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어떻게'가 중요한 겨울


어느 틈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올 한해를 평가하는 데 자신의 골프 실력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게 틀림없다. 지난 겨울 맹연습을 해 올 봄 잔뜩 기대를 한 채 필드에 나갔지만 별무신통한 이도 있었을 터이고, 연습한 효과가 스코어카드에 고스란히 옮겨진 것에 기뻐한 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수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레슨을 하면서 지켜본 바로는 실력 향상에 만족하는 아마추어 골퍼보다는 제자리 걸음 또는 뒷걸음질한 실력에 허탈해 하는 아마추어 골퍼가 더 많다. 나름대로 체계적인 훈련을 했다고 자부한 아마추어 골퍼 조차도 시즌을 정리할 즈음의 최종 결과를 보면 지난해와 별 다를 것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 자신도 골프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해도 해도 끝이 없고, 그렇다고 안 하면 단번에 표시가 나고. 한다고 해도 쏟아 부은 것 만큼 성과가 나오는 것 도 아니고. 때문에 “그래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나으니 꾸준히 하라”고 말할 수 밖에.

‘꾸준히’라는 게 중요하지만 골프에 있어서는 ‘어떻게’가 굉장히 중요하다. 오늘은 이 ‘어떻게’에 대해 한번 이야기 해보자. 노트가 필요하다. 그리고 거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어보자.

첫째, 내가 가장 불안해 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적어보자. 그 불안이 기술적인 미흡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것에 기인한 것인지, 이를테면 ‘더 잘해야 되는 데’, ‘더 잘할 수 있는데’ 등등에 억눌린 것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골프가 안될 때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늘 자신의 취약점이 시도때도 없이 튀어나와 점수가 안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점만 분명히 파악해도 훨씬 덜 불안한 마음으로 샷을 할수 있다.

둘째, 이번에는 가장 자신있는 것을 적는다. 내가 남보다 앞서있는 부분에 확실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필드에 나갔을 때 큰 도움이 된다.

세번째, 정말 이것 만큼은 잘하고 싶다는 것을 적는다. 연습장에 갈 때마다 여기에 적은 것을 염두에 두고 연습을 하게 된다. 아무 생각없이 터벅터벅 인도어에 가는 것보다 훨씬 능률적이다. 매번 같은 스윙으로 공을 치는 골프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식의 타성에 젖은 연습으로는 ‘언젠간 되겠지….’라는 마음이 ‘아무리해도 안되는구나’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요즈음 사람들을 만나면 크리스마스 얘기가 한창이다. 인사가 “크리스마스 때 뭐하세요?”이고, “좋은 크리스마스 보내세요.”이다. 제일 친한 골프 멤버에게 기억에 남는 선물을 하나 주면 어떨까 싶다. 바로 크리스마스 카드 안에 자신이 본 ‘골프 문제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꼭 이것을 고쳐봐. 내년에는 분명히 더 좋은 점수가 나올거야”라는 격려와 함께. 형식적인 크리스마스 카드 내용 보다는 훨씬 더 반갑지 않을까?

박나미


입력시간 : 2003-12-17 10:43


박나미 nami86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