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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즐겁다] 안동 하회마을
낙동강이 빚은 아름다운 물도리동…고샅길엔 전통의 향기 물씬





물안개 자욱이 피어 오르는 강변. 안개에 덮인 텃밭 너머엔 옹기종기 모인 기와집들이며 초가들이 정겹다. 한 여인이 펴놓은 캔버스엔 으리으리한 기와집과 소박한 초가 몇 채와 텃밭이 얌전히 들어앉아 있다.

흙돌담 삐뚤빼뚤 돌아가는 고샅길엔 두루마기 걸친 양반이 “어험!” 헛기침을 하며 이 새벽을 깨울 것만 같다. 하회마을의 늦가을날 이른 아침 풍경이다.


우리나라 으뜸의 전통마을



안동시 풍천면 낙동강변에 자리한 하회마을은 현재 풍산 류씨들이 모여 살고있는 전통 마을이다. 태백 검룡소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이곳에 이르러 여러 번 크게 휘돌아가는데, 하회(河回)는 ‘물이 빙 돌아나간다’는 뜻으로‘물도리동’이라고도 한다.

풍수에선 백두대간에서 뻗어온 지맥인 화산(321m)과 낙동정맥에서 뻗어나온 지맥인 부용대를 낙동강이 감싸고 돌아가므로 산태극 수태극의 길지로 보았고, 물에 연꽃이 떠있는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의 명당이라고 여겨왔다. 가만히 지형도를 놓고 보면 화산을 정점으로 이루어진 물도리동의 형세는 이 나라 으뜸의 전통마을답게 버선을 닮기도 했다.

하회마을을 둘러볼 때에는 마을로 들어서기 전에 낙동강 건너의 부용대에 올라 산태극 수태극의 마을 지세를 먼저 살피라고 주민들은 귀띔한다. 그리고 고샅길을 걸으며 즐비한 전통 가옥을 꼼꼼히 살펴본 다음에 마을을 휘돌아 가는 낙동강을 바라볼 수 있는 둑을 거닐면 금상첨화다.

먼지 때문이라 해도 콘크리트로 덮은 마을길은 흙길이 아니라 왠지 조금 아쉽다. 그래도 길 양쪽으론 고풍스런 조선시대 사대부 양반집과 민가들이 나그네를 맞는다. 집의 크기와 땅의 생김새에 따라 이루어진 자연스런 고샅길을 거닐다보면 유년의 골목길 추억이 서서히 밀려든다.

마을은 나지막한 언덕에 터를 잡았는데, 약간 높은 중앙엔 대체로 기와집들이 앉아있고, 가장자리엔 초가 같은 민가들이 움을 트고 있다. 물줄기 형세에 따라 둥글게 자리 잡은 가옥의 앉음새는 전통적인 배산임수와 남향을 고집하지 않고 대체적으로 강을 바라보고 있다.

1999년 4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문하면서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하회마을은 전통 문화유산의 보고다.

우선 전체가 중요민속자료(제 122호)로 지정된 마을 안엔 하회탈 및 병산탈(국보 제121호), 임진왜란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서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쌍벽을 이루는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국보 제132호) 같은 국보가 있고, 보물만 해도 류성룡종손가문적(보물 제160호), 서애와 관련된 여러 유물들(보물 제460호), 풍산 류씨의 대종택으로 현재 54칸이 남아 6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양진당(입암고택ㆍ보물 제306호), 서애가 세상을 떠난 후 평생을 나라와 백성을 위하며 청백하게 지내던 그의 덕을 추모하여 문하생과 유림에서 건립한 충효당(보물 제414호) 이렇게 네 점이나 된다.

뿐만이 아니다. 북촌댁, 남촌댁, 작천고택 등 민속자료로 지정된 전통가옥들이 두 손으로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즐비하다.

또 고샅길 한쪽엔 아름드리 노거수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 같은 흥겨운 춤판에선 이 마을에 살던 이들의 낭만과 여유를 되짚어볼 수 있다. 이런 유ㆍ무형 유산과 물도리동이란 지형이 어우러져 이 나라 최고의 전통 마을을 만들어낸 것이다.


눈맛 시원한 강둑



충효당 솟을대문을 빠져 나와 큰길을 따라가면 왼쪽에서 흘러 내려와 오른쪽으로 휘돌아가는 낙동강을 만난다. 눈맛 시원한 둑길은 하회마을의 정취를 느끼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코스. 강변의 새하얀 모래밭에 뿌리를 박고 서있는 소나무숲을 지나면 옅은 안개 너머로 강 건너 부용대 바위 벼랑이 시원하다.

어디든지 마찬가지만, 하회마을 역시 예스런 정취를 오롯이 제대로 느끼려면 사람들 몰려드는 관광철엔 피하는 게 좋다. 인파도 많지 않고 추수도 얼추 끝난 요즘 같은 늦가을은 하회마을 주민들의 넉넉한 인심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침 저녁으로 강안개라는 특수효과가 무대를 빛내주니 하회마을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이라 할 수 있다.


▲ 교통 경북땅 중앙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안동 나들목에서 30분쯤이면 하회마을에 도착한다. 서안동 나들목(좌회전)→34번 국도(풍산읍 소재지 경유)→6km→916번 지방도→8km→하회마을.


▲ 숙식 하회마을에는 전통가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민박집과 헛제사밥, 안동 간고등어, 안동국시 등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여럿 있다. 대부분의 식당은 민박집을 겸한다. 강둑 근처엔 느티나무집(054-853-1488) 등 강변 풍경과 잘 어우러진 민박집이 있다. 1박(2인실) 2만5,000원선.

하회마을 입장료 어른 1,600원, 중고등학생 820원, 초등학생 660원. 주차료 2,000원, 이용시간 동절기 09:00~18:00. 기타 자세한 사항은 하회마을 홈페이지(www.hahoe.or.kr) 참조하거나 관리사무소(054-854-3669)에 문의.

입력시간 : 2003-11-1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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