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문화 따라 변한 추함의 개념 밝히는 분류학 전개움베르토에코 지음/ 오숙은 옮김/ 열린책들 펴냄/ 55,000원

추함은 인류 문화사의 그림자 같은 존재다. 추는 은폐되고 저주 받음으로써 미를 빛나게 만든다. 또한 미의 반대 개념으로 정의되어 ‘아름다움’의 의미를 구체화시킨다.

작가이자 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추에 대한 개념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추를 조화나 비례, 완전 무결함으로 이해되는 미의 반대라고 말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대학에서 미학을 가르치는 그는 “삶은 그렇고 그런 것들로 가득차 있다. 추함은 아름다움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고 말한다. 항상 몇 가지 기준이 따라야 하는 아름다움보다 추함의 형태가 훨씬 풍부하다. <추의 역사>에서 바로 그 ‘추’를 정의하기 위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추란 무엇인가를 밝히기 위한 분류학을 전개한다.

1부 서문에 이어 2부 수난, 죽음, 순교, 3부 묵시록, 지옥, 악마에서 종교적 의미의 추를 돌아본다.

일체의 괴기함ㅇ르 갖춘 악마는 무시무시한 형상을 띄고 있지만, 동시에 이런 퇴폐적인 분위기는 청년이나 관능적인 매춘부의 유혹적인 양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예술가들은 악마의 추함과 그에 저항하는 은둔자의 강인함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유혹자의 이미지와 유혹당하는 자의 감상적인 태도를 다뤄왔다.

6부 고대로부터 바로크 시대까지 여성의 추와 7부 마법, 사탄 숭배, 사디즘은 종교와 종교에 희생된 여성의 추를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 드러나 듯, 이 책은 ‘추’를 중심으로 한 서양 문화사다.

4- 후베르트 란칭거, <기수> 1937년워싱턴D.C,미육군 국립 미술관, 군 예술컬렉션
5- 포로 이탈리코에 있는 조각상들, 로마, 1927~1934년경

10부 낭만주의의 추의 구원, 13부 아방가르드와 추의 승리는 근대 이후 서양의 문예사조를 보여준다.

15부에서 저자는 오늘날 추에서 드러난 현대인의 자의식을 설명한다. 순진한 배불뚝이 친구 E.T, 스타워즈의 외계인 등 추할지 몰라도 사랑스런 추를 설명하며, 에코는 “현대 예술이 추를 다루고 또 찬양하고 있다”고 말한다.

책 출간을 기념해 에코는 이탈리아 주간지 <오지Oggi>와 인터뷰를 한 바 있다. 여기서 그는 이 책에 대해 “다양한 시기에 다양한 나라에서 사람들이 추한 것이라고 여겼던 것들의 역사”라고 설명했다.

“분명 추함의 개념은 문화와 시대를 통해 변하였습니다. 감정적인 동조 없이 평온하게 감상할 수 있는 추함도 있고, 종종 역겨움이나 거부감 같은 감정의 반발을 불러오는 추함도 있습니다. 또 어떤 형태의 추함이라도 그것에 대한 충실하고 효과적인 예술 묘사에 의해 만회될 수 있습니다. 중세에 보나벤투라는 악마의 추함이 잘만 묘사된다면 그 이미지는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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