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추미애 양강구도 속 합종연횡이 변수성향·세대 확연한 차이, 당 미래 점칠 시금석

민주당권 趙ㆍ秋 전쟁
조순형·추미애 양강구도 속 합종연횡이 변수
성향·세대 확연한 차이, 당 미래 점칠 시금석


김대중 총재의 탈당, 노무현 대선후보 당선, 한화갑 대표 사퇴, 신주류 정대철 대표 승계, 신주류 탈당 및 열린우리당 창당, 박상천 대표 승계‥.

불과 1년여 사이에 벌어진 새천년민주당의 숨가빴던 변화상이다. 이렇게 반복된 혼란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해답은 11월28일 민주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해 치러지는 임시전당대회에서 나오게 된다. 적어도 내년 총선까지는 여기서 선출되는 신임 대표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좌우견제를 헤집고 나가야 하는 특명 속에 당내 반목을 잠재우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신임 선장자리를 꿈꾸는 후보들은 총 8명. 기호 순으로 이 협 김영진 장성민 김영환 추미애 장재식 김경재 조순형 전 현직 의원. 여성은 추 의원뿐이고 40대가 3명, 50대 1명, 60대가 4명이다. 선수(選手)와 경력도 다양하고 출신지역도 혼재돼 있다.

1인2표제로 실시될 이번 대표 경선은 후보간 색깔과 세대별 차이가 확연해 결과 여부에 따라 민주당의 미래를 미리 점칠 수 있는 기상도가 될 수 있다. 조순형ㆍ추미애 의원이 양강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다른 후보들은 각개약진 속에 합종연횡을 통한 일대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들의 선거전략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 공격에 집중돼 있다.


젊음과 경륜의 한판 승부

40대의 젊음과 60대의 경륜, 쇄신 및 개혁 슬로건과 화합 및 통합이란 명제의 한판 대결이다. 화끈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세대교체론이 먹히느냐, 어수선했던 당 분위기를 제대로 다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선이냐로 요약되는 것. 그 대칭점의 한 가운데에는 조순형 의원과 추미애 의원이 서 있다.

조 의원은 5선의 중진으로 경선 후보중 장재식 의원과 함께 최고령(68)이다. ‘미스터 쓴소리’답게 매사 호ㆍ불호가 명확하지만 명분을 앞세우는 합리적인 성품이 두드러져 당내외 신망이 두텁다. 고 조병옥 박사의 아들로 민주당과는 2대째 인연을 맺고 있어 정통성 면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다. 여기에 박상천 대표와 정균환 총무 등 옛 정통모임과 통합모임 등의 지지도 든든한 후원자이다.

조 의원이 지휘봉을 잡을 경우 당내 각종 불협화음은 일단 수면아래로 잠복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 중진들에게 힘이 실려 상하(上下)가 구분되는 서열중시 체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많다. 큰 변화보다는 안정 속에 개혁을 지향한다는 보수기반 위의 반(半) 개혁정당의 자리매김이 유력하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조 대표 아래 장재식 이협 의원을 지도부에 포함시키는 지도체제를 그리고 있다.

이런 조 대표 시나리오에 제동을 거는 쪽은 추 의원을 밀고 있는 소장파와 변화욕구가 강한 밑바닥 대의원 그룹. 추 의원 측은 현역 의원들과 지구당위원장들의 지지세가 현실적으로는 조 의원에 비해 밀린다 해도 바닥민심은 앞설 것이라고 자신한다. 오히려 이 때문에 추 의원에 대한 ‘비토’론이 떠돌고 있다.

최연소 의원이 대표가 될 경우 예상되는 당의 물갈이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보여, 특히 호남을 중심으로 한 중진들 사이에서는 ‘추 대표 불가론’이 공공연히 새 나온다. 주로 나이가 어린데 따른 경륜 부족으로 바람을 잡고 있다.

실제 추 의원이 당선되면 민주당의 기존 색깔은 상당 부분 바뀔 가능성이 높다. 비록 지금까지는 호남을 대주주로 한 정당이었지만 대구 출신으로 서울 지역구의 추 의원이 나서면 호남정당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퇴색한다.

추 의원은 “새 시대 문을 가장 먼저 열기 위한 첫걸음은 새로운 인물의 지도부 구성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42세에 나라를 구하는데 앞장섰고 나는 현재 그보다 나이가 많다”고 일축하고 있다.

대주주격인 호남 민심과 당내 주류들의 움직임이 조 의원 편이라고 가정해도 대구 출신 추 의원에 기울고 있는 영남 민심과 상대적으로 변화 욕구가 거센 수도권 바닥 민심 등을 감안한다면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조-추’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합종연횡'으로 반전 꾀하는 여타 후보군

“지금도 벽돌 두장은 너끈히 깰 수 있다”고 노익장(?)을 과시한 장재식 후보는 “40대가 60대더러 물러나라고 하면 대통령은 20대가 돼야 하느냐”고 강조하고 있다. 세대교체론에 대한 강한 부정이다. 이협 후보도 “당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통합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면 40대의 김영환 장성민 후보는 “변해야 산다”는 말로 지지를 호소한다. 김 후보는 “민주당에는 토네이도 같은 폭풍이 몰아쳐 새 지도력과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장 후보는 “대표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당에 열정과 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젊음을 강조했다.

이들 외에 연령상 중간지대에 위치한 김경재(61) 김영진(56) 후보 측은 틈새전략을 편다. 40대와 60대를 잇는 가교역을 자임하면서 노ㆍ장ㆍ청을 화합시키는 전도사가 되겠다고 입을 모았다.

조-추 양강구도에 뛰어든 6명의 후보들은 나름대로 명분을 앞세운 득표전을 벌이고 있지만 아무래도 힘에 버거운 눈치다. 이로 인해 합종연횡에 대한 이야기도 들린다. 개혁 소장파들은 추 의원을 정점에 두고 김영환 장성민 후보를 양축에 두는 젊은 3각 편대를 바라고, 다른 후보들은 조 의원을 중심으로 한 역할분담론에 따른 ‘헤쳐모여식 손잡기’를 바라는 듯하다.

또 김경재-추미애-김영환 후보를 축으로 한 개혁연대, 조순형-장재식 후보간 정통모임 지원연대, 조순형-김경재 연대와 추미애-장성민 연대 등의 물밑 짝짓기 움직임도 활발하다. 당내 대주주 격인 한화갑 전 대표는 “조-추 후보 중 누가 돼도 좋다”는 입장이라고 측근이 전하고 있다.

후보들의 득표전략은 하나같이 노 대통령 때리기다. 민주당의 정통성과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노 대통령을 ‘집나간 탕아’로 몰아세워야 한다는 지상과제에서 출발한다.

김영진 후보는 “신당에서 합류 요청이 있었지만 노 대통령 코드와 색깔에 맞추기 보다는 정통야당과 함께 하기 위해 돌아왔다”고 말했고, 김경재 의원은 “시간이 지나면 노 아무개가 역사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쳤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환 후보는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노 대통령의 배신정치에 대한 심판을 호소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 공격 경쟁에 합류함과 동시에 “부안 핵폐기장 문제는 주민투표로, 이라크 파병 문제는 국민투표로 각각 결정해야 한다”며 다른 후보와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장성민 후보도 “노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의 역할을 포기하고 특정 정파의 대변자로 나서고 있다” 고 노무현 공격경쟁에 강도를 더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서 모호한 상태의 정체성에 빠진 민주당이 바야흐로 DJ 이후의 정통 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11월28일은 그 첫날이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 2003-11-25 17:08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