지역주민과 마찰을 빗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청남대로 가는 셔틀버스를 무리하게 배정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관광 수익을 거두는 것도 좋지만 주민들이 우선이 돼야 할 것 아니겠냐”며 볼멘 소리를 털어놓는다.


관광수입에 몰두, 적정인원 넘겨



청남대가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겪는 데는 이유가 있다. 관광수익에 골몰한 청남대 관리사무소에서 무리하게 관광객을 유치한 것이 발단이다. 청와대로부터 청남대를 인수받은 충북도는 지난 8월 하절기 1,000~1,200명, 동절기 800~1,000명으로 입장객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입장권도 인터넷으로 50%, 현장에서 50% 판매하는 것으로 주민들에게 발표했다.

그러나 가을철 관광객이 몰리자 인터넷 예약제를 슬그머니 없애버렸다. 덕분에 이곳에는 현재 하루 평균 8,000~9,000명이 입장하고 있다. 많을 때는 1만2,000명까지 입장하기도 한다는 게 청남대측의 설명이다. 적정인원보다 10여배 많은 규모다.

청남대가 주민들로부터 반발을 산 것은 이번만이 아니라고 한다. 청남대는 얼마 전 ‘대통령 기념관’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신경전’을 벌였다. 과거 권위주의의 상징인 대통령의 기념관을 재현하려고 하자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 지역 시민단체들은 청남대 입구에서 천막농성을 벌였고, 청남대는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백지화하는 등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역민심 흉흉 "두번 죽이고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일까. 지역 주민들의 민심은 극도로 흉흉해져 있었다. 일부의 경우 “주민들을 주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역사정의실천협의회 회장 정진동 목사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 이곳 주민들은 청남대로 인해 상당한 행동 제약을 받았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또다시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은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결과다”고 말했다.

한편 청남대측은 인력 사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남대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인력으로는 관광객들을 효과적으로 통솔하기가 벅찬 게 사실이다”며 “현재 지역 인사들을 상대로 청남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중이다”고 밝혔다.

주인에 따른 청남대 변천사
  



全이 만든 스케이트장서 YS 낚시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탄생한 청남대는 그 동안 다양한 변화를 거듭했다. 특히 별장을 이용하는 주인의 성향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용도가 다양하게 변했다.

평소 운동에 관심이 많은 전 전 대통령은 재임시 1,000여평 남짓한 양어장을 만들었다. 이 양어장은 원래 전 전대통령이 스케이트를 즐기려고 만들었다. 그러나 물이 얼지 않아 김영삼 전 대통령과 아들 현철씨의 낚시터로 자주 애용됐다고 한다. 양어장 위쪽으로는 잔디 헬기장이 펼쳐져 있는데 전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틈나는 대로 축구를 즐겼다는 후문이다.

본관 동쪽으로는 테니스장과 1만6,000평 규모의 골프장이 나온다. 이곳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즐겨찾던 장소다. 특히 9개의 홀이 마련돼 있는 골프장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 수시로 들렀다. 헬기장에서 내리자 마자 곧장 골프장으로 향한 노 전 대통령의 일화는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골프장 옆에는 1.5㎞ 정도의 황톳길이 이어지는데 이곳은 김영삼 전 대통령 때 확장돼 조깅코스로 자주 애용됐다. 김 전대통령의 경우 골프를 치지 않기 때문에 조깅이나 낚시터를 주로 애용했다.

김대중 전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내부 공사에 초점을 맞췄다. 김 전 대통령의 경우 다리가 불편하기 때문에 사소한 편의시설이 많이 만들어졌다. 본관에 마련된 1~2층 전용 엘리베이터나 1층과 2층을 완만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통로가 대표적인 예.

김 전대통령의 경우 의자도 차별화를 꾀했다. 다리가 90도 이상 구부려지면 안되기 때문에 푹신한 의자나 방석보다는 단단하면서도 다리의 각도를 유지할 수 있는 종류를 선호했다는 게 청남대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


입력시간 : 2003-11-0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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