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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영계 좋아하다 'X망신'
원조교제 미끼로 돈 뜯어내는 '역 원조교제' 성행
모텔 빌려 합숙훈련하며 교유, 성인 윤락조직 빰쳐




“요즘 10대, 이거 장난이 아닙니다.”

얼마 전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에서 만난 한 경찰은 ‘원조교제’를 언급하면서 혀부터 내둘렀다. ‘원조교제’라는 말이 회자된 지도 꽤 시간이 흘렀지만 최근의 ‘원조교제’는 이 이전과는 차원이 크게 다른 탓이다. 미성년자가 단순한 용돈 벌이로 성을 파는 것이 아니라 원조교제 남성들을 상대로 돈을 뜯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이른바 ‘역 원조교제’다.

범행 수법만을 놓고 보면 이들은 이미 청소년들의 수준을 넘어섰다. 모텔 등에 숙소를 정해놓고 합숙을 하면서 원조교제에 필요한 기술을 전수받는가 하면, 각각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돈을 갈취하는 등 성인 윤락조직에 못지 않다.

그는 “청소년들의 원조교제 수준이 옷이나 핸드폰 등을 사기 위해 용돈을 번다거나, 성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는 차원을 넘어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내에게 폭로하겠다" 협박



지난 7일 서울 관악경찰서. 자세히 뜯어보면 아직 어린티가 가시지 않은 한 10대 소녀가 조사를 받고 있다. 16살 윤모양. 윤양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유부남과 성관계를 가진 후, 이를 미끼로 돈을 뜯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에 따르면 윤양의 범행 수법은 또래 아이들의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담했다.

윤양이 직장인인 박모씨(47)를 만난 것은 지난 8월 말. S채팅사이트에서 알게 돼 성관계까지 가졌다. 이후 윤양은 10여차례나 더 박 씨를 만났다. 만날 때 마다 용돈조로 얼마씩 돈을 받았다. 윤양이 한달 동안 받은 돈은 170만원. 10대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돈이지만 윤양은 이에 만족치 않았다.

윤양은 박씨가 유부남인 약점을 이용해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아내에게 원조교제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박씨를 압박했다. 심지어 “중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알려 창피를 주겠다”고까지 몰아세웠다.

협박을 견디다 못한 박씨는 500여만원을 윤양에게 건넸다. 그러나 박씨를 상대로 한 윤양의 ‘파상공세’는 끝을 몰랐다. 박씨로서는 더 이상 견딜 재간이 없었다. 설사 모든 일이 밝혀져 주위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게 되더라도, 또 원조교제 혐의로 죄값을 치르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씨는 고민 끝에 윤양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원조교제 혐의로 입건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을 보면 어지간히 시달렸던 모양이다”며 “윤양이 미성년자이긴 하지만 죄질이 워낙 나빠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윤양 사건 이틀 전에는 미성년자 ‘꽃뱀족’인 김모군(17)과 정모양(17)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을 수사한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두 사람의 범행 수법은 성인 꽃뱀들의 행태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원조교제를 원하는 남성을 여관으로 끌어들인 후, 성관계를 갖기 직전 들이닥쳐 협박을 하는 게 이들의 전형적인 수법. 놀라운 사실은 범행을 모의한 두 사람이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인 김군과 정양은 서로 사귀는 사이인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고 말했다.


기업형 조직, 철저한 역할 분담



지난 4일에는 10대 소녀를 합숙시키며 조직적으로 원조교제를 알선한 ‘기업형’ 원조교제족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 동안 원조교제를 빌미로 돈을 뜯는 사례는 종종 알려져 왔지만 합숙훈련을 통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경우는 좀처럼 보기드문 일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채팅을 통해 원조교제 상대를 찾는 ‘알선조’, 10대 소녀를 교육시키는 ‘교육조’, 성관계를 하는 ‘행동조’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역삼동 모 호텔에서 합숙을 하며 범행을 준비한 기간만 2달 여에 달한다.

전열을 어느 정도 가다듬은 이들 일당이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간 것은 지난 8월. 알선책 신모씨(33)가 ‘사냥감’을 물색해 오면 최모양(18) 등이 현장에 투입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렇게 해서 신씨 일당의 덫에 걸린 남성은 무려 100여명. 대부분이 사회적으로 안정된 기반을 가지고 있는 30~40대 자영업자들이다.

물론 이들도 원조교제 한번으로 끝낸 것은 아니다. ‘본게임’은 원조교제를 가진 이후에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투입되는 조직원이 ‘분석조’다. 이들은 원조교제를 가진 남성들의 전화번호를 넘겨받아 유부남인지 여부를 확인한다. 이렇게 해서 상대가 유부남으로 밝혀질 경우 비로소 ‘협박조’가 활동을 시작한다.

경찰 관계자는 “미혼 남성과 달리 유부남은 가족이 있기 때문에 쉽게 손을 돈을 뺏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며 “역삼동 모 모텔에서 합숙을 할 때도 10대들을 상대로 유부남인 것 같은 남성들을 집중 공략하도록 교육을 시켰다”고 말했다.


피해자 100여명에 달할 듯



눈에 띠는 점은 어떻게 해서 이들이 유부남인지 여부를 알 수 있었냐는 점이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조직원 중 한명인 이모씨(20)를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위장취업시키는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 관계자는 “이씨가 빼낸 정보를 바탕으로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 유부남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두 달 사이 이씨가 취업한 곳만 7곳에 달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찰은 현재 신씨 일당에게 협박을 당한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150여장의 주민등록등본을 압수했다”며 “당사자들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법 '기상천외'... 첩보영화 방불케 해
  






미성년자의 원조교제가 기승을 부리면서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전화번호를 받아 연락을 하는 수법은 이미 '구닥다리'로 치부되고 있다.

실제 원조교제가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섹스'나 '원조교제'와 같은 '금칙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유해 정보에 대한 서비스업체들의 적극적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단어들이 버젓이 게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면에는 기상천외한 법칙이 숨어있다. 단어 사이에 기호를 삽입하는 게 첫 번째 요령. 요컨대 '금칙어'라 불리는 단어 사이에 '%'나 '#'와 같은 특수기호를 삽입해 서비스 업체들의 필터링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

'$' 기호를 삽입해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도 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네티즌은 "방제목 끝에 '$' 기호가 삽입돼 있으면 100% 원조교제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이 경우 제목은 일반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아무런 제재없이 거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의견 조율을 통해 장소를 정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만날 장소에 먼저 도착해 상대 남성의 행동 살핀다. 상대가 경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행동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곧바로 자리를 떠난다. 만날 장소를 몇 번이고 옮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2대1' 섹스나 '4대2' 섹스를 통해 파트너를 보호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조사 결과 피의자들은 항상 두 명씩 한조가 되어 성관계를 가졌다"며 "이쯤 되면 이미 원조교제가 아니라 윤락 사업이나 마찬가지인 것 아니냐"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


입력시간 : 2003-11-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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