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표경선 출사표, 준순형과 한판 승부盧·당 지도부와 대립각 세우며 홀로서기 본격화

'추다르크' 추미애의 선택과 도전
민주당 대표경선 출사표, 준순형과 한판 승부
盧·당 지도부와 대립각 세우며 홀로서기 본격화


“여기 추미애 의원을 기억하시지요. 대찬 여자 추미애 의원도 있습니다.”

지난해 12ㆍ19 대선을 하루 앞둔 12월18일 저녁. 서울 종로 유세에서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다음 대통령은 정몽준’이라고 적힌 피켓을 보고 는 함께 공동유세에 나선 정몽준 의원 지지자들에게 “너무 앞서가지 말라”는 뜻으로 추 의원과 정동영 의원을 차기 주자군으로 거론했다.

결국 이로 인해 노ㆍ정 공조는 깨졌다. ‘해프닝’성 돌발 사고였지만 어쨌든 추 의원은 노 대통령이 언급한 차기 주자로 당당히 이름을 올려놓게 됐다.

그로부터 정확히 11개월이 지난 11월18일. 추 의원은 노 대통령의 언급대로 새로운 도전을 향한 출사표를 던진다. 민주당 대표에 출마하는 추 의원은 조순형 김중권 장재식 이윤수 김옥두 설훈(예상 후보ㆍ무순) 등 전ㆍ현직 의원들과 함께 자웅을 가리게 되지만, 현재까지는 추미애 조순형 의원간 2파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 대통령의 말대로 대찬 ‘가을(秋) 여자’의 선택과 도전이 시작됐다. 그러나 그런 선택과 도전은 자신을 한껏 치켜 세워준 노 대통령을 향한 공세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秋 의원, "노 후보 지지에 앞장서 죄송…"

민주당 대표 경선에 뛰어든 다른 후보보다 추 의원은 일찌감치 도전장을 내고 대 국민, 대 당원을 향한 메시지 전파에 주력하고 있다. 그의 첫 작품이 ‘NO 무현’ 식 행보. 11월12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대선에서 노 후보 선거 운동에 앞장선 것에 염치없고 죄송스럽다고 노 대통령과의 줄긋기에 나섰다.

추 의원은 “(노 대통령의) 측근 세력이 부패에 연루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재신임으로 국민을 압박하는, 또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상황으로 빠뜨리는 것을 보고, 정말 대선 때 지지자들에게 죄송하다”며 “멋모르고 본질을 모르고 대선 운동에 앞장선 것이 염치없고 죄송스럽고 할 말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노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 문제와 관련,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청와대, 둘 다 나쁘다는 것”이라며 “특검법에 대해 (검찰이) 권한쟁의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권도전여부에 대해서는 “개인적 꿈을 드러내는 분위기가 되려면 우리 정치가 희망을 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해 의사 표시를 삼가겠다. 민주당을 위기에서 구하는 역할을 보여줌으로써 저의 리더십을 구축하고 그런 연후 의사표시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했다. 그러나 속내는 어느 정도 내비쳤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추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날 한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측근들의 도덕성을 믿고 대선운동의 최일선에서 시장통의 아주머니와 청소부 아저씨의 성금을 받았는데 염치없게 돼 버렸다”고 날을 세웠다.

당연히 열린우리당 측에서는 난리가 났다. ‘추 의원 모셔오기’에 그토록 공을 들이며 광진 을 지구당을 공석으로 비워두기까지 했는데 구애를 한 당사자에게 뒤통수를 맞아도 제대로 맞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 정치 신뢰를 무너뜨리는 정치적 배신의 극치라며 즉각적인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이재정 총무위원장은 “선거 때 누구보다 노무현을 지지해 달라고 외치던 정치인이 지금 후회한다고 하면 그를 믿었던 국민은 뭐가 되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이는 대표 경선에 나선 정치인으로 한 정치적 발언으로 본다”고 평가절하했다.

이호웅 의원도 “민주당에 잔류, 대표에 나간다고 해놓고 자기 예상대로 안되니까 상식을 벗어난 말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고,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도 “이제 당을 달리한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은 철저한 자기부정”이라고 비하했다.

