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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대미술, 제 2전성기 오나
'네트워크 프로젝트-일본'전 등 국내화랑가 전시 줄이어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

다츠오 미야지마 'Counter Skin at 38˚ in South Korea'(위)
요시무라 다다오 '성덕태자'(아래)




미술시장에 중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일본 미술이 나섰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 미술계의 가격 거품 현상이 심각해진 지금 중국에서 괜찮은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이제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이에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일본 현대미술이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1980년대 세계 미술시장을 주도했던 미술 강국이었다.

당시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술시장의 붐을 이끌던 일본은 90년대 들어 경제 쇠락과 함께 엔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 미술시장의 침체를 가져왔다.

하지만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비롯해 최근 미 월가 투자 은행 파산에 이르기까지 세계 금융권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일본 미술시장이 다시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는 경매 결과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07년 크리스티 홍콩 아시아 현대 미술 경매에 39점을 출품한 일본은 162만 달러의 낙찰 총액을 기록한데 이어 2008년 경매에서는 76점의 작품을 소개, 낙찰 총액 800만 달러라는 성과를 거두며 비약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해 동안 출품작 수는 2배정도 증가했지만 낙찰 총액은 5배나 상승해 개별 작품의 평균 낙찰가가 2.5배가량 올랐음을 알 수 있다.

계속해서 전문가들은 애니메이션 분야를 선점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특유의 섬세함과 만화적인 이미지를 발판 삼아 세계 미술계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본 미술의 재도약 흐름과 맞물려 국내 화랑가에서도 하나 둘 일본 미술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근대 미술부터 현대 미술,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다.

가장 먼저 일본 현대 미술계의 젊은 작가들이 한자리에 총출동했다. ‘인터알리아’가 오는 10월 24일까지 개최하는 <네트워크 프로젝트-일본>展에서는 일본 주요 갤러리로부터 추천 받은 현지 작가 27명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고대 무사 사무라이에 심취해 이를 일본 회화 기법으로 유머러스 하게 재해석해 나가는 작가 ‘테츠야 노구치(Tetsuya Noguchi)’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노구치의 작품은 진지함과 유머의 균형 잡힌 조화를 통해 전통의 현대적 변용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일본 긴자에 위치한 샤넬 매장에서 전시를 갖고 ‘샤넬 사무라이’라는 작품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구치와 함께 일본 만화의 영향으로 선명하고 밝은 색감, 만화 같은 이미지가 돋보이는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작가 ‘코이치 에노모토(Koichi Enomoto)’도 전시에 참여한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역동적인 구성감은 인간을 초월하는 자연의 폭발적인 힘을 의미하며, 작품 대부분에 담긴 자극적이고 기발한 이야기는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일본적 성향이 강한 작가들 외에도 ‘아라키 요시다(Araki Yoshida)’처럼 현대 미술계가 겪고 있는 문제와 모순을 지적하는데 작업의 중점을 두는 작가들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예술이 이 세상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매체일 수 있다’는 그의 이념에 따라 각각의 작품들은 시대 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코이치 에노모토 'Untitled'(왼)
테츠야 노구치 'Soaring scene of a Hovering Man'(오른)


그밖에도 비현실적인 가상세계를 주로 다루는 ‘요헤이 와타나베(Yohei Watanabe)’와 도상학적인 아름다움을 표현기로 유명한 ‘소조 아라키(Shozo Araki)’, 전통 유화기법을 활용해 동화적 신비로움을 작품에 담아내는 ‘도쿠히로 카와이(Tokuhiro Kawai)’ 등 일본 미술계를 이끌어나갈 27명의 신진 작가들이 <네트워크 프로젝트-일본>展을 통해 일본 미술의 생생한 현주소를 보여준다.

단체전뿐만 아니라 개인전에서도 일본 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몽인아트센터’에서 오는 11월 2일까지 열리는 '38:Tatsuo Miyajima'전시에서는 사진 작품과 설치 미술을 선보이는 ‘다츠오 미야지마(Tatsuo Miyajima)’가 대표적이다.

미야지마는 LED라는 첨단 과학 기술과 동양의 생명 사상을 접목한 작품을 주로 소개한다. 특히 숫자를 활용한 그의 작업들은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드러내는 동시에 다양한 삶의 방식을 상징한다. 일련의 반복된 숫자 작업을 통해 그는 삶과 죽음, 윤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미야지마는 보편적 삶의 연속성을 다루면서도 남과 북의 대립 속에 38로 상징되는 역사적 장소들과의 연관성까지 모색하고 있다. ‘경계’에 대한 그의 관심을 남과 북의 분단 상황에 투영한 사진 작업 'Counter Skin at 38˚ in South Korea'와 LED설치 작업 'Far Line 38', '100 Time Lotus' 등이 그 결과물인 셈이다.

현대 일본 미술과 더불어 시대를 아우르며 일본 미술의 근대사를 조명하는 전시도 활발히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 미술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복고풍’이라는 주제를 선정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일본 미술의 복고풍'이 바로 그것이다. 가노파의 축소 그림에 나타난 '소상팔경도'를 비롯해 일본 문인 화가들이 한시를 주제로 그렸다는 '정곡수도''도와원도> '매화서옥도'와 불교 회화를 주제로 수묵기법을 활용한 후데야 도칸의 '사수도' 등은 일본 미술의 전통과 근대를 넘나들고 있다.

아울러 요시무라 다다오의 '성덕태자', 다가무라 고운의 '기예천', 정창원의 '칠기 복제품'과 낙랑칠기를 수복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롯카쿠 시스이의 '사자문양 칠기함'까지 아스카 문화 작품들도 다양하게 소개가 되는 이번 테마전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어디선가 경험한 적이 있는 듯한 데자뷰(deja vu)를 느끼게 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일본 미술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현재 일본 미술 시장의 상황은 물론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까지도 짐작해 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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