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원초적 인식의 변형


■ 제목 : 자르기 (Cut Piece)
■ 작가 : 오노 요코
■ 종류 : 퍼포먼스
■ 제작 : 1964
■ 장소 : 뉴욕 카네기 홀 (Carnegie Recital Hall, New York)

“내 아내는 너무나 유명한 무명 미술가이다.” 존 레논이 그의 아내 오노 요코를 일컬어 했던 말이다. 일본 거대 금융기업가의 자손으로 태어나 명예와 부를 버리고 자신의 자유로운 예술혼을 불태웠던 오노 요코는 이처럼 유명인의 아내로써 이름은 알려졌지만 아무도 그녀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선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일본 명문가의 자녀였기에 가능했던 다양한 경험과 진보된 교육을 통해 개화 여성으로서의 삶에 일찍이 눈을 떴고 2차 대전 중 일본의 패망을 목격하며 평화를 갈망하는 세계관을 키워 나갔다. 그리고 유년시절 부친의 사업관계로 머물렀던 미국 생활에서 이국 여성으로서의 갈등을 경험하면서 여성의 정체성에 대해 끝없는 의문을 품었다.

그러한 성장 배경과 경험 속에 형성된 평화주의, 자아와 타자와의 관계성, 페미니즘 등은 오노 요코의 예술 철학이 되었고 음악, 시, 퍼포먼스, 회화와 설치 미술에 이르는 폭 넓은 예술 작업에서 모태로 작용했다.

뉴욕 카네기 홀에서 행해진 ‘자르기’ 퍼포먼스는 부동의 자세로 앉아 있는 오노 요코의 입고 있는 옷을 관람자로 하여금 옆에 놓인 가위를 이용해 자유롭게 자르게 하는 것이다. 40여분간 진행되는 퍼포먼스에서 오노 요코는 거의 발가벗겨지지만 처음과 다름없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관람객, 즉 타자의 자의적인 행위에 의해 떨어져 나간 옷의 천 조각이 모일수록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그녀의 육체와 함께 개인과 집단의식, 자아와 육체의 정체성, 성에 대한 인식의 흐름이 소리없이 형성되는 것이다.

수많은 그녀의 유명 작품 중 존 레논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던 설치 작품으로 ‘예스 회화’가 있다.

흰색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천정에 매달려 있는 돋보기를 통해 보면 깨알 같이 쓰여진 ‘Yes’라는 글자가 시야로 크게 들어오는 것인데 이때 존 레논은 그녀의 예술이 부정과 파괴적인 아방가르드 미술이 아니라 좋았으며 바로 그 ‘Yes’를 보고 거기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너무나도 유명해진 예술가 아내 오노 요코를 사랑했던 뮤지션 존 레논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2-05 09:45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