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따로 우리당… 지둘려 vs 千·辛·鄭 힘겨루기지구당 창당·공천 문제 본격화땐 사생결단식 대결 예상

벌써부터 밥그릇 챙기기?
따로따로 우리당… 지둘려 vs 千·辛·鄭 힘겨루기
지구당 창당·공천 문제 본격화땐 사생결단식 대결 예상


‘새로운 정치 열린우리당이 희망을 열어갑니다. 구태정치와 지역주의 타파를 염원하는 국민의 열망을 가득 담고…’

열린우리당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가장 먼저 화면에 뜨는 문구다. 구태정치를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를 열어보겠다는 당의 이념이 압축된 상태로 제시돼 있다.

창당한 지 불과 1개월여. 열린우리당의 모토인 ‘신 정치 구현’은 그러나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의 힘겨루기 속에 사라져 가고 있다. 가히 전운마저 감도는 수준이다. 갈등의 요체는 ‘지둘려’(김원기 당 의장의 별칭)와 소장파 리더그룹인 ‘천ㆍ신ㆍ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의원을 지칭)과의 당 대표 선출에 따른 이견에서 비롯된다.

당 대표 선출을 놓고 김 의장은 간선제 쪽에, 정동영 의원 등 소장파는 직선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이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면담한 뒤 돌연 휴가를 떠나면서 소장파들을 ‘돈키호테 과(科)’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고, 정 의원은 “김 의장을 우산으로 모시고 가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직선제 대표 선출만큼은 양보할 뜻이 없다고 버텼다.

마주보고 달리는 열린우리당 노ㆍ소장호 열차의 목적지는 나름의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실상은 ‘반쪽만 남은 밥그릇 찾기’만을 향하는 듯한 느낌이다. 당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휴가간 김 의장을 비난하는 글과 정 의원을 성토하는 글이 엇갈려 올라 오고 있다. 문제는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란 부분에 있다.

당 대표를 뽑는 방식에서부터 반목이 시작됐으니 앞으로 지구당 창당과 공천 문제에 이르러서는 사생결단식 결전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당의 슬로건인 ‘구태정치 타파’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지둘려, 소장파와 반목으로 휴가행

김 의장은 11월19일 여의도 당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책정례회의와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해야 하는데도 별다른 연락없이 출근하지 않았다. 당연히 당 내부가 술렁거렸다.

이재정 총무위원장이 “대선이후 지금껏 하루도 쉬지 못해 사흘간 휴가계를 냈다”고 극구 해명했지만 당직자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당무거부 투쟁인가? 소장파들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인가? 각각의 해석을 쏟아냈지만 중론은 ‘몽니성 휴가’라는데 맞춰진다.

김 의장은 그간 “당의 안정을 위해 당 의장은 간선으로 뽑고 총선 선대위원장에 젊은 얼굴을 포진하자”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천ㆍ신ㆍ정을 비롯한 소장파들이 이에 강력 반발하며 당 의장 직선제를 성사시켰다. 화가 난 김 의장은 “자기 인기만을 노리는 돈키호테 과가 우리 당엔 너무 많다”며 “그런 사람들은 정치지도자 교육을 다시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쏘았다.

17일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18일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19일부터 휴가를 떠난 김 의장은 20일과 21일 잇따라 정대철 고문을 만나는 등 중진그룹과의 연쇄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김 의장과 목욕탕에서 만났는데 힘든 와중에도 (대선자금 수사 등) 내 문제를 걱정해줬다”며 연대감을 과시했다.

김 의장의 측근은 “간선제 발언이 나온 직후 후배들이 벌떼처럼 덤벼드니까 불출마 얘기를 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소장파와의 한판 대결을 예고하는 듯한 말을 던졌다.

소장파의 의지도 결연하다. 정동영 의원은 “어른(김 의장)을 한번 만나뵈어야겠다”고 말하면서도 이와는 별개로 대표 직선제 만큼은 관철시키겠다는 태세다. 이는 김 의장을 ‘모시는’ 차원과는 별개로 당 지지도를 띄우고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지도부 물갈이가 필연적이란 생각에서다. 정 의원의 판단에는 같은 천ㆍ신ㆍ정은 물론 상당수 소장파가 뜻을 같이하고 있다.

소장 그룹의 직선제 주장에 당내 기류는 “직선제는 민주정치의 본질”(신기?의원)이라는 찬성론과 “직선제는 당권투쟁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반대론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대체로 소장파와 중진그룹간 이견이다. 두 이견의 정점에는 김 의장과 정 의원이 있다. 이 경우 두가지 예측이 가능하다.

김 의장이 노론(老論)을 대변하는 대표로 경선에 출마해 소론(少論)을 움직이는 정 의원과 한판 승부를 벌이느냐와, 아니면 김 의장이 미는 제3의 후보가 정 의원과 대리전을 치르게 하느냐는 것이다. 당권을 둘러싼 혈전의 막은 이미 김 의장의 몽니성 휴가와 함께 서서히 오르고 있는 느낌이다. 김 의장이 휴가에서 돌아오는 11월 마지막 주가 열린우리당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盧, 소장파 배후조종?

아직까지는 명분이 있는 정 의원 쪽으로 기우는 듯한 분위기다. 상대당에 비해 뜨지 못하는 지지율과 내년 총선을 앞둔 절박함에서 비롯된 변화욕구가 이 같은 기운을 자아내곤 있지만 그 이면에는 청와대의 입김이 상당부분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김 의장이 휴가를 떠나기 이틀 전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을 만났다. 김 의장은 청와대에서 저녁을 함께하며 2~3시간 동안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새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당 의장 직·간선제 선출방식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화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후 김 의장은 경선불출마와 당무거부성 휴가에 들어갔다. “청와대로 혹떼러 갔다가 붙이고 온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청와대측은 “김 의장의 ‘휴가’와 노 대통령과의 만남은 관련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이는 적은 편이다. “‘지둘려’가 노 대통령에게서 섭섭한 대접을 받은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분석이 훨씬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내 돌아가는 상황이 김 의장으로선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질 않느냐”며 “생각이 복잡한 김 의장을 위로하기 위해 유인태 수석이 배려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정치적 스승으로 여겨왔던 김 의장과 단 둘이 2~3시간에 걸친 대화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면 그 자체가 소장파에 암묵적인 힘 실어주기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내부 문제에 최근 들어 부쩍 관여하는 듯한 인상이다. 부산지역 핵심 측근 인사들과 비공개 회동을 한데 이어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7명과의 면담을 가졌고 이후에는 김 의장과 독대했다.

노 대통령을 면담한 인사들은 한결같이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지만, 청와대 면담이 이뤄진 시기가 미묘하게 지구당 조직책선정 갈등과 조기전대 개최 및 의장 간선제 논란 등 당내 현안과 맞물려 있어 갖가지 관측을 낳고 있다.

이 와중에 이뤄진 회동인데도 당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면 이는 ‘지둘려’에게 보내는 노 대통령의 ‘무언의 메시지’나 다름아니다. 이 때문에 ‘지둘려’의 몽니성 휴가는 당내 소장파 보다 청와대 측을 향한 서운한 감정표시라는 해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김 의장 독대 직전에 노 대통령이 정동영 의원과 만났다는 얘기도 떠돈다. 물론 청와대나 정 의원측은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 2003-11-25 17:13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