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대표음식, 쓱쓱 비며 '한 입'

[맛이 있는 집] 전주 성미당 비빔밥
전주 대표음식, 쓱쓱 비며 '한 입'

어느 지역을 찾았을 때 꼭 맛봐야 할 음식들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전주의 비빔밥일 것이다. 전국 각지에 전통 전주 비빔밥을 표방하는 숱한 비빔밥이 존재하지만 ‘본고장에서 먹는 맛에 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여행자들의 기대심리다.

물론 기대가 큰 만큼 실망하기도 쉽다. 비빔밥이라는 음식이 원래 대충 나물 가짓수만 많으면 그럭저럭 맛을 내는 요리다보니 더욱 그렇다. 전주에서 비빔밥을 먹고 실망하는 것은 아닐까, 먹는다면 어디서 먹어야 할까 등등 전주를 찾는 순간부터 고민스러워진다.

규모나 유명세면에서 1위라고 할 수 있는 가족회관은 예전에 한번 맛을 본 터라 다른 곳을 알아보기로 했다. 몇 사람의 추천과 고민의 결과 선택한 곳은 성미당. 최고의 전주 비빔밥집을 꼽을 때 꼭 거론되는 식당 가운데 하나다. 40년 동안 비빔밥을 했다니 오랜 손맛에 대한 믿음도 한 몫 했다.

맛깔스러운 반찬 접시들이 먼저 상을 채우고 곧 이어 비빔밥이 나온다. 노랗게 반짝이는 놋그릇에 색깔 고운 나물들이 푸짐하게 담겨 나온다. 놋그릇은 온기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고, 미각적으로도 입맛이 당기는 효과가 있다.

성미당 비빔밥이 다른 집과 구별되는 점이 하나 있다. 밥이 맛있게 비벼져서 나온다는 것이다. 밥에 콩나물, 고추장, 참기름을 고루 잘 섞어 비빈 다음 그 위에 나물을 보기 좋게 얹어 놓은 것. 상에서는 나물과 밥만 살짝 비비면 된다. 이때 젓가락을 사용하면 나물이 뭉치지 않고 밥과 잘 섞인다.

발그스름하게 비벼진 밥은 맵지도 싱겁지도 않고 딱 적당한 맛이다. 고슬하면서도 부드러운 밥과 계절에 맞게 준비한 나물 맛이 잘 어우러진다. 비빔밥 한 그릇에 20여 가지의 재료가 들어가니 음식종합선물세트를 간편하게 압축해 놓은 것이라 해도 좋겠다.

비빔밥 맛은 얼핏 보기에 갖은 나물에 좌우되는 것 같지만 기본적인 맛은 밥과 고추장에 있다. 성미당은 찹쌀고추장은 물론 참기름, 진간장 등도 직접 만든다. 장은 감칠맛이 잘 우러날 때까지 몇 년 간 숙성시키기도 하는데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고추장 맛이 여기서 나오는 셈이다.

사골 물을 넣어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도 특징. 이렇게 지은 밥에 콩나물,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잘 비빈 다음 뜨겁게 데워놓은 놋그릇에 담고 표고버섯, 도라지, 오이, 당근, 미나리, 소고기육회, 취나물, 상추, 고사리, 애호박, 무채, 황포묵, 김, 계란 노른자, 잣 등을 색깔별로 맞춰 올리면 비빔밥이 완성된다. 비빔밥 한 숟가락에 산해진미가 다 들어간 듯 알찬 맛이 일품이다.

전주는 스스로를 ‘맛과 멋, 소리의 고장’이라 부른다. 주말은 물론 평일 저녁에도 전통 공연이 펼쳐지는 것을 보면 그런 말이 홍보를 위한 겉치레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문화센터에서 매일 저녁 판소리, 국악, 사물놀이, 춤 등 공연을 펼치므로 식사를 끝낸 뒤 전주의 멋에 흠뻑 취해보는 것도 좋겠다.

전통문화센터는 전주 한옥마을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는데 예스러운 한옥집들이 옹기종기 이마를 맞대고 살아가는 모습도 감상할 겸 한옥마을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다. 전시용 빈집이 아니라 수백 가구가 머무는 살아있는 한옥마을이다. 전시용 빈집처럼 깔끔하지는 않지만 사람 사는 구수한 냄새며 담을 넘어 오는 도란거리는 말소리가 오히려 훨씬 정겹게 느껴진다.


▲ 메뉴 : 전주전통 비빔밥 8,000원, 전주전통 육회비빔밥 10,000원, 떡국(겨울) 5,000원. 063-287-8800~1


▲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도로 전주IC로 나간 다음 호남제일문, 월드컵 경기장 옆을 지나 시내로 들어간다. 전북은행과 기업은행이 있는 사거리에서 전주우체국 쪽으로 우회전, 우체국 옆으로 난 비스듬한 골목 안쪽에 성미당이 있다.

김숙현 여행작가


입력시간 : 2003-11-27 14:14


김숙현 여행작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