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내 이웃의 모습


■ 제목 : 빨간 홀터 탑을 입은 소녀 (Girl with Red Halter Top)
■ 작가 : 리고베르토 토레스 (Rigoberto Torres)
■ 종류 : 유화 채색 석고 조각 
■ 크기 : 56.5cm x 43.2cm x 22.9cm
■ 제작 : 1982-83
■ 소장 : 미국 브룩 알렉산더 (Brooke Alexander, NY)

다수의 인종과 문화가 혼재해 있는 장소나 상태를 가리켜 Melting Pot(도가니)이라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나라로 누구나 미국을 먼저 연상하겠지만 글로벌 시대의 빠른 정보를 공유하는 현대에는 모두가 Melting Pot안에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일찍이 복합문화에 동화되어온 미국도 소수민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근래 이례적으로 미국 팝 차트 상위권을 모두 흑인음악이 석권하고 최초로 남녀 아카데미 주연상을 흑인 배우가 수상했다는 뉴스는 많은 변화를 상징하지만 동시에 뉴스거리가 된다는 것 자체로 이미 차별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계에서도 뛰어난 소수민족 작가들이 드문 이유를 그들의 재능 부족으로만 보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 흑인을 오브제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더욱이 드문 일로 그것만으로도 세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지도 모른다.

마치 리고베르토의 흑인 조각상을 본 첫 느낌처럼. 푸에르토리코 태생의 그는 뉴욕 브롱스에서 조각가 에이헌의 보조 역할을 하면서 건물 벽에 인물 조각상을 붙이는 이색적인 벽화 작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리고베르토 작품의 특징은 소수민족 지역 공동체에서 이웃들과 친구들을 직접 주물로 뜬 실재 크기조각 위에 유화로 채색하는 것인데 미국 극사실 조각가 듀안 핸슨의 작품과 같이 사람을 현혹시키는 정밀함과 기교는 묻어나지 않는다.

그는 실재 대상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의도가 아닌 오브제에 대한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감각에 더욱 의존함으로써 주변인에 대한 자신의 좋은 감성을 담아냈다. 이웃과 친구라는 대상을 통해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한 작가의 작품 안에서 색다른 것만으로 이끌렸던 처음의 호기심이 완전히 녹아버리는 듯하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1-14 16:32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