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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미의 홀인원] 한 타에 매달려라


올해처럼 골프 중계가 재미있었던 해가 또 있을까 싶다. 남성의 벽을 거뜬히 뛰어넘은 박세리 , 한번의 우승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된 안시현 , 고국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위성미 , 모델 뺨치는 외모에 파워풀한 스윙을 자랑한 박지은, 그리고 갖가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여러 외국의 훌륭한 선수들. 이들을 최근 국내에서 치러진 대회에서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골프팬들에게는 어찌보면 작지 않은 행운이었다.

대회에서 볼 수 있었던 이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각양각색이었다. 스윙의 템포, 코스 매니지먼트는 물론이고, 옷 입는 스타일, 작은 액세서리에서도 각각의 개성을 엿볼 수 있었다. 퍼팅한 볼이 아깝게 홀을 스쳐 지나간 뒤의 제스처도 모두 달랐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바람의 영향 탓인지 클럽을 선택할 때의 모습이었다. 박세리와 박지은은 너무나 진지한 어드레스를 만든 것에도 불구하고 스윙에 들어가기전 바람이 갑자기 생기면 재빠르게 어드레스를 풀었다. 클럽을 바꾸기도 했다. SBS 최강전에서 박세리는 파 3 6번째 홀에서는 무려 2번이나 어드레스를 풀었다. 결과는 버디.

중계를 보면서 “저 어드레스는 풀고 다시 잡는 것이 낫겠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는 어김없이 자세를 풀었다. 바람이 불거나 시야에 갤러리들이 들어오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싶을 때면 몇 번이고 어드레스를 다시 잡았다.

박세리나 박지은 뿐 아니라 상위 랭커 일수록 중압감 때문인지 어드레스를 푸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 데 아마 골퍼들도 이런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드에 나갔을 때 어드레스 후 느낌이 불안하거나 퍼팅 방향이 맘에 안 들거나 하면 바로 모양을 풀고 다시 어드레스를 잡는 것이 현명하다.

개운치 않은 느낌으로 티샷을 하거나 아이언샷 또는 퍼팅을 하게 되면 거의 70% 이상 맘에 들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 실제 “왠지 안 들어갈 것 같았어”, “방향이 바른 것 같지 않던데….”, “꼭 OB가 날 것 같더라구” 등등의 말을 자주 듣기고 했을 터이고, 스스로 하기도 했을 것이다.

“내가 프로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고 생각하는 골퍼도 있겠지만, 이는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사실 골프가 무너지는 것은 꼭 한번의 샷, 한번의 아주 짧은 퍼팅, 한번의 홈런(?) 벙커샷 등이다. 이런 엉뚱한 샷이 머리 속에 콕 박히면 라운딩 하는 내내 애를 먹인다.

아마도 위성미가 CJ 나인브릿지대회 첫 날 첫 홀에서 더블보기만 안했더라도 그렇게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 한 타가 결국은 80대 중반의 저조한 성적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나이가 어린 위성미로서는 아마도 대회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스윙이나 퍼팅을 하면서 불안해 했을 것이다.

우리 골프팬들도 프로 선수들의 훌륭한 스윙과 정교한 샷은 작은 것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던 습관이 만들어준 것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골프대회를 통해 한 타 한 타에 신중을 기하는 버릇을 들였으면 좋겠다. 신중한 그 한 타가 싱글의 길을 열어줄 것이다.



박나미 nami8621@hanmail.net


입력시간 : 2003-11-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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