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겨출철 옷 입기와 스윙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지난 주, 또는 이번 주에 웬만한 아마추어 골퍼들은 납회 골프모임을 했거나 할 예정이다. 사실 요즘 같은 때에는 땅이 녹는 한낮 시간대가 아니면 그린에 제대로 볼을 올려놓을 수가 없다. 어프로치 샷 보다 조금 먼 거리에서 그린을 공략할 때, 볼이 일단 그린에 맞으면,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볼은 마치 스프링 튀듯이 튀어올라 그린 저쪽으로 넘어가버리기 일쑤다. 그린에 올라가 보면 그린이 아니라 얼음판 같다.

페어웨이도 딱딱해 질대로 딱딱해져 있다. 어쩌다 뒷땅이라도 치게 되면 손이 얼얼할 정도다. 자칫 팔꿈치에 이상이 올 수도 있다. 아침 시간 대에는 손을 호호 불어야 할 정도로 추워 주머니 속에 난로가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다.

그렇건 말건 간에 죽으나 사나 골프장을 찾는 사람도 물론 있다. ‘산이 있어서 산에 올라간다’는 산(山) 사람 처럼, ‘골프장이 문을 여는 한 나는 골프를 친다’는 골프광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골프광들에게는 한 여름,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발이 흙 속에 푹푹 파묻히는 데도 골프를 했는데, 이 정도 추위쯤이야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오늘은 이런 골프광이 아니라, 겨울철에는 연습장에서 스윙을 가다듬으려는 아마골퍼들을 위한 조언을 하려 한다.

아무리 시설이 잘 돼 있는 연습장이라 할 지라도 겨울 추위를 잊을 만큼 따뜻하지는 않다. 때문에 드라이버를 칠 때도 그렇고, 아이언을 칠 때도 그렇지만, 스윙이 자유롭지 못하다. 추우면 백스윙이 잘 안 올라가기 마련이다. 기온이 내려가는 바람에 근육이 경직된 탓이다. 그러나 이 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두터운 옷 때문이다.

벌써 십 수년 전의 일이다. 한 겨울에 필자가 김종덕 프로께 사사를 받을 때 였다. 끝없이 계속되는 연습에 지쳐 이제나 저네나 휴게실로 들어갈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연습을 하면 할수록 몸이 지쳤다. 춥기도 했지만 몸에 껴입은 두껍고 무거운 옷에 몸이 감겨 스윙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때 김 프로는 짧고 두꺼운 가죽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거봐! 몸 의 회전으로 공을 쳐야 안 힘들지. 무거운 옷을 입고 팔로만 치려니 옷 때문에 점점 힘들어 지잖아? ” 김 프로께서는 내가 보는 앞에서 가죽점퍼를 입은 채 팽이처럼 빙글빙글 가볍게 몸을 돌리며 샷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날씨가 춥다고 비거리가 짧아지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은 그날 이 후 지금 이 순간까지 변하지 않는 생각이다.

그 이후 가끔 추운 날씨에 가죽점퍼를 입고 온 아마추어 골퍼들을 보면 언제나 그 시절 생각이 난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기운이 빠지고 힘든 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라 팔로만 치려고 해 두꺼운 옷에 스윙이 감기기 때문인 것을 알아야 한다. 당연히 내가 제안하는 것은 추운 겨울이라고 해서 옷을 두껍게 입는 것 보다는 가볍게 입자는 것. 또 한 시간 동안 3~4 번을 쉬어가며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여름처럼 집중적으로 하다간 관절관절 마다 무리가 오고 심장에도 좋지 않다고 한다.

겨울철 인도어에선 되도록이면 밑바닥이 평평한 운동화보단 스파이크 징이 조금이라도 있는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다. 자칫 미끄러질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스윙을 하다가 한번 미끄러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두려움 탓에 자신도 모르게 회전양이 주는 등 스윙이 소심해 진다. 겨울철에는 조심 또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나미


입력시간 : 2003-12-23 11:26


박나미 nami86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