추 의원이 선택한 ‘반노(反盧)의 길’에는 분명 민주당 당원들에 대한 득표 전략이 내포돼 있다. 당장 선거가 코 앞(11월28일)인데 조직과 인지도, 동료 의원들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재선 출신의 여성의원으로서는 별반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보다 강력한 반노(反盧) 및 반(反) 열린우리당 노선과 함께 미래에 대한 비젼 제시만이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내 참신한 대선주자 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추 의원에게는 플러스 요인이다. 대권도전 이야기를 슬쩍슬쩍 언급하는 것도 이와 맥이 닿는다.

추 의원의 도전적 선언에 그녀의 홈페이지에는 칭찬과 격려의 글과 함께 비난의 목소리도 올라 있다. 한 네티즌은 “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했던 추 의원이 갑자기 위치를 바꾼 것은 국민회의시절에 영입된 한화갑 의원 계이기에 통추 출신과 정치를 같이 하기도 어렵고, 강금실 법무장관이 뜨고 있는 현실속에서 신당(열린우리당)에서는 대통령 후보조차 될 수 없는 절박함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고된 反盧 의 길

하지만 노 대통령에 대한 추 의원의 강한 부정은 비단 이번 경선을 앞두고 느닷없이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열린우리당 태동 이전, 신ㆍ구 주류간 반목이 드세지면서 민주당의 분당 위기가 높아졌던 지난 여름부터 시작됐다. 당시 그녀는 대통령 면담 요청을 하면서 신당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등 노 대통령을 압박했다.

당시 추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노 대통령에 대한 공개 서신에서 “당내 통합도 못 이루면서 동서통합이니 국민통합이니 하는 것은 정치적 술수이며 당이 분열되면 필연적으로 개혁세력도 동서로 분열돼 국민통합은 요원해 진다”며 신당 창당을 우려했다.

여기서 추 의원은 노 대통령을 겨냥해 “측근에게 은밀히 지시하며 민주당을 지역정당으로 왜소화시켜 없애버리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정면으로 공박하기도 했다.

추 의원의 이런 반발에는 한 네티즌의 지적대로 강금실 법무장관의 급부상과도 일정부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노 대통령은 정권 초 검사와의 대화이후 강 장관에게는 끊임없는 애정을 보여줬고, 결과적으로 강 장관은 전국구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원은 최근 “내년 총선에서 원내 1당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강 장관 같은 사람들을 영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힐 정도다. 김근태 원내대표도 강 장관의 영입 의사를 묻는 질문에 “본인의 결단이 중요하지만, 우리와 함께 하겠다면 대환영”이라고 거들었다.

열린우리당 측은 강 장관을 영입할 경우 민주당 대표로 거론되는 추 의원과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대항마로 내세울 수 있는 데다, 정동영 의원과 맞세워 홍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정치판 흐름을 보면 추 의원도 어쩔 수 없이 홀로서기를 시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추 의원은 구 주류 중심의 과거 구당파와도 일정 부분 견해를 달리해온 보폭을 유지하고 있다. 자칫 구 정치 이미지가 강한 구 주류들과 한 두름으로 묶여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에서다.

이 때문인지 추 의원은 11월12일 광주 지역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현 지도부의 위기의식 부재’ 를 강하게 거론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 비판에 이은 현 지도부 질타였다.

추 의원은 “현 지도부가 민주당 간판만 붙잡고 기득권 수호에 집착한 나머지 당이 시한부 정당, 미래가 없는 노쇠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를 막고 민주와 평화, 개혁세력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을 던진다는 각오로 대표 경선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대표 경선 출마의 변으로 “바지보다는 치마폭이 넓다”며 치마론을 제시했다. 또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를 의식해 “만 45세면 꼭 젊다고 할 만한 나이는 아니다”면서도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설 여부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에서 러브콜을 받은 적도 없는 민주당의 조강지처로서 의처증에 걸린 무능한 남편이 구타한다고 해서 자식과 가업을 버리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대구 출신으로 판사 경력의 45세 여성 재선의원 추미애. 우리 정치에 대한 그녀의 도전사가 조용히 펼쳐지고 있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 2003-11-19 15:01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