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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균의 개그펀치]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백화점과 대형할인매장 등 쇼핑센터는 치장에 분주해진다. 지난 한해 감사했던 분들에게 온정이 담긴 선물을 장만하러 찾아오는 손님들의 눈길을 하나라도 더 끌기 위함이다. 성탄절, 연말과 새해가 몇 일 사이로 줄줄이 이어지면서 어느 때보다도 큰 대목 잡기에 나선다.

나 또한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해를 되돌아보며 바쁘게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잠시 너그러이 가지는 시간을 갖게 된다. 덩달아 돈 씀씀이도 평소보다 헤퍼지는 것이 사실이다.

설탕, 쌀, 갈비세트, 상품권, 여행패키지까지 시대에 따라 선물의 종류는 변했지만 중요한 것은 선물의 종류가 아닌 그 속에 담긴 따뜻한 마음일 것이다. 물론 현금 150억 원이 실린 2.5톤 트럭이나 한 권에 50억 짜리 채권이 묶여있는 책 선물은 단호히 사양할 줄 알아야 한다.

최근 대다수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꼽히는 것이 ‘성형수술’이라고 한다. 얼마 전 톱스타 A군이 여자친구에게 선물로 가슴확대수술을 해준 일이 화제가 됐었다. A군은 여자친구의 자존심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지 결코 성적인 이유로 해준 것은 아니라고 하니 그의 말을 전적으로 믿어보겠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네들이 들으셨다면 지팡이 들고 달려와 ‘세상 말세’라며 한탄을 금치 못할 일이지만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A군의 특별한 선물에 따뜻한 박수를 보내며 오히려 그 여성을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 하여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는 털끝 하나라도 훼손하지 못하게 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짬을 내 눈을 찢어 쌍꺼풀을 만들고, 콧날을 오똑하게 세우는 퀵 성형수술이 유행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아픔을 참으며 온몸에 칼을 맞아가면서 조금이라도 예뻐지기 위해 왜 기를 쓰는 것일까? 예쁜 외모가 이세상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절대적 영향이라도 주고있는 것일까? 아마도 이 사건이 있고 난 후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성형열풍이 불지 않았을까?

1987년 11월 29일 미얀마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115명의 탑승객을 태운 KAL 858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늘날까지도 115명이나 되는 탑승객의 유해 또는 유품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고 있는 엽기적인 사건으로 남아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속에서 유가족들은 아직도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당시 이 사건의 테러리스트로 지목되어 서울로 압송된다는 북한 공작원 김현희의 모습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일손을 놓고 너도나도 텔레비전 앞에 모여들었다. 나 역시 그녀의 모습을 궁금해 하며 텔레비전 앞을 지켰었다.

당시 우리나라 국민 모두는 천인공노할 이 사건에 벌벌 떨며 “그 나쁜X을 총살 시켜라!”, “당장 광화문 사거리에서 공개 처형하라!” 등의 온갖 욕설을 다해가며 살기등등했었다. 그러나 정작 텔레비전 앞에 나타난 것은 괴물처럼 극악무도하게 생긴 여자가 아니라 아리따운 미모의 한 여인이었다.

의외의 미모를 갖춘 김현희를 보자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저 여자가 무슨 잘못이야 시킨놈이 나쁜 놈이지”라며 오히려 그녀에게 동정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단지 이유가 김현희의 미모때문이었다고 단정짓기는 뭐하지만 그녀의 아리따운 미모가 사람들의 마음을 단번에 바꾸는데 한몫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후 그녀는 얼마 후 사면되었고 그녀가 결혼을 했다는 소식에 많은 남성들이 서운한 기색을 비추며 못내 아쉬워했다. 구체적인 물증하나 나오지 않은 채 이 사건은 역사에 묻혀 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이 사건의 진상을 소상히 밝혀 유가족들의 피맺힌 한을 풀어주는 선물을 해주는 것이 어떨지,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입력시간 : 2003-12-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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