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이 홀인원] 전기난로 아래서


새벽 공기는 이제 서늘하다 못해 저절로 몸이 움츠려질 만큼 차갑다. 계절이 점점 겨울로 접어들고 있는데 이럴 때가 되면 아무리 부지런한 골퍼라 할지라도 꼬박 꼬박 연습장에 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요즈음은 옛날과 달라 웬만큼 추운 날씨에도 스윙 연습을 할 수 있다. 어지간한 연습장이면 각 타석 마다 천장에 전기난로를 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라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세수도 안 한 부시시한 얼굴로 하루도 안 빠지고 연습장에 나오는 골퍼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전기난로 아래서 레슨을 하면서 필자는 가끔 전기난로가 생기기 전의 추억들을 떠올리곤 한다. 인도어 연습장 구석에 하나 밖에 없는 큰 난로. 그리 많지 않던 아마 골퍼들과 프로를 준비하는 연습생들, 그리고 국가 대표를 꿈꾸었던 주니어들이 고구마와 감자를 올려놓고, 입을 호호 불며 까먹었던 기억들.

추울 때는 스윙을 하는 데 조심해야 한다.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대뜸 공을 칠게 아니라 조금 땀이 날 정도로 빈스윙을 먼저 많이 하는 게 좋다. 한번 샷을 잘못해 토핑이라도 나면 손이 떨어져 나가기라도 하는 듯 온 몸이 찌릿하다. 한타 한타 생각하며 스윙해야 한다. 조금 춥다고 덜덜 떨면서 정신없이 공을 허겁지겁 치는 것은 아니한 만 못하다.

그런 다음 올 여름과 가을, 라운드를 하면서 잘 안된다고 여겼던 부분을 떠올리며 이를 집중적으로 연습 하자. 사실 필드에 나갈 때는 분위기에 밀려 골프를 정신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떨 때는 내가 골프를 치는 것인지 공에게 끌려다닌 것인지 모를 경우도 있다. 겨울 시즌, 연습장에서의 스윙 연습은 나의 골프를 한번 뒤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겨울철에 필드에 나가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상당수 우리나라 골프장이 겨울철에도 개장을 하고, 또 겨울 골프에도 나름대로 맛이 있다며 부지런히 골프장을 찾는 아마 골퍼들이 적지 않지만 사실 겨울철 필드에서 하는 골프는 몸 상하게 만들기에 딱 좋다.

얼어있는 페어웨이에서 잘못 스윙을 하면 허리나 팔에 적지않은 무리를 줄 수 밖에 없다. 그린도 딱딱하게 얼어있어서 아이언으로 그린 위에 공을 올리는 순간 탁구공이 튀듯이 통통 튀기 일쑤다. 퍼팅도 정상적인 퍼팅이 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때문에 조금 여유가 있는 골퍼들은 동남아쪽으로 투어를 가기도 한다. “겨울 시즌 동안 동남아에 가서 라운딩을 자주 하다보면 실력이 많이 늘지 않겠느냐”고 묻는 초보 골퍼들도 있다. 그럴 때 필자의 대답은 “ NO”다. 실력은 조금도 늘지 않으니 시간 낭비, 돈 낭비만 하는 셈이 된다. 이것보다는 따뜻한 난로가 머리 위에 달려 있는 가까운 실내 연습장에서 차근차근 스윙을 연습하는 것이 백번 더 낫다.

박나미


입력시간 : 2003-11-19 15:25


박나미 nami86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