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육체를 통한 자아의 발견


■ 제목 : 허니 왁스 (Honeywax)
■ 작가 : 키키 스미스 (Kiki Smith)
■ 종류 : 조각
■ 크기 : 39.4cm x 91.5cm x 50.8cm
■ 제작 : 1995
■ 소장 : 밀워키 미술관 (Milwaukee Art Museum, Milwaukee)

“육체란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소이자 기쁨과 슬픔 등의 무대가 된다. 나는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죽는지에 대해 표현하고 싶다.” 독일 출신 미국 작가 키키 스미스는 자신의 예술관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스미스의 신체 조형물은 그리스 조각처럼 우아하지도 않으며, 무엇을 상징하는지 알 수 없는 추상조각처럼 혼란스럽지도 않고, 현실 속 인물과도 같은 극 사실조각의 경이로운 테크닉도 없다. 그러나 그녀의 단순한 인체 형상들은 거꾸로 벽에 붙어 있거나 천정에 매달려서, 혹은 마루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모습으로 단순함을 초월하는 그 무엇으로 다가온다.

괴이한 정서를 불러 일으키는 스미스의 신체 작품에서는 혈관과 내장 기관들이 밖으로 표출되고 심지어 정액과 피, 배설물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것이 묘사 되어지는데, 이처럼 충격적인 반응을 야기할 수 있는 작품 안에는 그녀 자신이 언급한 대로 정치적 해석과 문화적 암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 작가의 작품에 어렵지 않게 적용되는 페미니즘에 대한 이슈와 데카르트의 인간 정신 우위를 파괴한 신체성의 확대 개념들이 그녀의 작품에 여전히 존재 한다 해도 그 앞에서 따져보는 시선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아버지의 죽음과 에이즈로 사망했던 자매에 대한 아픈 기억, 신화와 종교를 바탕으로 한 형이상학적 우주관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다뤘던 작품 소재들은 무한하다. 단순한 신체 조형을 통해서 인간이 자신의 육체와 함께 만들어가는 정신적 추억의 여정까지 담아내고자 했던 것일까?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 어떠한 관찰과 해석에 동요하지 않고 주위를 맴돌며 떠다니는 그 무엇인가에 조용히 모든 감각을 집중해 본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12-11 16:25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