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엇갈린 반응에 일부 관람객, 후원 기업들도 당황

“알레그리아 보다 퀴담이 더 나은 것 같은데…” “알레그리아도 재미있는데 뭘!”

서울 잠실에서 공연을 계속하고 있는 서커스 공연 ‘알레그리아’를 관람하고 나온 관객들 사이에서 일부 흘러나오고 있는 대화 내용이다. 골자는 지난 해 빅 히트를 쳤던 작품 ‘퀴담’과 지금 공연중인 ‘알레그리아’ 간의 작품성과 흥행성 비교.

‘태양의 서커스’가 국내에서 잇달아 선보인 두 작품을 둘러싸고 엇갈린 반응이 최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비록 일부 관람객들 사이에서 나온 주관적인 평가랄 수 있지만 질문은 왜 지금 공연(알레그리아)가 먼저 공연(퀴담) 보다 ‘확 뛰어난 감흥을 주지 못하느냐?’란 것. 나중에 선보인 작품이 지난 작품 보다 당연히 나아야 된다는 법도 없지만 어쨌든 ‘잔뜩 기대를 안고 입장한’ 관람객들에게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대목이다.

우선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 ‘알레그리아가 퀴담의 후속작’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해 퀴담이 공연되고 올 해 알레그리아가 선보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실제 퀴담은 1996년 작이고 알레그리아는 1994년작이다. 흔히 쓰는 용어로 표현하자면 알레그리아가 더 ‘올드 버전’인 셈. 세계 무대에서는 알레그리아가 먼저 초연됐지만 국내에서는 퀴담이 초연작이 된 셈이다.

일부에서나마 ‘퀴담이 더 좋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차이에서 어느 정도 기인한다고도 분석된다. 한마디로 비록 2년차에 불과하지만 더 옛날 작품을 뒤늦게 국내에 들여온 것. 결과론적으로 이미 신제품을 맛 본 고객들에게 2년 전 ‘구형 제품’을 가져와 보여준 격이다.

각종 묘기와 내용 등 콘텐츠 구성에서도 두 작품은 차이를 드러낸다. 퀴담이 다양한 종류의 기예와 퍼포먼스 면에서 보다 다채로웠다고 표현한다면 알레그리아는 구성에서 서커스 보다는 광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잖았다는 후문.

알레그리아는 공연 시작전과 초입 부분부터 광대가 등장하는 것을 비롯해 상당 부분 광대가 나와 연기하는 장면이 여럿 삽입돼 있다. 때문에 혹자는 2시간 가까이 지속되는 전체 무대 공연에서 부족한 서커스 부분을 광대의 ‘가벼운 연기’로 대신 메꾸는 것 아니냐고 혹평하기도 한다.

각각의 주제나 구성이 다르기는 하지만 스토리 구성이나 예술적인 표현 측면에서도 퀴담이 한 수 위라는 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알레그리아는 그나마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다양한 그네타기 묘기가 ‘관람객들에게 부족했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 주는 대목이라는 평가.

알레그리아에 대해 부분적이나마 엇갈린 평가가 내려지는데 후원 기업들도 조금은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지난 해 퀴담 공연을 지원했던 LG전자 신한은행 닛산인피니티 등이 올 해는 투자액을 늘렸지만 반응은 그에 못 미치고 있다는 판단 때문. 실제 퀴담은 18만명 관람객을 유치했지만 알레그리아는 15만 명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공연기획사인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측은 “공연 내용과 주제가 전혀 다른 작품인데다 주관적인 평가가 다 다르기 때문에 아직 섣불리 평가를 단정짓기에는 이르다”며 조심스럽 입장이다.

때문에 공연계 일각에서는 “지난 해 성공을 너무 과신해서 올 해 올드 버전을 갖고 관객을 찾는 것이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에 비해 ‘안일한 접근’ 아니냐”고 매서운 지적도 제기한다. 하지만 “태양의 서커스의 공연 일정이 대륙별로 글로벌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마케팅과 경비 절감 등 여러가지 요소가 감안돼 결정된 것일 뿐”이라고 기획사는 설명한다.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퀴담은 서커스 불모지였던 국내 환경에서 첫 공연된 작품이었고 알레그리아는 이미 익숙해진 시선에서 보는 작품이라 두 가지 다른 작품들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