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균의 개그펀치] 선생님, 맞장 한번 뜰래요?


현재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그렇다면 ‘교육 선진국’이란 용어는 당연히 따라와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사(私)교육비 선진국’만을 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상 우리나라 학원은 학교보다 우위에 있다. 사교육에 가려 꽁꽁 숨어버린 공교육. 우리는 지금이라도 공교육을 찾는 숨바꼭질이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학창시절 나는 스승을 존경하고 그 은혜에 보답하라는 가르침을 받아왔다. 나의 학창시절 ‘스승의 날’은 거대한 연중행사 중 하나였다. 우리는 여린 손으로 만든 빨간 종이 카네이션 한 송이를 스승에게 건네며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것은 정말 진심이었고 스승과 제자간의 사랑이 담겨있었다.

물론 핑계일지 모르지만 쫓기듯 바쁘게 살다 보니 스승의 가르침에 특별한 보답을 드린 기억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 시절 스승의 은혜에 가슴 아린 추억을 한쪽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적어도 ‘나는 스승의 그림자를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 시절 어렵게 외워야 했던 국민교육헌장처럼 당연시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요즘 공교육의 현실은 어떤가? 가끔 뉴스에서 접하는 내용들은 가히 가관이다. 스승의 그림자를 놀이 삼아 밟아버리는 것은 재미요, 설사 발을 밟더라도 오히려 왜 밟혔냐고 성낼 상황이다. 이런 광경을 보고 누가 스승과 제자를 가려낼 수 있을까 싶다.

우리 세대가 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에서 잘못을 하면 가차없이 날아드는 선생님의 매를 피해갈 수 없었다. 나 또한 이런 사랑의 매를 맞고 자랐다. 부모님께는 물론 학교에서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그 죄의 대가에 마땅한 벌을 받고 매를 맞았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학교에서 ‘사랑의 매’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새 그것은 ‘폭력’과 ‘폭행’이란 용어로 탈바꿈했다. 수업시간에 교실을 휘젓듯 돌아다니고 떠들고 딴 짓 하는 학생들에게 교사는 꼭두각시놀이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보고도 눈 딱 감고 못 본 척 해야 하는 지금의 공교육이 되기까지의 교육 현실을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

공교육인 학교는 잠이나 자고 시간 때우는 곳에 불과하고 학원을 오가며 고액 과외의 사교육을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지금, 교육현실은 정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암담하게만 느껴진다.

내가 만일 80년대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며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호랑이 선생님’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지금 집필한다면 삼류작가로 전락 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까지 느껴진다. 그 내용에 박자를 맞추며 동의 할 시청자는 극소수 뿐 일 것이다.

지금의 공교육과 사교육. 무엇이 옳고 그름을 따질 때가 아닌 듯 싶다. 아침에 일어나 사교육을 받으러 학원으로 가야 하는 가슴 아픈 현실이 생기기 전에 정부는 현재 공교육의 현실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하루라도 빨리 대책마련에 주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교육은 개인, 가정, 사회,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고 한다. 교육을 잘하면 그 사회는 흥하고 발전하는 반면 잘못하면 퇴보하거나 망하게까지 된다는 의미다.

스승의 날 노래가 이렇게 바뀌기 전에 우리 국민 한명 한명 모두가 현재의 교육현실에 쫑긋 귀를 세워야 한다. “♬스승의 은혜는 별거 아니라 우러러 볼 수록 한심해 지네~♪” 작금의 공교육 문제는 수능시험 문제의 답이 3번도 맞고 5번도 맞다고 인정하는 정도의 상황이 아니다. 이러다가는 막말하기 좋아하는 정치인들처럼 학생이 선생이 맘에 안 든다고 “선생님 우리 맞장 한번 뜹시다 운동장으로 나오세요.”이럴지도 모른다.

입력시간 : 2003-12-0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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