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Consolation for wound가늘고 붉은 선들 중첩시킨 고기로 인간 내면적 삶의 형상을 표현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가지고 있다. 상처에 대한 구체적인 요인은 모두 다르지만 유사한 상황과 원인을 공유한다.

상처를 통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 내는 작가 송미란은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상처의 흔적들을 작품 속에 투영시킴으로써 상처를 안은 자아와 대면하게 하고 있다.

표 갤러리에서 12월 31일까지 개인전을 갖는 송미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상처의 기억공간, 상처의 저장공간, 혹은 자각하지 못했던 상처를 경험하게 하는 상처의 발생장소로서의 역할을 한다.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우리 자신의 내면에 간직된 상처들을 가늘고 붉은 선들로 중첩 시킨 고기로 비유해 현실적 이미지와 초현실적 표현의 복합된 뉘앙스로 형상화하고 있다. 결국 작품 하나하나가 삶의 경험에서 축적되고 또 숨겨진 내면의 무의식적 갈등과 상처가 드러나는 공간인 것이다.

작품 시리즈 가운데 에서 신부의 화려한 웨딩드레스 밑자락에 부분적으로 흡수된 핏빛 고기는 결혼이라는 제도와 결혼으로부터 오는 심리적 상처에 대한 서술이다.

또한 연인과의 이별을 소재로 한 작품 에서 표현된 연약한 꽃잎처럼 흩날리는 고기 비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이어지는 상실감의 흔적들을 대변하고 있다.

계속해서 텅 빈 방 안을 그린 작품은 ‘나’를 실내의 공간에 투영해 일체화된 자아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축적된 상처의 기억들이 저장되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고 있다.

그밖에도 눈동자에서 보여지는 강렬한 느낌이 인상적인 를 비롯해 , 모두 날카로운 상처의 흔적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송미란 작가의 작품세계는 내면적 삶의 형상인 상처를 드러내고 아울러 피할 수 없는 현실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욕망을 반영하고 있다.

작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적 진술을 통해 인간과 상처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가며 내면의식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내적 리얼리티를 담고 있는 작품들과 마주함으로써 관람객들은 스스로에 대한 연민 혹은 고통의 형상을 그리게 된다.

전시를 기획한 표 갤러리 측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말로써 모두 재현할 수 없는 비가시적인 무한의 영역이 있다”며 “송미란 작가는 젊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묻어둘 수밖에 없는 대상들을 밝혀내고 작품을 통해 감각화 할 수 있는 방법, 즉 세계의 심연을 지탱 시키는 비가시적인 힘들과의 소통을 모색하고 또 탐구해나가는데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시리즈는 자극적이고 급속도로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파생되는 지독한 그리움, 강요되는 권태, 억압 또는 불안 등과 같은 개개인의 서정적 상처를 반영하면서 지나친 의무의 시대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주관적이고도 자폐적인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