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 치곤 괜찮았죠?" 영화 에서 아프도록 아름다운 사랑 연기

[스타 데이트] 김효진
"첫 경험 치곤 괜찮았죠?"
영화 <천년호>에서 아프도록 아름다운 사랑 연기


“처음엔 신세대 아이콘이라는 말이 듣기 좋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소녀보다 여성으로 다가서고 싶어요.”모델 겸 배우 김효진(19)의 출사표다.

그녀는 2000년 음료 ‘2% 부족할 때’와 018 이동통신 CF를 통해 ‘n세대’의 대표격으로 스타덤에 오른 하이틴이다. 남자 친구가 “문자 메시지를 (한달에) 100번 밖에 보내지 않는다”며 결별을 선언하는 모습(018 CF)으로 십대의 깜찍함을 과시했던 그때 그녀의 나이가 열 여섯 살. 예쁘장하다거나 여린 데라고는 없는 당돌한 소녀 역할을 한 탓에 개성 넘치는 아이돌 스타로 떴다.

그로부터 3년이다. 첫 데뷔 영화 ‘천년호(감독 이광훈ㆍ제작 한맥영화)’는 그녀의 성인 신고식장이다.

‘천년호’는 통일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과 이들의 운명을 뒤흔드는 천년 호수의 저주를 담은 무협 멜로물. 그녀가 맡은 인물은 ‘자운비’. 천진난만한 산골 소녀로 생명의 위험에 처한 비하랑(정준호 분) 장군을 구한 뒤 사랑에 빠지지만, 악귀에게 영혼을 지배 받으면서 사랑과 나라(신라)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비운의 여자다.

결국은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한 남자의 손에 죽음을 맞는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으로 남는다.

“지독히도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은 대다수 사람들의 바람이 아닐까요. 물론 제 또래의 세대는 고리타분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비극적이기 때문에 더 가슴 속 깊이 아리게 남는 여운이 큰 것 같아요.” 아이돌 스타 이미지를 벗고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마다하지 않은 관문이 정준호(33)와 베드신이었다. 불과 열 여덟이란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열네살 연상의 남자와 성인 연기에 도전한 것이다.

아직 어린 나이의 노출이 두려웠다. 그러나 “좋은 연기자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관문의 하나”라는 정준호의 말에 못 이겨(?) 겹겹 옷으로 감춰뒀던 속살을 공개했다. 노출 수위는 높지 않았지만, 상당히 요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는 게 중평.

가슴을 동여맨 흰색의 속옷 위로 드러난 그녀의 탄력 있는 가슴선은 싱그러운 처녀의 섹시함을 보여 주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몸을 파르르 떨 정도로 긴장한 그녀의 수줍은 표정은 첫 경험의 설레임을 오히려 한결 더 실감나게 스크린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고난이도의 액션연기도 척척

겁이 없다는 건 사실인 듯 하다. 악귀가 씌운 자운비의 초능력을 연기하기 위해 하늘로 솟구치거나 장풍을 쏘아대는 고난이도 와이어 액션을 소화해 낸 것은 평소의 대담한 성격 때문이었다.

절벽에서 수중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찍을 때는 무술감독으로부터 “죽어도 책임 못 진다”는 얘기까지 들었음에도 “대역 없이 하겠다”고 덤벼들었다. 내친 김에 수중 장면을 위해서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따내기도 했다.

“수영이나 조깅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이처럼 운동 신경이 뛰어나다는 건 이번에야 알았어요. 다행이죠. 단지 연습 기간이 짧아 더 완성된 액션을 보여주지 못한 게 좀 아쉬움으로 남아요.” ‘액션 신동’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것이 당연할 정도였다. 스크린 데뷔작에서 순수함과 섬뜩한 악마성을 동시에 표출하면서 ‘충무로 기대주’로 성큼 다가온 김효진.

그녀는 사실 ‘길거리 캐스팅’의 전형이다. 1999년 초 옷을 사러 동대문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그녀를 본 모델 에이전시 직원의 제의로 패션잡지 ‘Cindy the Perky’ 3월 표지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CF SBS TV ‘좋아좋아’와 KBS TV 미니시리즈 ‘RNA’, MBC TV ‘비밀’ 등에 출연하며 주가를 올리다 2000년 말 돌연 브라운관에서 사라졌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이 골라주는 스케줄”에 떠밀리게 되는 생활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천년호’ 촬영으로 스크린에 오기까지 그녀는 무엇을 했을까. “학교(한양대 연극영화가)에 들어가 공부만 열심히 했어요. 연예 활동에 조바심 내지 않고…” 쉬면서 영화도 보고 친구도 만나면서 재충전했다는 그녀의 얼굴에 생동감이 넘친다.

“‘천년호’ 덕분에 종합 예술인 영화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스크린 새내기 김효진은 선배 배우 전도연을 닮고 싶어 한다. “어떤 영화에서든 배역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하얀 백지를 떠올리게 하는 배우”라는 것이 그 이유다. 앞으로 나아갈 길도 여기서 찾는다. “특정 이미지를 고집하기보단 다양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빛깔로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갖고 있다. 김효진의 하얀 도화지에 수 놓일 그림들이 자못 궁금하다.

 

● 프로필

생년월일: 1984년 2월 10일 키: 168cm 몸무게: 46kg 취미: 영화 감상, 쇼핑 특기: 플릇, 수영 가족사항: 1남 1녀 중 장녀 학력: 이화여고- 한양대 연극영화과 2년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3-11-27 14:07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