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활동 보좌하며 실무·경륜 쌓은 '절반의 국회의원'

[정치 신인시대-입법보좌관] 정치참모에서 전문정치인으로
의정활동 보좌하며 실무·경륜 쌓은 '절반의 국회의원'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안이 재의결된 국회는 '입법부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제 특검법의 수사에 따라 각 당이 일희일비하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에서도 그것은 영향을 발휘할 전망이다.

이처럼 국회는 입법과 정부에 대한 통제ㆍ감시 기능을 통해 정치권을 제어하기도 하지만,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본질적인 중요성이 있다. 이러한 국회의 위상과 기능에서는 의원 개개인의 역량뿐 아니라, 실무적인 일을 도맡고 있는 입법보좌관의 역할이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말 그대로 '정치인'이라면 입법보좌관은 '전문가'이다. 실무를 통해 경륜을 갖춘 입법보좌관이 웬만한 국회의원보다 낫다는 속설이 그 같은 정황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내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적지 않은 입법보좌관들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준비중에 있다. 국회가 정쟁의 장이 아닌 국민을 위한 국가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바로 그들이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적임자라는 평가가 힘을 얻는 시점이다. 출사표를 던진 중견 입법보좌관들의 소신과 비전을 들어 보았다.

"정치 개혁의 선봉장 되겠다"

정찬수 한나라당 부대변인, 충북 제천·단양 출마 예정
5선급 국회경력의 외교전문가, 이회창·정재문 보좌역

지난 12월 1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항의하며로 단식 농성중인 최병렬 대표를 방문한 정찬수(44)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감회에 젖었다. 앞서 지난 9월 닷새동안 중앙당사에서 단식 농성을 할 때의 기억이 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제천·단양 지구당 조직책 선정 과정에서 경선 원칙을 무시하고 자민련에서 옮겨온 송광호 의원을 단독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는 최 대표가 농성장을 찾아와 “내가 앞으로 잘 할 테니 날 믿고 농성을 풀고 다음에 있을 당후보 공천 경선을 위해 지역에 내려가 열심히 뛰라”며 격려했다.

입법보좌관으로 오랫동안 참모를 하던 그가 총선에 나선 것은 ‘한나라당을 바꿔야 정치가 바뀌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바뀔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구태를 벗고 신진 개혁 세력이 중심이 돼 국민의 신망을 받는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야 제1당과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갖출 수 있다는 신념이다.

정 부대변인은 정가에서 5선급 국회 경력을 갖춘 차세대 주자로 통한다. 16년 동안 입법보좌관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업적을 남긴 것은 물론, 한나라당 개혁의 중심 세력인 ‘미래연대’의 창립 멤버인 데다 한나라당 보좌관협의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40대 초반임에도 그가 이룬 성과와 경력은 5선 의원에도 밑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충북 제천 출신인 그는 87년초 신민당 정재문 의원의 권유에 의해 입법보좌관으로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16년간 외교 전문가인 정 의원과 함께 일하며 외교 분야에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1989년 ‘철의 장막’으로 알려진 소련과의 수교를 위해 정재문 의원과 모스크바를 방문해 수교의 단초를 마련했는가 하면, 1992년 중국과의 수교로 국교를 단절한 대만과 불편한 관계에 있을 때 대만을 수차례 방문해 이등휘 총통을 면담했다. 양국에 대표부가 개설되고 자동차 협상이 타결돼 1억4,000만불 어치를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어 2000년 한나라당 보좌관협의회 회장을 맡았을 때는 보좌진 연구 모임을 활성화하는 등 국정감시자로서 입법보좌관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고, 지난 대선 때는 이회창 후보의 공보보좌역으로 일했다.

오랜 동안 ‘참모의 길’을 걸어온 그는 “그 동안 국회의원이 해서는 안되는 일과 해야할 일을 배웠다”면서 “국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을 위해, 그리고 국회의원으로서 직접 나라를 바로 세워보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고 말한다.

그는 “국제 관계 분야에서 일한 경험, 외국의 경제 전문가나 IT기업가와의 인맥 등이 국회 입성을 결심하게 된 근거”라며 “향후 이를 바탕으로 해외 첨단 산업과 친환경기업을 유치해 고향인 제천·단양의 인구 30만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그는 이를 위해 지난 11월28일 테미 오버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을 만나 제천·단양에 대한 관광투자를 요청, 테미 부회장으로부터 “반드시 방문해 투자 타당성을 조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는 “요즘 제천과 단양을 오가며 지역민들을 만나면서 정치 불신에 따른 인물 교체와 새바람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공천 기준만 공정하다면 후보 공천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또 “오늘날 정보화, 국제화 시대에 의정 활동과 지역 발전에 누가 적임자인가 하는 지를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해 주길 기대한다”며 자신감을 대신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3-12-10 11:25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