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거장의 또다른 음악여정

[재즈 프레소] 케니 개릿 5년만의 내한공연
색소폰 거장의 또다른 음악여정

‘강한 리더들과 연주한다는 것은 당신을 강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한다.’ 케니 개릿(43)을 우리 시대의 알토 색소폰을 대표하는 주자로 키워낸 것은 저 같은 믿음 덕이었다. 치열한 재즈 현장의 양보 없는 잼 세션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파, 개릿의 연주를 5년만에 다시 지켜보게 된다.

“한국에 제 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언젠가는 제대로 된 콘서트를 선사하고 싶었죠.” 이메일 인터뷰의 일성은 역시 1998년 12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가졌던 공연에 대한 기억이다. 다시 온 그는 훨씬 느긋해 졌다. 이번 내한 연주에는 미리 정해진 레퍼터리가 없다.

첫 내한 때 파악했던 한국 재즈팬들의 취향과 연주 당일의 분위기 등에 따라 즉흥적인 연주를 펼칠 생각이다. 최근 하드밥을 주조로 발표한 8집 ‘Standard Of Language’의 수록곡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테너 색소폰 주자였던 아버지 덕택에 케니는 태어나면서부터 재즈와 함께 살았다. 1978년 머서 엘링튼이 이끄는 듀크 엘링튼 오케스트라에 발탁돼 3년 동안 연주함으로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이것이 대학 생활이었던 셈이다. 이후 멜 루이스와 라이오넬 햄프턴 등 대가들을 거치면서 데뷔 앨범 ‘케니 개릿을 소개한다’를 발표, 재즈의 명문인 블루노트사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블루노트의 밥 재즈 옴니버스 앨범 ‘Out Of The Blue’에서 세션맨으로 참가한 것이 곧 데뷔였다.

1986년은 도약의 해였다. 그 해 거장 아트 블레이키에게 발탁되고, 이듬해 마일스 데이비스 사단으로 들어갔다. 서두의 말은 당시에 나왔다. 역사적 거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가를 고백한 것. “여러 가지 이점이 있겠지만, 진정 당신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1989년 WEA에서 나온 데이비스의 앨범 ‘아만들라’에서 그의 연주는 소울풀(soulful)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1989년 앨범 ‘후지산 실황(Live At Fuji)’의 연주는 비밥의 문법에 근거한 화려한 속주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특히 ‘사랑의 포로(Prisoner Of Love)’ 같은 곡에는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오랜 세월 동안 습득한 결과물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많은 대가들이 그를 탐냈다. 디지 길레스피, 프레디 허바드, 탐 해럴, 우디쇼, 잭 월러스, 도날드 버드 등 모던 재즈사를 빛낸 사람들이 그를 세션 주자로 불렀을 정도다.

그가 세션맨으로 참여한 앨범은 무려 100여장이다. 1998년 ‘제 1회 뉴욕 재즈 대상’에서 기자상과 재즈업계상을 거머 쥔 그는 미국의 재즈 팬들이 투표로 뽑는 ‘핫 리스트’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윈튼 마살리스, 조슈어 레드먼 등과 함께 21세기의 정통으로 자임하는 고전주의의 대표자로 꼽히는 그에게 합당한 평가다.

최근 그의 음악적 행보는 재즈 너머로 뻗치고 있다. 스팅이나 피터 가브리엘 등 진취적 팝 뮤지션들과의 작업은 제 2의 음악 인생이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징표였다. 그것은 끝에서 끝으로 벌어진 실험이었다. 뉴저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자신의 프로젝트 그룹 ‘재즈마타즈(Jazzmatazz)’와 함께 만든 앨범 ‘Adagio For String’ 같은 음악은 한쪽의 끝이다. 힙합계의 전설적 그룹 Guru와 함께 벌인 작업은 또 다른 끝이다.

이번의 두번째 내한 연주는 12월 18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다. 이튿날은 대학로의 천년동안도에서 캐럴 등을 위주로 해 크리스마스 콘서트도 갖는다.

▲참고:정통 재즈에서 출발했다, 감상적인 발라드 재즈로 돌아 서서 많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색소폰 주자인 케니 G와 이름이 비슷하긴 하다.

그러나 음악적 면으로 본다면 거의 정반대 진영에 위치한다. 케니 가렛이 정통파의 뒤를 온전히 잇고 있다면, 케니 G는 재즈를 응용한 발라드로 돈방석에 오른 것. 또 케니 G의 G는 고렐릭(Gorelic)이라는 희귀 성(姓)을 줄인 것이라는 사실에서도 다르다.

장병욱차장


입력시간 : 2003-12-10 18:37


장병욱차장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