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붉은 기운이 나를 깨운다다양한 해맞이 행사, 과메기 맛보기는 여행의 백미

[주말이 즐겁다] 포항 호미곶
동해의 붉은 기운이 나를 깨운다
다양한 해맞이 행사, 과메기 맛보기는 여행의 백미


파도 너머 망망대해에 떠있는 고기잡이배 불빛이 희미해질 무렵이면 발그스름하게 타오르던 수평선에서 붉은 햇덩이가 불쑥 솟아오른다. 이 땅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사람들은 누구라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가슴속으로 소박한 소망 하나 풀어낸다. “올 한 해에도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세요.”


호랑이 꼬리에서 일출 보며 소망 빌어보자

대한민국이 이루어낸 세계적인 철강 신화를 상징하는 듯 한밤에도 불야성을 이루는 영일만의 푸른 파도를 안고 도는 구룡반도. 그 핵심은 한반도를 호랑이 형국으로 보았을 때, 꼬리에 해당하는 호미곶이다.

이 호랑이 꼬리는 한반도 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일 뿐만 아니라, 동해에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일출을 자랑한다. 해맞이광장 앞바다의 ‘상생의 손’ 조형물이 인기 있는 일출 포인트다. 이곳에 인파가 많을 땐 가까운 등대 방파제 등으로 옮기면 비교적 호젓이 즐길 수 있다.

새해 첫날 호미곶 일출 시각은 07시 32분. 최소 30분쯤 전인 7시에 도착해야 바다 색깔이 시시각각 변하는 일출 직전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12월 31일과 2004년 1월 1일 이틀간 광장에서 열리는 호미곶 해맞이축제 기간엔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솥에 불을 지피고 배를 젓는 ‘노’로 떡국을 젓는 체험 행사엔 관광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 해맞이광장에선 해뜨기 직전에 이색적인 결혼식도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호미곶해맞이축제 홈페이지(http://sunrise.ipohang.org) 참조.

호미곶은 일출 외에도 볼거리도 많은 게 특징. 1903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건립된 장기곶등대와 1985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등대박물관이 여기에 있다. 철근 없이 벽돌로만 지은 등대는 팔각형 연와조양식으로 높이 26.4m, 하부둘레 24m, 밝기 30만 촉광으로 22마일(35.2㎞)까지 불빛이 나간다.

건축미도 뛰어나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대로 꼽힌다. 6층으로 된 등대 내부의 각 층 천장에는 조선왕조의 상징인 배꽃 문양이 새겨져 있다.

등대박물관에는 빛을 비추는 등명기, 등명기를 돌리는 회전기 등 등대에 사용된 구식 시설물과 등대 발전의 역사 등을 알 수 있는 총 700여 점의 소장품이 있지만 우리나라 등대 100년사를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해 선보이고 있어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다.

요금은 일반만 700원 받으며 중고생까지 무료다. 주차장 역시 무료. 등대박물관(054-284-4857) 홈페이지(www.lighthouse-museum.go.kr)에 접속하면 자세한 정보 알 수 있다. 아쉽게도 1월 1일은 휴관일이다.

동쪽의 구룡포에서 장기곶을 거쳐 서쪽의 동해면으로 돌아 나오는 호랑이꼬리 일주도로는 구불구불 이어진 해안선이 매우 아름다워 일출 후 산악 드라이브의 묘미와 파도를 끼고 가는 해안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일출 감상 전후에 맛보는 과메기는 별미

구룡반도 동남쪽의 구룡포는 여느 바닷가라면 한적할 겨울에도 과메기를 손질하는 어민들의 움직임이 부산한 항구다. 바닷바람이 적당해 과메기를 말리기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김과 물미역 등에 싸서 먹는, 맛이 유별난 과메기는 청어 눈을 꿰어 말리던 관목어(貫目魚)에서 비롯된 말인데 세월이 지나면서 과메기로 바뀌었다. 청어 눈을 꿰어 부엌 살창에 매달면 찬바람이 드나들면서 적당히 얼었다가 불을 땔 때는 녹고 하기를 반복하면서 과메기 특유의 야들야들함이 생긴다.

영일만의 청어 과메기는 조선시대에는 궁중 진상품으로까지 명성이 높았으나 1960년대 이후 청어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꽁치로 대치하였다. 구룡포 어판장 근처 중앙시장의 어떤 식당을 들어가든 신선하고 잘 익은 과메기를 맛볼 수 있다.

한편 2003년 12월 29일(월)부터 2004년 1월 2일(금)까지 포항 북부해수욕장에선 여섯 번째 포항과메기 축제가 열린다. 과메기의 역사와 유래 등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전시도 한다. 포항시 홈페이지(www.ipohang.org)의 ‘포항축제’ 참조.


▲ 숙식

구룡포항에선 질펀한 경상도 뱃사람들의 사투리를 들으며 광어, 도미, 도다리 등 싱싱한 횟감도 싸게 살 수 있다. 일출 감상 포인트인 호미곶에 여관이 여러 개 있다. 또 구룡반도 해안을 따라서 숙박할 수 있는 모텔이 많다.


▲ 교통 수도권 등에선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접근하는 게 가장 빠르다.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경주→7번 국도→포항→31번 국도(구룡포 방면)→10km→915번 지방도(좌회전)→호미곶. 복잡한 포항 시내를 지나기 싫으면 경주나들목→4번 국도→보문관광단지→양북면(좌회전)→14번 국도→오천읍→925번→호미곶 코스를 이용한다.

입력시간 : 2003-12-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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