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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탐구] 김선아

선머슴 같은 매력의 유쾌한 여배우
따뜻한 가슴엔 해피 바이러스로 가득


한국의 여자 채플린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코미디 영화의 대표 주자 김정은과 쌍벽을 이루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김선아. 최근 개봉한 <위대한 유산>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인기 급부상 중이다.

피겨 스케이트 메달리스트 출신의 단단한 몸매에 처진 눈꼬리, 도톰한 입술이 주는 친근함이 매력적인 김선아, 그녀에 관한 짧은 보고서.

그녀는 일단 크다. 한 영화제 시상식에서 우연히 그의 뒷좌석에 앉게 됐는데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는 듯한 큰 키에 놀라 쳐다보니 김선아였다.

그때 당시는 다이어트도 하기 전이니 가히 그녀의 덩치는 장대(?)했다.


영화 <위대한 유산> 흥행 성공으로 인기몰이

엇, 그런데 키만 큰 줄 알았더니 마음 씀씀이랑 배포도 크다. 옆에 앉은 영화 제작자 말에 의하면 “의리로 따지면 한국 영화 여배우들 중 단연 최고”란다.

일단 한 영화에 들어가면 여타의 겹치기 출연과 TV 활동을 안 한다. 잘 나갈 때 ‘확실히 벌자’는 심보로 여기저기 문어발 스케줄을 짜는 보통의 배우들과는 어쨌든 다르다. 연출자부터 조명부 말단까지 스태프 이름을 일일이 챙겨가며 격의 없이 지내고 뒷풀이 자리도 적극적으로 나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한다.

촬영 마지막 날이면 전 스태프들에게 장미꽃 한 송이씩을 돌리는 일도 빼먹지 않는다. 어떻게든 ‘화면 안’에서 조금이라도 도드라져 보이려고 발버둥치는 배우들은 많지만 ‘화면 밖’의 것까지 챙기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김선아는 무엇이 중요한지를 아는 가슴이 있는 배우다.

“CF 두 편으로 5년을 버틴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다.” 연기자로 데뷔는 했지만 무명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에게 선배 연기자가 한 말이다.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라는 카피로 유명한 남성 화장품과 반바지 차림으로 게걸스레 피자를 먹어대는 CF는 웬만한 드라마나 영화보다 나은 파급력을 지니고 김선아라는 얼굴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렇다할 대표 작품도 없었지만 대중들은 CF에 나오는 그의 얼굴을 기억했고, 광고주들의 러브콜도 잦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씩씩한 ‘CF 걸’ 일 수만은 없었다. 잘 꾸며진 30초 영상의 주인공이 아니라 숨소리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정극의 배우가 되고 싶었다.

첫 영화로 <예스터데이>에 비중있는 인물로 출연했지만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무작정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라는 인정하기 힘든 현실을 깨우칠 무렵 만난 <몽정기>는 확실한 전환점이 됐다. 소년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섹시 발랄 교생 역으로 가능성있는 배우라는 칭찬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웅얼거리는 듯한 불명확한 발음과 한정된 표정 연기는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한국어 발음에 약해요. 많이 지적받은 부분이라 틈만 나면 입에 연필 물고 연습했어요.” 충분히 고민한 결과인지 <위대한 유산>의 그를 보면 한결 나아진 걸 알 수 있다. 연기하는 게 보이지 않는다. 배우가 아니라 창조된 현실의 실존적 인물이 보인다. 장족의 발전이다.

중, 고등학교 시절은 일본에서, 대학은 미국에서 보냈다. 피아노를 전공하던 미국 유학 생활 중에 한국을 잠시 방문했다가 우연히 CF를 찍은 것이 연예계 데뷔가 됐다. 처음엔 용돈도 벌겸 CF만 찍고 다시 미국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여기저기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인기는 물거품과도 같은 것, 불안전한 딴따라 생활보다는 애초 계획한 음악 공부나 성실히 하자는 생각에 몇 번이고 미국행을 시도했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주는 절대 매혹은 쉽사리 그를 놔두지 않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하신 분인데 대단한 충격이었죠. 그때 결심했어요. 한번 뿐인 인생,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최선을 다해 살자구요.”


사람 좋아하는 소문난 주당



미국 학교는 무기한 휴학을 하고 배우 활동에 전념했다. 많이 보고 배우자는 생각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찾아 다니며 연기 지도를 받았다. 그때 얻은 별명이 마당발이고 전국구 배우다.

이번 <위대한 유산> 개봉 때도 전국에 포진된 그의 지인들이 실시간으로 관객수와 반응을 휴대폰으로 보고해줬다니 웬만한 마케팅 담당자보다 훨씬 낫다.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술 좋아한다고, 소문난 주당이기도 하다. 스케줄이 없는 날엔 바빠서 소원했던 이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인다. 평소 틈틈이 닦아 놓은 술 실력이 영화 속에서 유용하게 쓰일 때도 있다.

“스타인줄 알았더니 배우더라.” 최근에 들은 가장 기분 좋은 말이다. 때론 푼수 같고 선머슴 같으면서도 여성스러운 <위대한 유산> 속의 미영은 실제의 김선아와 꼭 닮아보인다. 예쁜척 귀여운척 하지 않고 확실히 캐릭터에 녹아드는데 특히 뜨거운 라면을 먹다가 덴 혀를 단무지로 식히는 장면은 압권이다.

한층 발전한 순발력과 흡인력을 느낄 수 있다. 조만간 개봉할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에서는 차태현과 호흡을 맞춘다니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삶에 긍정적인 사람에겐 기회가 많다. 김선아가 대표 케이스다. 힘들다면 힘든 연예계 생활을 하고 있지만 늘 웃는 얼굴이다. 그런 그를 대중들도 사랑한다. 특유의 낙천적인 유쾌함으로 주변에 해피 바이러스를 유포시키고 있는 김선아. 그녀가 버티고 있는 한 한국영화는 일단 날씨 맑음이다.



글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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