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불법 대선자금 관련 비리 연류" 주장, 盧와 연계설 제기 '집중포화'

'장수천'서 비리 샘솟나?
야당 "불법 대선자금 관련 비리 연류" 주장, 盧와 연계설 제기 '집중포화'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최도술씨, 노무현 대통령 운전기사 출신의 선봉술씨, 노 대통령의 386 핵심 측근인 안희정씨, 노 대통령 후원회장을 맡았던 이기명씨, 노 대통령 비서관 출신의 홍경태씨, 그리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

한때 노 대통령이 소유했던 생수회사 ㈜장수천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이른바 ‘장수천 사람들’이다.

노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에 관한 특검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면서 ‘장수천 사람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장수천 사람 대부분은 이미 특검 대상에 올라 있거나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노 대통령이 엄청난 책임을 져야 할 지도 모른다는 ‘장수천게이트’설이 야당측에 은밀히 나돌고 있다.

야당측이 주장하는 장수천게이트의 핵심은 장수천 관련 주요 인사가 노 대통령의 측근이고 이들이 불법 대선자금을 비롯해 각종 비리에 연루됐다는 것이다. 그들은 도대체 노 대통령과는 어떤 관계였길래, 노 대통령을 겨냥한 야당의 십자포화를 받아야 할까?

장수천 관련 비리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던 2002년 4월께. 당시 노무현 후보측 유종필 언론특보(현 민주당 대변인)는 장수천 문제가 불거지자 안희정씨가 전달한 내용을 전제로 “노 후보가 95년 친구 회사에 보증을 선 후 96년 이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리자 노 후보가 5억5,000만을 투자하고 경영에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이 한때 장수천의 실제 소유자가 됐고 경영에도 직접 관여했다는 뜻이다.

주목되는 것은 장수천과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은 회사들 및 주요 임원들과 노 대통령과의 관계다. 장수천은 95년 10월17일 설립된 뒤 (주)오아시스 워터(장수천의 판권 분리를 위한 세운 회사, 99년 7월6일) (주)오아시스(장수천의 상표권·판권을 인수한 회사, 2000년 10월27일) (주)워터코리아(장수천 폐업 후 신설된 회사, 2001년 8월23일) 등으로 가지를 치거나 이름을 바꿨다.

(주)장수천의 임원은 대표이사에 홍경태, 선봉술(98년 11월이후), 이사 최도술, 사업본부장 김각노, 감사 정인석 등으로 구성됐는데, 홍경태. 선봉술. 최도술씨가 ‘최도술 게이트’의 핵심 3인방으로 거론된다.


홍경태씨, 특검 새장점으로 부각될 듯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8년 후배인 홍경태(48)씨는 부산상고 선후배들이 만든 ‘노무현후원회’ 사무국장, 부산상고 동창회 차장 등을 지냈다. 94년 지방자치연구소를 차린 노 대통령으로부터 ‘살림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9년간 노 대통령과 고락을 함께 했다.

야당은 그가 지난해 12월 대선 직전까지 노무현 후원회의 실무 총책을 맡아 지금까지 알려진 최도술씨보다 더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집사역을 수행했고 대선 자금에도 깊이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사실 한가지. 홍씨는 장수천의 대표로 있으면서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4년 후배인 썬앤문 그룹 문병욱(51) 회장이 98년 4월에 설립한 생수회사 ㈜명수참물의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명수참물이 장수천의 서울 판매회사였고, 문 회장이 특검법상 주요 수사 대상임을 고려할 때 홍씨가 문씨 회사의 이사였다는 것은 두 사람과 노 대통령과의 관계가 특검의 새로운 쟁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씨의 뒤를 이어 장수천의 대표를 맡은 선봉술(57)씨는 노 대통령의 고향친구이자 운전기사 출신으로 최도술씨로부터 SK돈 3억4,000만원을 받아 쓴 것 외에 강금원 회장으로부터 차용증 없이 9억5,000만원을 빌려쓴 것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야당은 대선을 전후해 출처가 불투명한 거액이 선씨측에 전달된 것에 주목해 선씨가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창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장수천의 이사를 역임한 최도술(55)씨는 ‘장수천게이트’의 실질적인 핵심으로, SK로부터 11억원을 받은 것이 문제돼 ‘재신임’ 정국을 몰고 온 장본인이다.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후배로 40년 전 사설도서실의 총무로 있을 때 당시 고교 3년생이던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20년 이상 ‘집사역’을 맡아 노 대통령의 ‘영원한 집사’로 통한다.

그는 노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후부터 회계책임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대선을 전후해 부산지역 기업들로부터 30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 외에 SK그룹 등 다른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과 관련해 특검 대상 1호로 올라 있다.

이기명(66) 전 노 대통령 후원회장은 장수천이 한국리스여신으로부터 빌린 30여억원을 갚기 위해 지난해 8월 자신의 용인 땅을 팔았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당시 용인 땅 매입의 1차 계약자는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으로 야당은 계약 해제 후 강 회장이 돌려받지 않은 17억원이 대선자금으로 제공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 회장은 또 선봉술씨에게 빌려줬다는 9억5,000만원과 민주당에 전달한 대선자금 20억원 때문에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야당은 노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강 회장이 안희정 이광재씨 등 노 대통령 386 핵심 측근들의 스폰서 역할을 하면서 이들을 통해 대선자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공적자금, 대선자금 전용의혹" 제기

장수천은 99년 7월 판권의 분리 매각을 위해 ㈜오아시스워터로 탈바꿈하는데 이 회사의 대표가 바로 안희정씨였다.

장수천 대표를 맡았던 홍경태씨, 감사 정인석씨 등이 새 회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안씨는 노 정권 초기 최대 정치사건인 나라종금 사건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된 적이 있는데, 야당은 나라종금이 퇴출 저지를 위해 안씨에게 로비를 했고 나라종금에 투입된 공적자금 중 상당액이 안씨를 통해 대선자금으로 전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안씨와 강금원 회장과의 관계를 중시, 안씨가 강 회장의 대선자금 통로라는 의혹과 함께 강 회장의 군납모포 비리에도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장수천게이트와 관련된 또 다른 등장인물은 문병욱(51) 썬앤문 그룹 회장. 문 회장은 98년 4월 장수천의 서울 판매회사인 ㈜명수참물을 설립하고 장수천 홍경태 대표가 그 회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문씨를 잘 안다는 한 부산상고 출신은 “문씨가 홍경태 등 부산상고 인맥을 통해 노 대통령측과 가까워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씨는 또 대선이 끝난 뒤 대통령과의 친분은 물론 안희정, 이광재 등 측근들과도 친한 관계임을 과시하곤 했다”고 그는 말했다.

강씨와 문씨는 12월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됐지만 야당은 두 사람의 불법 대선자금 개입에 폭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문씨의 경우 지난 4월 농협 원효로 지점 120억원 대출사건과 강남 N호텔 인수 때 150억원 가량의 세감 감면과 관련,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문씨와 노 대통령(이광재 전 실장) 커넥션을 특검을 통해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3-12-10 10:57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