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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거장의 뿌리칠수 없는 유혹
베를린필 하모닉·백건우·요요마·장한나 등 내한공연 줄이어




이인선 객원기자 sun906@naver.com

사이먼 래틀경과 내한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11월은 어느 때보다 반갑지만 한편으론 모든 공연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쓰린 달이다. 클래식 거장들의 내한공연이 몰리는데 시간과 돈은 한정되어 있는 탓이다.

국내에서 클래식은 한겨울보다 가을이 무르익은 때에 절정을 이루는데, 특히 11월이 그렇다. 공연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서 현재 예매중인 11월 클래식 공연은 337편에 이른다. 크고 작은 클래식 공연이 하루 평균 12편 정도 공연되는 셈인데, 그 안에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명 공연들이 있다.

세 번째 내한하는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러시아 레퍼토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 첼리스트 요요마와 피아니스트 캐서린 스톳의 듀오 리사이틀, LCO와 함께하는 클래식계 스타 첼리스트 장한나가 그들이다.

3년 전 이맘때, 21년 만의 내한으로 화제를 모았던 베를린 필하모닉(지휘:사이먼 래틀 경)이 올해는 ‘브람스 교향곡 전곡’으로 클래식 팬들을 설레게 한다.

주로 말년에 쓰여져 인생의 성찰과 고독이 녹아있는 브람스의 교향곡. 그는 21년에 걸쳐 43세에 교향곡 1번을 완성한 후 10년이 되는 해에 교향곡 4번을 작곡했다고 전해진다.

베를린 필의 6대 지휘자로 취임한 래틀은 역대 지휘자들과 달리 고전과 현대음악을 오가며 전통과 혁신을 아우르는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주로 현대음악을 선보인 베를린 필이 오랜만에 연주하는 독일 클래식 고전 레퍼토리여서 기대가 더해진다. 베를린 필의 ‘브람스 교향곡 전곡’은 20일과 21일 각각 1,2번과 3,4번이 연주된다.

베를린 필이 독일고전을 연주하기 전인 12,13일에는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지휘:유리 테미르카노프)이 러시아의 낭만 차이코프스키를 연주한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은 차이코프스키가 직접 자신의 교향곡 ‘비창’을 초연했던, 러시아 클래식의 살아있는 역사인 동시에 러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오케스트라이다.

2년 전,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으로 웅장한 러시아 사운드의 절정을 선보였던 그들이 지휘자 테미르카노프의 70세 생일과 예술의 전당 개관 20주년을 축하하며 다시 한국 관객들을 찾는다.

러시아 정상의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 볼쇼이 오페라 주역 소프라노 예카테리나 쉐바첸코, 테너 앤드류 굿윈, 그리고 세계적인 한국 첼리스트 조영창 등의 솔리스트가 협연한다. 특히, 13일 공연에서는 차이코프스키가 세상을 뜨기 6일 전에 초연했던 교향곡 6번 ‘비창’을 들을 수 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12년 만에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전곡을 연주한다.

당시 월간객석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메시앙 특유의 불협화음에 히랍과 힌두 언어의 리듬, 그레고리안 찬트, 모차르트, 드뷔시 등 모든 음악언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곡 전체를 입체적으로 그려내 지루하지 않은 다이내믹한 곡”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음악전문지에서도 이 작품에 대한 백건우의 연주에 대해 ‘드라마틱한 연주는 비르투오조의 표본이며 동시에 지성적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는 호평을 한 바 있다.

1- 첼리스트 요요마와 피아니스트 캐서린 스톳의 듀오 콘서트
2-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3- 피아니스트 백건우
4 -첼리스트 장한나


11월 30일 서울공연 이후 다음달 로마와 제네바에서도 연주하는 백건우는 지난해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에 이어 클래식계에 기념비적인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여진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은 클래식 연주자는 드물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가 그 가능성을 몸소 실천해왔는데, 그가 오랜 실내악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캐서린 스톳과 11일 듀오 리사이틀을 펼친다.

3년 만의 내한공연에서 그는 슈베르트, 피아졸라, 지스몬치 등 낭만에서 현대까지, 독일에서 브라질까지 아우르는 폭 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지난 30여년간 70여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그래미상만 15회 수상한 경력을 가진 요요마는 최근 재즈, 클래식, 라틴 뮤직 등을 크로스 오버한 새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베를린 필부터 요요마의 듀오 리사이틀까지 위의 네 공연은 모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세계를 놀라게 한 ‘신동’에서 클래식계 스타로 꾸준히 성장해가고 있는 첼리스트 장한나가 생애 처음으로 비발디에 도전한다. 최근 ‘비발디 첼로 콘체르토’를 발매한 장한나는 앨범작업을 함께 한 런던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3일 구미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펼친다.

“30개에 이르는 첼로협주곡을 남긴 비발디를 21세기로 데려오고 싶었다.”’는 장한나는 이번 공연에서 네 곡의 비발디 첼로협주곡과 모차르트, 헨델의 곡을 연주한다. 지휘자 없이 13명 연주가들이 선보이는 비발디 연주가 기대를 모은다. 서울공연은 7일 세종문화회관과 9일 예술의 전당.

“쓸쓸한 시기, 자신을 돌아보며 한해를 정리할 수 있게 구성된 레퍼토리”라며 11월 클래식 공연의 특징을 설명한 음악평론가 장일범 씨는 “백건우의 리사이틀은 관조적 레퍼토리라는 점에서, 베를린 필은 브람스의 성찰과 관조가 담긴 노작이라는 점에서, 상트 페테르부르크 필은 차이코프스키의 우수와 고민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요요마는 코스모폴리탄적인 삶을 살아온 자신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첼리스트 장한나는 바로크 레퍼토리에 대한 관심과 영역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들 공연 이외에도 비발디 원전연주의 열정적 스페셜리스트 ‘파비오 비온디와 에우로파갈란테’(11월 2일, LG아트센터), 세계 오페라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한국인 ‘테너 김우경’의 첫 내한 독창회(11얼 20일, 세종문화회관), 수많은 연주회에도 불구하고 매번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정명훈 지휘의 서울시향의 공연도 놓치면 아까운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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