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산 슈퍼 프리미엄급 위스키, 5%시장 놓고 주류업계 연말 대 격전

양주대전 "고급 입맛을 잡아라"
17년산 슈퍼 프리미엄급 위스키, 5%시장 놓고 주류업계 연말 대 격전

연말 송년 특수를 맞아 위스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심각한 경기침체와 회복될 줄 모르는 소비 부진의 여파 속에서 연말 반짝 성수기를 맞아 국내 위스키 업체들이 앞다퉈 다양한 판촉전략을 펴며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 양태만 보면 6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로 돌아간 듯하다. 전형적인 ‘부익부ㆍ빈익빈’ 소비구조가 재현된 것이다. 서민들이 마시는 소주와, 위스키 소비의 ‘5%’를 겨냥하는 최고급 위스키 시장은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맥주와 일반 위스키 시장은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한 병에 35만~40만원 짜리 17년 산 이상 슈퍼 프리미엄급 위스키 시장은 올들어 11월말 현재까지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43.3% 이상 증가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반면 12년 산 프리미엄 급 위스키는 마이너스 16.2%, 7년 산 스탠다드 급도 마이너스 34.9% 각각 성장을 보이며 곤두박질쳤다.


소비 고급화 패턴, "주당 입맛을 잡아라"

위스키 시장은 경기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서울 강남권 일부 고급업소를 제외하고 대부분 업소가 심각한 영업난을 겪으며 판매실적이 수직 하락하고 있는 상황은 오늘날의 불경기를 그대로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7년산 위스키의 판매가 승승장구하는 원인은 뭘까. 위스키의 소비 경향이 접대 위주에서 사교 위주로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주류업계의 진단이다. 여기에 건강 지향적 접대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음주패턴이 ‘더 좋은 품질의, 보다 더 적은 양’으로 빠르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17년 산 이상의 슈퍼 프리미엄급 위스키가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위스키 업계의 1,2위를 달리고 있는 디아지오코리아와 진로발렌타인스는 올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상대의 주력 제품을 겨냥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디아지오는 발렌타인스의 연산 미표시 위스키인 ‘밸런타인 마스터스’를 겨냥해 최근 ‘윈저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놓았다. 발렌타인스는 이에 질세라 ‘윈저 17’을 겨냥해 ‘임페리얼 17년’을 전격 출시해 맞불작전에 나섰다.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뤄진 위스키 신제품 출시는 극히 이례적인 것이지만 양사 모두 같은 이유다. 매출보다는 상대방과의 경쟁을 고려한 ‘대항마(馬) 세우기’작전이다. 양사 공히 경기불황으로 인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전략을 써 신제품이라는 낯선 이미지를 최대한 줄이기도 했다.

디아지오와 발렌타인스는 올 최대 성수기인 연말 매출이 위스키 시장의 순위 다툼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눈물을 삼키며 지난해 1위 자리를 디아지오에 내줘야 했던 발렌타인스는 연말 위스키 대전을 승리로 이끌어 위스키 시장 1위 자리를 재탈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전체 위스키 시장 점유율 12.58%의 ‘윈저 17’의 독주가 지속되면서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에서는 대항마의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또 위스키 시장에서 2번이나 단독으로 가격인상의 불을 지른(?) ‘미사일’을 잡을 수 있는 ‘패트리어트’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일부 주류 도매업계에서는 임페리얼 17년 산의 출시를 대놓고 요청하기도 했다.

문제는 임페리얼이 가진 맛과 향을 지닌 위스키 원액을 구하는 것이 제일 큰 과제였다. 발렌타인스는 수개월의 고심과 노력 끝에 ‘넘버1’ 위스키 임페리얼 클래식의 전통을 잇는 ‘임페리얼 17’을 개발, 내놓았다.

발렌타인스로서는 슈퍼 프리미엄급 위스키 ‘발렌타인 마스터스’가 이미 두터운 소비자 층을 구축하고 있는 데다 ‘임페리얼 17’과 브랜드 충돌의 우려감도 없지 않지만 유통채널의 차별화 전략 등을 통해 ‘윈저 17’의 ‘경쟁마’ 역할을 하는 포지셔닝에 보다 무게를 실었다.

여기에다 출고 가격과 용량마저 낮췄다. ‘임페리얼 17’의 출고가(3만1,900원)는 ‘윈저 17’(3만2,879원)에 비해 본당 979원 저렴해 오히려 도매업소 마진을 높여주는 선심 전략을 통해 영업망 다지기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튀는 영업전략 "1위를 수성하라"

위스키 업계 1위로 올라선 디아지오코리아?브랜드에 따라 독특하고 차별화된 연말 판촉 마케팅으로 업계 선두자리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새벽별 보기’라는 독특한 영업전략을 구사, 큰 업소와 작은 업소를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개별 방문하면서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새벽별 보기’ 영업이란 영업사원과 권역 담당자는 물론 중역까지 판매 최전선인 야간업소에서 밤을 샌 뒤 아침에 퇴근하는 것으로 실적을 좌우하는 업소 영업을 독려하는 디아지오식 끈끈한 영업전략. 디아지오는 반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말 최대이벤트였던 도우미 판촉행사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새벽별 보기’영업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디아지오는 기존의 판매전략과 다른 ‘톡톡 튀는’ 이미지 마켓팅도 강화했다. 서울 40개 옥외 골프연습장에서 ‘황금볼을 찾아라’라는 골프 이벤트를 진행하고, 뮤지컬 ‘캣츠’ 등 문화공연을 접목시킨 고객잔치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위스키 시장 3위 자리를 놓고 롯데칠성를 비롯해 하이스코트와 두산이 벌이는 경쟁은 1,2위 다툼보다 한층 치열하다.

‘스카치 블루 17’의 롯데칠성은 그동안 꾸준히 실시해 온 테이블 세팅 작업 등 업소밀착 마케팅을 강화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제품의 디자인을 리뉴얼해 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특히 국산 위스키의 자존심을 걸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전략으로 연말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전개해 3위를 다진 뒤 선두권 도약을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랜슬럿 17’의 하이스코트와 ‘피어스클럽 18’을 앞세운 두산주류BG 역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굳은 각오다. 하이스코트는 내년 2월 말까지 서울 및 수도권내 거점 업소에서 도우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도우미 2인1조를 이룬 총 20개 팀 40명이 업소를 순망하고 ‘랜슬럿’을 홍보하고 있다.

두산주류BG는 판촉강화를 위해 강남 일대 바와 카페 등의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파고 들고 있다. 이 회사는 오피니언 리더 등을 통한 홍보전략과 업소 마케팅을 병행하는 양면작전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신제품 출시 이후 기존제품에 밀려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으나 연말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한 단계 성숙된 시장위치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데이비드 루카스 진로발렌타인스 사장은 “경기침체가 얼마나 계속될 지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향후 12~18개월 내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위스키 시장은 이런 경기 침체여파로 10% 내외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지만 17년산 슈퍼 프리미엄급 위스키 시장만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 2003-12-18 11:36


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