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비틀어 본 권력의 풍경


■ 제목 :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기원 (The Origin of Socialist Realism) ■ 작가 : 코마와 멜라미드 (Komar & Melamid)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183cm x 122cm ■ 제작 : 1982-83 ■ 소장 : 뉴욕 로날드 펠드만 화인 아트 (Ronald Feldman fine Arts, NY)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매스 미디어를 통한 정보 습득이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보도가 진실만을 이야기한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난마와 같은 요즘의 정세에서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신중한 판단을 요하게 되는데, 이때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사실을 돌려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이미지를 이용한 시각 매체가 아닐까?

신문의 풍자만화와 같이 미술 작품도 사회적 논점에 관해 때로 매우 뛰어난 전달 효과를 낳는다. 부정적인 의미에서 예술이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된 것은 1934년 구 소련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문학에서 비롯되어 미술의 영역까지 넓혀져 갔는데,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프롤레타리아 혁명으로 치열했던 소련의 모습과 권력층을 조롱하고 희화했던 코마와 멜라미드의 공동작은 실로 파격적인 것이었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회화란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사실적인 묘사를 하는 것으로 현실적 사회상을 그려낸 꾸르베의 사실주의 표현과는 전혀 다르다. 구 소련에서 정치 권력층의 사상을 고취시켰던 의도는 작품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기원>에서 뮤즈에게 어루만져지는 레닌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환되고 신화를 담았던 고전적 회화의 풍미는 희극화 요소로 차용되고 있다.

이것은 코마와 멜라미드가 구소련에서 미국으로 거주를 옮긴 뒤 첫 전시회를 연후 대중들에게 SOTS(Soviet Version of Pop ; 구 소련 양식의 서구 팝아트)로 불리며 주목 받았을 때의 대표작으로 미국의 대중문화를 표현한 팝아트와는 달리 공공문화를 해체시키는 성격이 두드러진다.

코마와 멜라미드는 유희로서의 예술을 선호하지만 그 위에 의구심을 부여할 수 있는 작품을 완성하고자 노력한다고 말한다. 전 세계 지도자를 작품의 대상으로 고려한다면 과연 그들의 캔버스 위에서 희극화하지 않을 지도자가 얼마나 존재할까?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1-20 16:58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