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정부 핵심요직 지낸 인물, 분당으로 정치적 행보 갈려
[2004 총선 열전지대] "영원한 동지는 없다" 진검승부 DJ 정부 핵심요직 지낸 인물, 분당으로 정치적 행보 갈려
4월 총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대결 구도이다. ‘본가와 분가’의 혈투가 예고되는 선거구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들 지역 중 유난히 눈길을 끄는 곳은 서울 구로을.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과 장관 등 핵심요직을 지낸 두 인사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됐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 장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맞서게 된 셈이다. 특히 구로 을은 이신행ㆍ장영신ㆍ한광옥 전 의원 등 지난 10여년 동안 지역구 의원들이 한결같이 선거법 위반 및 뇌물수수사건 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비운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현재 이 지역 출신은 한나라당 이승철 의원이다. 따라서 두 전직 장관이 박빙의 접전을 펼칠 경우 이 의원이 어부지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DJ 정부에서 김ㆍ이 전 장관의 이력은 무척 닮은 꼴이었다. 장관으로 입각하기 전까지 이씨는 청와대 복지노동수석을, 김씨는 정책기획수석을 지내면서 DJ의 각별한 신임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 출범과 동시에 불어 닥친 민주당 분당의 와중에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정치행보를 보였다. 지난 11월 민주당에 입당한 이 전 장관은 구로을 지구당 위원장을 맡아 17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일찌감치 지구당을 맡아 운영해 온 김 전 장관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 9월 민주당을 탈당, 이 지역에서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DJ정부 출신 각료로는 민주당에 처음 입당한 이 전 장관은 “민주당은 어려운 시기에 많은 일을 한 개혁적 국민정당이어서 선택했다”면서 “인위적인 방식을 통한 정계개편은 성공한 경우가 많지 않다”고 열린우리당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그는 또 “김 전 장관은 강남이나 분당에 맞는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라며 “민주당 탈당 후 그에게 호남출신 유권자가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 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측은 ‘힘있는 지역 일꾼론’을 내세우며 민주당 분당을 둘러싼 이 전 장관측의 비난 공세에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김 전 장관측은 “김 전 장관은 분당을 반대한 입장이었지만 새 정치를 하자고 양자택일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벌써부터 양측의 기세싸움이 뜨겁다. 한쪽에서 “지역여론조사 결과 우리가 앞선다”고 하자 다른 쪽에서는 “선거법 위반 아니냐”며 발끈했을 정도. 최대변수는 이 지역 유권자의 50%를 웃도는 호남ㆍ충청 표심의 향배이다. 이와 관련, 충남 보령 출신인 이 전장관이 유리하다는 분석과 함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문제가 총선의 핫 이슈로 떠오를 경우 김 전 장관측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나라당 이승철 의원측은 내심 두 사람의 싸움에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 의원측은 “시장과 구청장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인 데다 박자가 잘 맞기 때문에 지난 2년간 구로가 많이 좋아졌다”며 “현재의 선거구도로 볼 때 우리에게 유리한 측면이 많다”고 자신했다. 그 동안 선거 때마다 변방에 지나지 않았던 구로 을에서 펼쳐질 ‘DJ 맨들의 4월 결투’는 과연 어떻게 끝날지 주목된다. 입력시간 : 2003-12-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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