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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음식이야기] 소설 '허삼관 매혈기' 돼지 간
중국 소시민의 삶과 애환, 길고 고달픈 매혈인생



장삼이사(張三李四), 갑남을녀(甲男乙女), 필부필부(匹夫匹婦)…. 모두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나타내는 고사성어들이다. 그러고 보면 중국의 현대소설 중에도 이름에 큰 의미가 없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뤼쉰의 <아Q정전>의 아Q도 불분명한 이름이며, <대지>의 왕룽도 그저 농부라는 뜻의 룽(農)자를 사용한다. 그것은 이들 작품들이 이름없는 중국의 민중 그 자체를 상징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의 허삼관도 단지 셋째라는 의미의 삼관(三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역시 특별히 잘나거나 못나지 않았고, 선함과 악함의 양면을 모두 지닌 평범한 중국인을 상징한다. 피를 팔아가며 살아온 한 남자의 일대기를 그린 이 소설은 파란만장한 중국의 현대사 속에 휩쓸려온 소시민의 모습을 웃음과 아이러니를 엮어 풀어가고 있다.

허삼관은 생사공장에 누에고치를 대는 노동자로 가난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병원에 피를 팔면 큰 돈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듣는다. 그의 길고 고달픈 매혈(賣血)행로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처음 피를 판 돈으로 그는 예쁜 신부를 맞는다. 그것도 이미 애인이 있는 여자를 빼앗아서 말이다. 이들은 일락, 이락, 삼락이라는 세 아들을 낳고 살아간다.

그러나 뜻밖에 허삼관은 아내 허옥란이 과거의 애인이었던 하소용과 이미 잠자리를 함께 했으며 큰아들 일락이 자신의 아들이 아님을 알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자라 대가리’라고 부르며 조롱한다. 중국 남성에게는 가장 수치스러운 모욕이다. 분을 참지 못한 허삼관은 맞바람을 피우며 화풀이를 하지만 곧 일락이 배고파 울자 국수를 사 주기 위해 다시 피를 판다.

이들 일가는 때로는 잡아 먹을 듯 증오하고, 또 화해하면서 세월을 보낸다. 중국의 공산화와 문화대혁명 등 혼란스러운 세파에 시달리면서 허삼관은 살아남기 위해 계속해서 피를 팔고 그렇게 자신을 소모해 간다.

시간이 흘러 허삼관이 60대에 접어든 어느 겨울날, 그는 갑자기 돼지간 볶음과 황주가 먹고 싶어 피를 팔려고 한다. 그가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피를 팔려는 순간이다.

그러나 피를 팔러 찾아간 의사에게서 “이제 당신의 피는 가구에나 칠할 뿐 쓸모가 없다”는 말을 듣는다. 피를 팔며 살아온 그가 처음으로 매혈을 거부당한 것이다. 낙담하는 허삼관 앞에 아내 허옥란이 나타난다. 그녀는 남편을 위로하며 자신의 돈으로 돼지 간볶음과 황주를 사준다. 두 사람은 오랫만에 따뜻한 마음이 되어 포식을 한다.


간요리는 겨울철에 알맞은 강장식품



중국 북방 지역에 사는 유목민들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들짐승의 간을 독주와 함께 먹는다고 한다. 간요리는 겨울철에 알맞은 강장식품이며 비타민 A가 풍부해 눈이 피로할 때 특효이다.

또한 인, 칼슘 등의 무기질이 풍부해 빈혈이나 기력 회복에도 좋다. 허삼관이 피를 팔고 나서 반드시 돼지간과 황주를 먹는 것은 몸을 회복시켜 다시 피를 팔기 위함이다. 반면에 간에는 여러 가지 효소가 많아 상하기 쉬운 단점이 있다. 때문에 간요리를 먹을 때에는 생식보다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또한 제대로 요리하지 않은 간에서는 역한 냄새가 난다.

사람들의 인생도 이와 닮아 있는 것 같다. 선함과 악함, 즐거움과 괴로움이 공존하는 것이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삶, 그 자체인 것이다. 마치 아내의 과거를 용서하지 못하면서도 의붓아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쏟는 허삼관처럼 말이다.





* 돼지간 연근볶음 만들기(4인분)






-재료: 돼지간 200g, 연근 100g, 목이버섯 약간, 대파 1뿌리, 소금 ¼작은술, 청주 1큰술, 후추, 녹말가루 2큰술, 소스 재료(간장, 식초, 설탕, 술 각 1큰술, 물에 갠 녹말 1큰술, 물 3큰술), 참기름 1작은술, 식초, 기름


-만드는 법:

1. 돼지간은 얇게 썰고, 연근은 껍질을 벗기고 두께 3㎜ 정도로 얇게 저며서 식초물에 담갔다가 헹구어 물기를 뺀다.

2. 목이버섯은 미지근한 물에 불려서 물기를 제거하며, 파는 3㎝ 길이로 썬다.

3. 간은 살짝 물에 씻어서 마른 행주로 물기를 제거하고, 소금, 술, 후추를 뿌려 주무른다. 녹말가루를 씌우고 기름을 뿌려서 재워 둔다.

4. 달군 기름에 돼지간을 튀기고 나머지 기름에 연근을 넣고 튀겨낸다.

5. 냄비에 기름 2큰술을 넣고 중불로 파를 볶다가 나머지 재료를 넣고 센불에 볶는다. 여기서 섞어둔 소스 재료를 넣고 계속 볶다가 참기름을 뿌려 한 번 더 뒤적여 준다.

*tip: 간을 조리하기 전에 우유에 담가두면 나쁜 냄새를 없앨 수 있다.





장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


입력시간 : 2003-11-1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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