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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즐겁다] 통영 소매물도
바람과 파도가 빚어논 남해의 보석





배가 통영 앞바다를 벗어날 무렵 동편에서 해가 떠오른다. 붉은 햇덩이는 물비늘마다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파도가 배로 달려들 때마다 난간에 기댄 연인들도 바다의 태양도 덩달아 흔들린다. 한산도, 용초도 스친 배가 비진도에 잠시 행인을 부려놓은 후엔 섬들도 점차 드물어진다. 비로소 먼바다 같다. 점차 거칠어지는 파도를 헤치며 얼마를 달렸을까. 드디어 배는 소매물도에 닿는다.


겨울에도 따뜻한 남국의 섬



매물도라는 지명은 본 섬인 대매물도의 지형이 매물(메밀의 통영 사투리)을 닮아서 붙었다.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섬 이렇게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소매물도는 오랜 세월동안 거센 파도와 바닷바람이 빚은 수직의 암벽들로 둘러싸인 절경을 이룬다 하여 ‘남해의 진주’라는 뜻의 해금도(海金島)라고도 불린다.

면적 2.5㎢의 아담한 소매물도는 10여 가구 40여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작은 섬이다. 어느 쪽으로든지 20~30분쯤만 걸으면 기묘한 형상의 해안 절벽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봄엔 붉은 동백, 여름엔 시원한 파도 소리, 가을엔 억새와 구절초 같은 들꽃들이 멋들어진 배경을 만들어준다. 남국의 섬답게 동짓달에도 따뜻한 편이라 겨울여행에도 더 없이 좋다.

소매물도 최고의 경관은 뭐니뭐니해도 섬 남쪽 끝에서 50m쯤 건너편에 있는 등대섬. 바다쪽은 촛대바위, 글씽이바위 같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오르는 언덕은 전체가 눈맛 시원한 잔디로 덮여 있는 등대섬은 늘 거센 바닷바람이 불어대고 폭풍이나 태풍이 올 때면 집채만한 파도가 섬을 삼킬 듯이 덮치기 때문에 키 큰 나무들이 자랄 틈이 없다.

소매물도 최고봉인 망태봉에서 내려다보면 초원과 어우러진 등대섬 풍광이 한눈에 든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사랑하지만 등대섬 조망은 하늘을 향해 솟아난 기암괴석과 등대가 어우러진 풍광이 건너다 보이는 ‘고래등’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압권이다. 하루에 두 번 썰물 때면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에 아담한 몽돌해변이 생기므로 걸어서 오갈 수 있다.

등대섬의 주인 꽃은 새하얀 구절초. 이외에도 보랏빛 갯쑥부쟁이와 해국 등 가을꽃이 11월까지 피었다 지었다 한다. 올해엔 지난 여름에 불어닥친 태풍이 다 날려버려 보기가 어렵다. 대신 드문드문 피어난 노란 털머위꽃이 길손을 위안한다.

등대까지 오르는 길은 경사가 조금 급하긴 하지만 가벼운 걸음으로 30쯤이면 등대섬 남쪽의 절경 등을 모두 구경할 수 있다. 망망대해에서 짙은 안개와 어둠 속을 오가는 배들의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등대가 서있는 정상에서 까마득한 발 아래 바다를 바라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정감 넘치는 오솔길을 따라 섬을 쉬엄쉬엄 돌아보는 데는 4시간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아침배로 들어와 저녁배로 나간다 해도 7시간의 여유가 있으므로 한갓지게 즐길 수 있다. 욕심을 부려 물비늘마다 달빛이 젖은 밤바다와 홀로 그 바다를 밝히는 등대의 불빛도 감상하고 싶다면 하루를 묵고 나오는 것도 괜찮다.

물론 일몰 경관도 아주 빼어나다. 저녁 11시 이후엔 섬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밤에 어두운 섬길을 걸으려면 반드시 랜턴이 필요하다.


소매물도 여행의 백미는 배로 하는 섬일주



등대섬을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소매물도의 아름다움을 거의 살핀 셈이지만, 배를 타고 섬을 돌아봐야만 딴 데 가서도 “소매물도를 봤다”고 말할 수 있다. 모터보트를 타고 섬을 한바퀴 둘러보는 데는 겨우 30분쯤 걸리지만 그 감동은 30년간 잊히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각인될 것이다.

배일주 포인트는 역시 등대섬 남쪽. 중국 진시황의 명령으로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들른 서불 일행이 글을 남겼다는 전설이 전하는 글씽이바위와 그 둘레로 솟은 용바위, 부처바위, 거북바위, 촛대바위 등이 저마다의 전설과 사연을 들려준다. 글씽이 동굴을 통과할 때는 거제 해금강이 부럽지 않다. 등대섬 선착장에서 김충근씨(055-642-9888) 등에게 전화를 하면 배를 몰고 오는데, 그 배를 타고 섬을 둘러보면 된다. 1인당 5,000원~1만원.


▲ 숙식 소매물도는 워낙 작은 섬이라 식당은 없고, 가게도 라면과 생수 몇 개만 준비해 놓은 구멍가게 하나밖에 없다. 하룻밤 묵으려면 취사도구와 찬거리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민박집에서 식사를 제공(1인분 3,000~5,000원)하기도 한다. 당일로 다녀오려면 여객선터미널 앞 김밥거리에서 통영의 별미인 ‘충무김밥’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다. 하양산장(055-642-8515), 다솔찻집(055-642-2916)과 김충근민박(055-642-9888), 강봉율민박(055-643-7903) 등의 민박집이 있다. 1실에 2만~3만원. 소매물도분교를 개조한 힐하우스(055-641-7960)는 단체로 찾을 때 적합하다. 1인 1만원.


▲ 교통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수도권에서 5시간쯤 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 고속도로는 현재 진주까지만 개통되었으므로 남해고속도로 사천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33번 국도를 타고 사천~고성을 거치면 된다.

통영↔소매물도=통영여객선터미널(055-642-0116)에서 하루 2회(07:00, 14:00) 출항한다. 소매물도에서 통영항으로 나오는 배는 8:10, 15:30에 있다. 편도 1인당 1만3,200원, 1시간40분 소요. 유람선을 이용하려면 통영유람선터미널(055-646-2307)에서 소매물도를 돌아오는 배편을 이용한다. 부정기적이므로 전화로 출항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성인 1만5,000원, 어린이(3세 이상) 1만원. 3시간10분 소요.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


입력시간 : 2003-11-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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