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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우물 육아교실] "우리 큰 애, 왜 부족해 보일까요?"
둘째아이만 예뻐보이는 엄마들

Q. “8살, 7살 연년생 딸아이를 키우는 주부입니다. 아이 키우면서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큰 아이랑 자꾸만 부딪치게 됩니다. 나이 차이도 안 나는데 둘째는 보기만 해도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야무지고 눈치가 빠른데 큰애는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제 마음에 차지 않아요.

밥을 먹을 때도 느릿느릿, 아침마다 학교에 늦겠다고 야단을 해도 제 할 얘기, 할 짓 다합니다. 그리고 숙제를 해도 나중에 나중에 미루다 다 늦은 시간에 겨우 졸린 눈 비벼가며 하고. 둘째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수학문제집 사달라고 하더니 벌써 두 권 째입니다. 첫째는 아직 열 장도 못했는데. 이러 저러한 일로 자꾸 첫째를 야단쳐서 그런지 첫째도 저에 대한 불만이 아주 커요.

엄마는 늘 동생만 예뻐한다나요. 어떤 때는 둘째가 하는 행동을 따라하면서 관심을 끌어보려고 하는데 제 눈엔 그것도 마땅치 않습니다. 밤이 되면 제가 너무 한다 싶어 잠자는 큰애 보면서 반성하고 다짐하는데 막상 아침에 마주 대하면 또 냉랭해지네요. 아이도 이런 못된 엄마의 마음을 알텐데 걱정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첫째는 부족하게만 보이고 둘째는 우는 것도 예쁘게 보이는지. 선배 엄마들은 어떠셨나요?“(경기도 파주에서 은이 엄마가)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고 하지만 실제 아이 키우면서 부딪치는 갈등과 고민을 들여다보면 말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아이들이 생각해도 그렇고, 부모가 느끼기에도-속마음은 열 손가락 깨물면 똑같이 아프다고 인정하지만-유난히 예뻐 보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부모를 화나게 하는 아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주로 예뻐 보이는 쪽은 둘째 아이들이고 화나고 걱정을 일으키는 아이들은 첫째인 경우가 많다. 위 사연도 그렇고 주부 닷컴 두레우물 육아상담 게시판에 올라온 다른 사연을 봐도 마찬가지다.

“작은 애는 정말 말귀도 빨리 알아듣고 예쁜 짓도 잘해요. 큰 애는 밥도 잘 안 먹고 말대꾸나 하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동생에게 화만 내고 때리고 ….”(kyky218)

“작은 아이는 애교도 많고 귀여운 반면에 큰 아이는 너무 어른스럽게 행동을 하다보니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지요.”(khj)



첫째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관심



첫째 아이와 부모의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한 아이의 상처와 부모의 뼈아픈 후회는 과연 무엇 때문에 비롯되는 걸까? 부모 눈에 비친 대로 첫째 아이한테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니면 오로지 부모의 잘못된 욕심 탓일까?

갈등의 중요한 원인은 부모로 하여금 갈등을 일으키게 하는 아이가 바로 첫째라는 데 있다. 만약 그 아이가 첫째가 아닌 둘째, 셋째로 태어났다면 문제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어떤 부모든지 간에 첫째 아이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다른 아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첫째는 부모에게는 든든한 맞상대이자 동생들의 모범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모의 기대와 관심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런 마음이다.

그러나 기대와 관심이 밖으로 표현될 때 억압과 차별의 탈을 쓰고 나타나서 문제가 된다. “네가 잘해야 동생도 잘한다”, “넌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 모양이니?”, “어쩌면 동생보다도 못하니!” 등등 첫째 아이가 부모한테서 듣게 되는 말들은 사랑과 기대, 관심이라기보다 억압과 차별, 편애 그 이상이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해도 첫째 아이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당하다고 느낄 것이고, ‘엄마, 아빠는 나만 미워해’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부모는 자신의 참을성 없음과 감정조절의 미숙함을 생각하며 밤마다 잠자는 큰 아이 머리맡에서 가슴을 쥐어뜯는 것이다.

한국심리상담연구소(http://kccrose.grint.co.kr) 김남희 P.E.T(효과적인 부모 역할 훈련)강사는 첫째 아이 때문에 힘들어 하는 부모들에게 다음과 같은 충고를 한다.

“큰애와 둘째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큰 아이가 어떤 잘못을 했을 때 그것을 옳다 그르다 판단해서 윽박지르거나 야단치지 마세요. 摸?그 일로 해서 엄마가 힘들 수 있음을 솔직히 말씀하세요.

만약 큰 아이가 방을 어질렀을 경우, ‘빨리 치워. 형이 되가지고 넌 왜 그 모양이니.’가 아니고 ‘네가 치우지 않으면 엄마가 그 일을 다해야 하는데 엄마는 다른 일도 많고 동생도 챙겨줘야 해서 힘들거든. 네 것은 알아서 챙기면 엄마는 참 고맙겠다’라고 말씀해 보세요. 아마 큰 아이의 태도가 확 달라질 겁니다. 스스로 알아서 엄마를 도와주고 형 노릇을 할겁니다.”


"너무 윽박지르지 마세요"



김남희 강사는, 부모들에게 효과적인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문용어를 빌려 말하면, ‘반영적 경청’과 ‘나 전달법’이 그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반영적 경청’이란 상대방(아이)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적절히 표현해 주는 것이다.

즉 첫째 아이가 동생을 때렸을 경우, “동생 때문에 속상한 일이 있었구나”하면서 아이의 속마음을 부모가 대신 알아주고 표현해주는 것이다.

‘나 전달법’은 아이의 행동이 부모에게 어떤 느낌이 들게 하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아이에게 솔직히 드러냄으로써 아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아이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네가 동생을 때리고 싸우면 동생도 속이 상할 것이고 또 엄마도 많이 속상하다. 때리지 말고 말로 해보면 어떨까?”

‘반영적 경청’과 ‘나 전달법’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때 아이가 받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당장 실천해 보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인정받는 사람(아이)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따뜻함과 겸손, 배려, 양보의 마음 그리고 당당함이 그것이다. 더불어 부모 또한 마음 가득한 기쁨과 흐뭇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두레우물 육아교실은 주부닷컴(http://www.zubu.com/)과 함께 진행합니다. 지금 두레우물 육아상담실(http://community.zubu.com/doure.asp)에서는 육아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심유정 자유기고가 pupp3@naver.com


입력시간 : 2003-12-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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