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있는 풍경] 에스프레소의 경제학


유럽인들은 에스프레소(Espresso)를 최상의 커피로 손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제는 전세계 사람들이 에스프레소나 에스프레소를 응용한 커피를 마시는데 익숙하다. 에스프레소라면 대부분 진하게 추출해 작은 잔에 마시는 이탈리아식 커피를 연상한다. 사실이다.

에스프레소 커피는 몇 세기에 걸쳐 전통적인 가공 방법과 추출법의 개선을 통해 맛을 바꿔왔다. 그런 탓에 이탈리아 사람들은 에스프레소 커피의 탄생 과정을 ‘과학과 예술의 결정’ 이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나폴리의 위대한 극작가 에두아르도 데 필리포는 자기가 어렸을 때 커피를 ‘볶는’ 일은 집안 어른들의 몫이었다고 회상한다. 어른들은 드럼통에 원두를 담아 커피가 제 색을 낼 때까지 통을 굴려가며 볶았다. 그러면 커피 향기가 침실 창문을 통해 스며들어와 그의 잠을 깨우곤 했다. 그는 “그래서 나는 커피 마시는 것을 허락받기 전부터도 커피 맛을 알고 있었다”라고 글에 썼다.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사람들은 에스프레소가 식후의 입맛을 개운하게 해준다고 한다. 또 레몬 껍질을 곁들이기도 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이라고 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 덕분에 한 톨의 커피도 나지 않는 이탈리아는 이제 100여 국에 커피를 수출하는 세계 제2의 커피 수출국이 됐다. 또한 에스프레소 커피의 가공산업과 커피기계 제작과 유통 등에 매달린 노동자 수는 이탈리아 전체 근로자들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커피 알갱이 하나가 한 나라의 경제를 쥐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소수이긴 하지만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맛있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만드는 커피숍과 작은 단위의 커피 공장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좋은 메뉴를 많이 개발하고, 좋은 가공품을 많이 내놓아 소비자들에게 당당한 신뢰를 얻기를 바란다. 나아가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한국적 커피 가공상품을 많이 개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승환 커피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1-14 15:22


한승환 커피 칼럼니스트 barista@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