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가슴통증과 심장병


주부 P씨는 갑자기 극심한 불안감과 가슴 통증,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이 생겨 급하게 응급실에 후송되었다. 1개월 전 집에 침입한 도둑을 맞닥뜨린 이후로 혼자 있을 때면 간혹 극심한 불안감과 함께 호흡 곤란, 가슴이 뻐근해지는 증상이 생기곤 했는데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면 좋아지곤 했다.

내원 당일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점점 숨이 막히며 죽을 것 같은 느낌과 함께 가슴 통증까지 생겨 숨을 몰아쉬며 응급실에 도착했었다. 하지만 심전도를 비롯한 응급검사는 모두 정상이었고 과호흡에 의한 약간의 혈액변화만이 관찰되었다. 급박한 불안감에 의한 심인성 흉통으로 진단되어 진정제를 투여한 후 증상이 없어졌고 환자도 안정을 되찾아 퇴원하였다.

다른 어느 부위보다도 가슴의 통증은 환자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가슴이 아프면 모든 사람들이 심장병을 걱정하지만 심장이나 폐질환이 아닌 심리적인 원인도 흉통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을 찾은 흉통 환자의 4명 중 한 명이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한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속앓이를 한다’, ‘냉가슴 앓는다’ 등의 말에서도 근심, 스트레스 등이 흉통과 관계가 있음을 헤아릴 수 있다. 스트레스에 의한 흉통은 스트레스의 정도와 개인의 감수성에 따라서 경한 불편감에서부터 P씨와 같이 심장발작과 유사한 정도의 흉통까지 다양한 정도의 가슴통증을 일으킨다.

반면 K씨는 애매한 흉통으로 긴가민가하고 지내다가 협심증을 진단 받은 경우다. 58세의 자영업을 하는 K씨는 몇 주 전부터 식사만 마치면 명치가 뻐근하고 소화가 잘 안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과식을 하면 증상이 심해졌다. 협심증은 가슴에 통증이 생기는 병이라고 들어왔기 때문에 혹시 위가 안 좋은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하여 의사를 찾았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수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위장검사와 함께 심전도와 운동부하심전도 검사를 같이 실시하였다. 짐작했던 대로 위는 정상이었고 운동부하검사에서 협심증이 의심되는 소견을 보여 약물치료를 시작한 후 식후 불편감은 사라졌다.

심장병으로 인한 흉통과 스트레스에 의한 흉통까지 극단적인 흉통의 원인을 설명하였는데 이외에도 흉통의 원인은 너무나 많다. 흔하게 마주치는 흉통의 원인 중 하나는 흉곽을 싸고 있는 근육과 신경에서 통증이 생기는 경우이다. 특히 골프 초심자들이 무리해서 스윙 연습을 한 후 흉벽 근육의 피로로 통증이 생겨 의사를 찾는 일은 드물지 않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분들도 가슴에 뜨끔거리는 통증을 간혹 느끼는데 이는 오랜 흡연으로 인한 만성기관지염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통증이다. 식도와 위도 흉통을 일으키는 비교적 흔한 원인이다. 식도운동의 리듬이 깨어지면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생긴다. 커피를 많이 마시거나 과음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후에 자주 생긴다.

흉통을 일으키는 수많은 원인 중에서 환자와 의사 모두는 심장병을 제일 걱정한다. 가장 심각하고 치명적인 흉통의 원인이 심장병이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가슴통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의 심장질환이고, 사망원인 1위도 심장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근골격계 통증과 스트레스에 의한 흉통이 심장병으로 인한 흉통보다는 더 많지만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심장병 발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방심할 수는 없다. K씨의 경우처럼 모호한 통증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경우는 빨리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겠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은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동맥이 동맥경화로 좁아져서 생기는 질환이다. 혈관의 내경이 반 이하로 좁아질 때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일단 증상이 생긴 뒤라면 상당히 동맥경화가 진행된 후라고 보고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운동, 과식, 추위, 흥분이나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에 심장 부위의 조여드는 느낌, 압박감, 쥐어짜는 느낌의 통증이 생긴다. 갑작스러운 추위 노출도 협심증 발작을 일으키므로 요즘같이 날씨가 추워질 때에 조간신문을 가지러 잠옷 차림으로 마당으로 나가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협심증이 잘 생길 수 있는 사람들은 비만하거나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 흡연을 하거나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이다. 나이가 많아지면 혈관의 노화현상으로 동맥경화가 생기게 되므로 별다른 위험인자가 없어도 남성의 경우는 45세부터, 여성의 경우는 55세부터 심장병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또 젊은 나이에 심장병을 앓은 가족이 있으면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심장병의 위험도가 더욱 높아진다.

박현아 가정의학 전문의


입력시간 : 2003-11-11 16:27


박현아 가정의학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